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후반~30대 초반 37% 비율로 가장 많아
고립·은둔 청년 중 80% "벗어나고 싶다"
복지부, 돌봄·가사·병원 동행 바우처 지급
[세종=뉴스핌] 신도경 기자 = 위험 수준에 이르는 고립·은둔 청년 1만 2105명이 발굴됐다. 정부는 예산 1341억원을 투입해 상담과 경제적 지원을 강화할 방침이다.
보건복지부는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 '청년정책조정위원회'에서 관계 부처 합동으로 수립한 '고립·은둔 청년 지원방안'을 보고했다고 13일 밝혔다.
◆ 고립·은둔 청년 1만 2105명, 2030세대 가장 많아…취업‧대인관계 어려움 호소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심리 등 객관적 지표를 기준으로 위험을 판단한 결과 객관적 위험에 해당하는 고립‧은둔 청년은 1만 2105명이다.
은둔 청년은 사회활동을 하지 않고 방이나 집 등 제한된 공간에 스스로를 가둔 청년이다. 외부 외출이 거의 없다. 반면 고립 청년은 은둔 청년보다 외부 외출이 있으나 긴급 시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인적 지지 체계가 부재한 청년이다.
고립·은둔 청년의 경우 20대 후반부터 30대 초반 비율이 높았다. 실태 조사에서 최종 응답한 8874명 중 25~29세가 차지한 비율은 37%다. 30~34세의 비율은 32.4%, 35~39세의 비율은 15.7%, 19~24세 비율은 14.9%를 차지했다. 고립·은둔은 시작한 연령은 20대가 60.5%로 가장 많았다.
[자료=보건복지부] 2023.12.13 sdk1991@newspim.com |
고립·은둔 청년은 남성보다 여성이 2배 이상 많았다. 최종 응답자 중 여성의 비율은 72.3%로 남성의 비율인 27.7%보다 2배 높았다.
전체 응답자가 고립‧은둔을 선택한 이유는 취업이 24.1%로 가장 많았다. 대인관계(23.5%), 가족관계(12.4%), 건강(12.4%) 순이다. 10대의 경우는 대인관계가 27.1%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했다. 가족관계(18.4%), 폭력이나 괴롭힘 경험(15.4%)도 고립‧은둔을 선택한 이유다.
8874명 중 재고립‧은둔 경험이 있는 성인은 45.6%다. 교통비, 식사비 등 외출하기 위한 최소 금액이 부족했다는 답변이 27.2%로 가장 많았다. 힘들고 지쳐서(25.0%) 또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서(22.9%), 의지할 사람이 없다(5.3%)도 제기됐다.
고립·은둔 청년은 정서적 어려움을 겪거나 자살 생각과 시도를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심리적 어려움을 겪는 고립·은둔 청년의 66.3%는 미래 희망이 없다고 답변했다. 타인 시선에 대한 두려움(62.0%), 대인 접촉 두려움(47.8%), 지인 대면 두려움(44.2%)을 호소했다.
자살을 생각한 고립·은둔 청년 수는 8436명 중 약 6360명이다. 최종 응답자 중 75.4%가 해당된다. 이 중 1698명이 자살 시도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복지부는 "고립·은둔 기간이 길어질수록 자살 생각과 시도 비율이 점차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 고립·은둔 청년, 벗어나고 싶지만 방법 몰라…정부, 발굴‧지원에 예산 1341억 투입
고립·은둔 청년의 대부분은 현재 상태를 벗어나길 원했지만 탈 고립 방법을 몰라 도움을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립·은둔 청년 중 80% 이상은 현재 상태를 벗어나길 원했다. 실태조사에서 최종 응답한 8874명 중 67.2%는 실제 탈 고립·은둔을 시도한 경험이 있었다. 고립·은둔 청년이 탈 고립하지 않은 이유로는 '몰라서'가 28.5%로 가장 많았다. 비용 부담(11.9%), 지원기관이 없어서(10.5%) 등의 이유도 있었다.
복지부는 조사 과정 중 도움을 요청한 고립·은둔 청년 1903명 대상으로 상담과 사례 관리를 지원한다. 외부 생활이 어려운 고립‧청년을 위해 상시 발굴 체계도 구축한다. 누구든지 24시간 고립·은둔 수준을 진단하는 공공사이트를 개발할 예정이다. 129번 콜센터를 이용해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 실태조사 결과 도움 요청자 즉시 지원하고 자립 준비 청년을 우선 보호한다.
[자료=보건복지부] 2023.12.13 sdk1991@newspim.com |
내년부터 고립 은둔 청소년 시범사업도 실시한다. 4개 지역에 지역 내 고립·은둔 청(소)년만 전담 지원하는 '청년 미래센터(가칭)'가 설치된다. 공모를 통해 4개 광역시·도를 선정할 예정이다. 2년 동안 시범사업을 한 뒤 전국 확대를 추진한다.
고립·은둔 청년의 88.7%는 경제적 지원을 가장 원했다. 취업과 일 경험 지원(82.2%), 혼자 하는 활동 지원(81.7%), 일상생활 회복지원(80.7%)도 요구했다.
복지부는 고립·은둔 청년의 경제적 지원을 위해 초기 상담 시 사례 관리사의 판단에 따라 '청년 마음 건강서비스'에 의뢰돼 이용권을 지급받는다. 민간 기관에서 마음 건강 서비스를 총 10회 제공받을 수 있다. 가족과 떨어져 생활하는 1인 가구 청년은 돌봄·가사·병원 동행·식사 등에 사용하는 바우처를 받는다.
취업 실패, 이직 등의 과정에서 쉬고 있는 청년들을 대상으로 내년부터 청년 성장프로젝트(가칭)도 신설된다. 일자리를 잡지 못한 청년들이 부담 없이 지역사회로 나와 일상생활을 하고, 구직 의욕을 높이도록 자조 모임, 심리상담 등 제공하는 정책이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고립·은둔 청년만을 대상으로 한 정부의 첫 종합대책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다양한 청년 복지정책을 통해 이들을 폭넓게 지원해나갈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sdk199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