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1심 일부 무죄 판단 이후 8개월여 만에 곽 전 의원 부자 기소
권 전 대법관 사건 재이송받았으나 현안 수사·특검 등 난관
[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검찰이 대장동 민간업자들의 컨소시엄 문제를 도와주고 대가를 수수한 혐의를 받는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을 추가 기소했다. 검찰의 '50억 클럽' 1호 사건이기도 했던 곽 전 의원 사건은 1심 뇌물 부분 무죄 판단 이후 재수사에 준하는 보강수사를 거쳐 마무리된 것이다.
50억 클럽으로 지목된 6명 중 곽 전 의원과 박영수 전 특별검사, 단 두 명에 대한 수사만 마무리된 만큼 다음 수사 대상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법조계 안팎에선 '재판거래 의혹'을 받고 있는 권순일 전 대법관이 다음 수사 대상이 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강백신 부장검사)는 31일 곽 전 의원과 그의 아들 병채 씨,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를 범죄수익은닉의규제및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화천대유자산관리에서 근무하던 아들 곽병채 씨를 통해 퇴직금 명목의 뇌물 50억원(세금 등 제외 25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이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3.10.25 pangbin@newspim.com |
곽 전 의원은 2021년 4월 김씨로부터 하나은행의 대장동 컨소시엄 이탈 방지 청탁 알선 대가 및 국회의원 직무 관련 뇌물로 25억원을 수수하면서, 이를 화천대유 직원이었던 병채 씨의 성과급 등으로 가장 및 은닉한 혐의 등을 받는다.
이번 기소는 지난 2월 1심이 곽 전 의원의 일부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이후 약 8개월여 만에 이뤄진 것으로, 검찰은 그동안 곽 전 의원과 병채 씨에 대한 보강수사를 진행해 왔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곽 전 의원과 박 전 특검 사건을 털어낸 검찰이 다음 50억 클럽 수사 대상으로 권 전 대법관을 지목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앞서 경찰로 권 전 대법관 사건을 이송했던 검찰이 지난달 27일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로부터 해당 사건을 재이송받았기 때문이다.
권 전 대법관은 2020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서 무죄 판결을 주도했으며, 퇴임 후 변호사 개업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김씨가 대주주로 있는 화천대유에서 매달 1500만원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현실적으로 권 전 대법관에 대한 검찰 수사가 어렵거나 상당히 지연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건을 맡고 있는 반부패수사1부가 최근 '대선 개입 허위 보도 사건' 등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고, 무엇보다 오는 12월 50억 클럽 관련 특검법 처리가 예상된다는 이유에서다.
[과천=뉴스핌] 백인혁 기자 = 권순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전 대법관)이 2020년 1월 13일 오후 경기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열린 "비례○○당"의 정당명칭 사용 가능 여부에 관한 결정안 전체회의에 앞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0.01.13 dlsgur9757@newspim.com |
국회는 지난 4월 50억 클럽과 김건희 여사 관련 특검법을 묶은 이른바 '쌍특검' 법안을 야당 주도로 통과시켰고,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됐던 두 법안은 지난 24일 본회의에 자동 부의됐다. 쌍특검 법안은 오는 12월 22일 이내에 상정돼야 하며, 상정되지 않을 경우 이후 열리는 첫 본회의에 자동 상정된다.
지난달 경찰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후 검토 중인 검찰이 본격적인 수사에 들어간다 해도 약 2개월밖에 남지 않은 것이다. 곽 전 의원과 박 전 특검 사건 수사도 수개월이 걸린 만큼 권 전 대법관 수사는 시간적으로 촉박한 상황이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50억 클럽 수사는 의혹 제기 후 상당한 시간이 걸린 것이 사실이고, 1심에서 곽 전 특검의 뇌물 부분 무죄 판단은 정치권의 특검법 도입 빌미를 제공한 것"이라며 "김 여사 사건이 함께 묶여 있어 정치적으로 모종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 한 가결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내다봤다.
특검이 도입되면 검찰은 수사를 중단하고 기록을 특검으로 모두 넘겨야 한다. 검찰은 특검법 도입 등 정치적·가정적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수사를 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일각에선 수사 동력이 크게 모자란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 법조계 인사는 "순차적으로 사건을 처리해 나가야 하는 검찰 입장에선 본인들의 손을 떠날 가능성이 큰 사건에 굳이 수사력을 집중할 이유가 없다"며 "불필요한 논란을 만드느니, 차라리 나머지 50억 클럽 사건은 특검으로 넘겨 처리하도록 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분석했다.
hyun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