[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앞으로도 호기심 가는 것에 주저하지 않고 과감하게 해 나가고 싶어요. 이제는 40대니까 여유를 부리는 것보다, 열정을 가지로 임하려 해요."
드라마 '사랑의 이해', '슬기로운 의사생활' 등으로 선한 이미지를 주로 해왔던 배우 유연석이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운수 오진 날'로 변신을 꽤했다. 데뷔 20주년에 만난 이번 작품은 평범한 택시기사 오택(이성민)이 고액을 제시하는 지방행 손님을 태우고 가는 이야기로, 유연석은 의문의 택시 손님이자 연쇄살인마 이병민 역을 맡았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배우 유연석 [사진=티빙] 2023.12.18 alice09@newspim.com |
"선한 이미지의 캐릭터를 하다가 이번에 연쇄살인마를 했는데, 재미있는 반응이 많더라고요(웃음). '얼굴 갈아 끼우고 나왔다', '안광이 돌았다'라는 반응이 기억에 남아요. 하하. 광기 어린 얼굴로 캐릭터 변신을 했다는 평이 주로 있었는데, 개인적으로는 이미지 변신을 한 거라고 생각해요."
작품은 동명 웹툰 원작으로, 택시기사 오택이 고액을 제시하는 지방 손님을 태우고 가다, 그가 연쇄살인마임을 깨닫게 되면서 공포의 주행을 시작하게 되는 이야기를 담았다. 여기서 유연석은 초반 신분을 숨긴 채 의사인 금혁수로 등장한다.
"일단 악역이 될 수밖에 없었던 서사가 있지 않아서 좋았어요. 웹툰에서 독특한 이미지의 악역 설정이라 재미있을 것 같더라고요. 원작을 처음 접했을 때 캐릭터가 독특하게 느껴졌거든요. 외적인 형상을 보고 '내가 이걸 표현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호기심과 도전해봐야겠다는 마음이 들었죠."
유연석은 사고로 인해 통증을 느끼지 못하고, 사이코패스로 변하는 인물이다. 그리고 자신과 살인을 했던 금혁수를 죽이고, 그의 신분으로 살아간다. Part.1에서는 금혁수로 사는 이병민의 내용이었다면, Part.2에서는 금혁수를 버리고 신분세탁 후 이병민으로 사는 유연석이 그려진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배우 유연석 [사진=티빙] 2023.12.18 alice09@newspim.com |
"한 인물이 두 가지 역할을 해야 했기 때문에 차별점을 두는 게 제일 어려웠어요. 후반에는 신분 세탁한 이병민의 모습이기 때문에 말끔한 이미지를 보여주려고 계획했거든요. 그러다 보니 초반에는 가발을 쓰고, 주근깨를 통해 금혁수의 모습을 나타냈고요. 정반대의 이미지를 그려보려고 했어요."
그중 금혁수는 자신의 살인을 택시기사 오택에게 자랑거리처럼 늘어놓기 시작한다. 이야기를 듣지 않으려는 오택에게 화를 내고, 토라지면서 어린아이와도 같은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사이코패스를 연기하기 위해 관련 다큐멘터리를 많이 찾아봤어요. 그들이 자신의 범죄 행위를 이야기할 때 전혀 흔들림이 없더라고요. 무용담처럼 이야기하고, 재미있어 하면서 상대방 반응을 보고 즐기는 모습이었어요. 찾아봤더니 사이코패스가 상대방을 빤히 쳐다보고 관찰하는 습관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자신의 말로 상대가 위협을 느끼고 있는지 보면서 그걸 즐기는 거죠. 혁수도 뭔가 자신의 범죄 행위들에 대해 전혀 가책이 없고, 상황 자체를 즐기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연기했어요."
작품은 Part.1과 2로 나뉘어 공개됐다. 파트1에서는 금혁수의 범죄 행위들에 대한 이야기라면, 파트2에서는 그로 인해 피해를 입은 오택의 복수극이 그려진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배우 유연석 [사진=티빙] 2023.12.18 alice09@newspim.com |
"파트2에서는 혁수라는 인물의 정체가 드러나잖아요. 어떻게 보면 반전 요소인 거죠. 이병민을 연기할 때는 우리 옆에 있는 사람인 것처럼 설정해보려고 했어요. 괴기스럽지 않고, 과거의 모습이 연상되지 않는 병민의 모습으로 그려지길 바랐죠. 후반은 오택의 복수극이기 때문에 병민이 오택에게 어떻게 당하는지 보여주려고 했어요. 개인적으로 한 작품 안에서 다양한 이미지를 보여드릴 수 있어서 너무 좋았던 것 같아요. 어려웠지만 고등학생, 대학생도 했고(웃음) 살인자로서 모습과, CEO로 신분 세탁한 범죄자의 모습도 한 작품 안에서 보여드렸잖아요. 그래서 좋았죠."
'미스터 션샤인', '수리남'에서도 누군가를 살해하고, 선 굵은 이미지를 보여주긴 했지만 '운수 오진 날'처럼 연쇄 살인마 연기는 차원이 다른 문제였다. 그 역시 "촬영하며 섬뜩해지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첫 촬영이 이제 고등학교 때 사고 이후 통증을 못 느낀 상태에서 첫사랑을 빼앗은 친구와 싸우는 장면이었어요. 상대에게 피가 터지도록 맞는 데, 즐거워하며 웃거든요. 그때 연기를 하면서도 섬뜩했어요. 하필 그 시기가 제가 전날까지 '낭만닥터 김사부'에 출연해서 의사로서 환자에게 심폐소생술을 하는 장면을 촬영했거든요. 그런데 다음 날 누군가를 죽이고 피를 묻히니까 더 섬뜩하게 느껴졌던 것 같아요(웃음)."
2003년 영화 '올드보이'로 데뷔해 20주년을 맞은 그는 영화와 드라마, OTT 등을 넘나들며 매 작품마다 뻔하지 않은, 새로운 캐릭터를 연기하며 시청자들과, 그리고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유연석은 "앞으로도 과감한 연기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우로서 다양한 이미지를 보여드리고 싶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정말 열심히 활동했고, 열정적으로 살았고요. 앞으로도 그런 열정들이 식지 않고, 호기심 가는 것에 주저하지 않고 과감하게 도전하면서 임하고 싶어요. 이제 40대니까 여유를 부리는 것보다, 열정을 가지고 임하려 해요. 이번 작품은 저도 막상 하겠다고 했는데 정말 잘할 수 있을까 고민도, 걱정도 많았거든요. 결국 그걸 긍정적인 결과로 끌어냈을 때 성취감은 너무 좋아요. 앞으로도 그런 걸 느끼고 싶어요."
alice0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