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광고주 향해 'F' 욕설 내뱉어
업계 전문가, X서 광고주 이탈 가속 전망
[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연일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반(反)유대계 발언은 물론 광고주를 향해 욕설까지 날리면서 그의 소셜미디어 엑스(X, 옛 트위터)에서는 광고주 탈출 러시가 지속할 전망이다.
로이터통신은 30일(현지시간) 더 많은 광고주들이 X에서 빠져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번 달 들어 광고주들은 머스크 CEO가 반유대 발언에 동조하면서 X에서 발을 빼고 있다. 이미 월트디즈니와 워너브러더스디스커버리는 이달 초 X 광고를 중단한 상태다.
사건의 시작은 지난 16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머스크 CEO는 반유대주의적 내용을 담은 게시글에 "당신은 실제 진실을 이야기했다"(You have said the actual truth)는 댓글을 달아 비난의 중심에 섰다.
머스크 CEO가 동조한 포스트에는 "유대인(공동체)은 그들이 자신들을 향해 사용하지 않았으면 한다는 변증법적 증오를 백인들을 대상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즉 유대인들이 백인에 대한 증오를 부추기고 있다는 얘기다.
이 같은 주장은 지난 2018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의 한 유대인 회당(시너고그)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의 범인의 믿음과 맥을 같이 한다. 당시 11명을 살해한 총격범은 유대인이 일부러 이민자를 유입시켜 유색인종 인구를 늘리고 백인 문화를 소멸시키려 한다는 '백인 학살 음모론'(White Genocide Conspiracy Theory)의 신봉자로 알려져 있다.
머스크 CEO는 또 미국의 유대인 권익 단체 반명예훼손연맹(ADL)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발언을 내놨다. 그는 "서방 다수가 유대인과 이스라엘을 지지하는데도 ADL은 서방 다수를 부당하게 공격한다"며 "이것은 그들의 교리에 따라 주요 위협이 되는 소수 집단을 비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것은 옳지 않으며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사진=로이터 뉴스핌] 2023.12.01 mj72284@newspim.com |
머스크 CEO는 투자자는 물론 백악관을 비롯한 정치권에서도 비난이 지속하자 이스라엘을 방문해 재건을 돕겠다며 상황을 수습하려 애썼지만 그의 노력은 전날 공개 행사에서 튀어나온 욕설로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전날 뉴욕타임스(NYT)가 주최한 행사에 참석한 머스크 CEO는 자신이 반유대주의를 의도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하면서도 광고주들이 X를 떠나고 있다는 사회자의 말에 발끈하는 모습을 보였다.
머스크 CEO는 "광고하지 말라"며 광고주들을 향해 'F'로 시작하는 욕설을 날렸다. 그러면서 "광고로 누군가가 나를 협박하려고 한다? 나를 돈으로 협박한다?"며 두 차례 연속으로 'F'로 시작하는 욕설을 내뱉었다. 이어 "안녕, 밥"이라며 X에 광고를 끊은 밥 아이거 디즈니 회장을 언급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X에서 더 많은 광고주가 이탈할 것으로 보고 있다. 머스크 CEO는 광고주 이탈로 X가 파산할 수 있다고 인정한 바 있다.
인사이더 인텔리전스의 제이미 엔버그는 "X를 망하게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일론 머스크이지 광고주가 아니다"며 "X가 무너진다면 머스크의 연이은 플랫폼 정책 결정과 직원 해고, 적대적 코멘트가 X의 주요 매출원을 쫓아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사태 이전에도 미국 기업들의 X 광고는 줄어들고 있었다. 미디어 분석 기업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10월까지 미국 기업들의 X 광고 지출은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64%나 급감했다.
모바일 데이터 분석 회사 센서타워에 따르면 지난달 애플과 IBM, 소니, 디즈니, 컴캐스트는 미국의 X 광고 지출에서 약 7%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서치 회사 데이터ai에 따르면 지난해 머스크 CEO의 인수 후 X의 월간활성사용자수(MAU)는 약 19% 줄었다.
디에이 데이비슨 앤 코의 톰 포테 애널리스트는 "최소한 단기적으로 더 많은 기업이 X에서 광고를 중단할 리스크(risk, 위험)가 있다"면서 "회사의 구독자 유치 노력이 더 중요해질 수 있고 이것은 어쩌면 매출의 절반을 구독에서 가져와야 할 것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대기업들의 이탈이 지속한다면 X는 매출 증가를 위해 소기업들에 의존해야 한다.
AJ벨의 러스 무드 투자 책임자는 "머스크는 트위터가 자신이 지불한 440억 달러보다 훨씬 더 가치가 적다고 발언한 바 있다"며 "광고주들이 어제 그의 발언에 깊은 불쾌감을 느낀다면 이런 상황이 빠르게 변하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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