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홍우리 기자 = 중국 정부가 결국 인지세를 인하했다. 침체 조짐을 보이고 있는 증시 부양을 위한 조치로, 신용거래 증거금을 낮춤과 동시에 상장사 대주주의 지분 매각도 제한하기로 했다.
베이징상바오(北京商報) 27일 보도에 따르면 중국 재정부와 세무총국은 이날 밤께 28일부터 인지세를 지금의 절반으로 인하한다고 밝혔다. 인지세는 거래세의 일종으로, 현행 인지세는 0.1%다.
당국은 "자본시장을 활성화하고 투자자 자신감을 진작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의 인지세 인하는 금융위기 때인 2008년 이후 15년 만이다. 지난 2007년 5월 하루 30만 명 이상의 신규 투자자가 유입되며 증시가 과열되자 당국은 인지세를 0.3%로 올렸었고, 이후 2008년 4월 증시가 급락하자 0.1%로 인하한 뒤 현재까지 유지해 왔다.
시장에서는 이달 초부터 인지세가 인하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경기 둔화 우려에 증시가 하락하고, 외국인 자금이 수 거래일 연속 중국 증시를 이탈했기 때문이다. 당국이 18일 증권사 등의 거래 수수료 인하를 주문하고 상장사들의 자사주 매입을 지원한다고 밝혔음에도 시장은 반응하지 않았다.
실제로 상하이종합지수는 지난주(8월 21~25일) 2% 이상 내리면서 3100포인트 아래로 밀려났다. 직전 마지막 거래일인 25일에는 3064.07포인트로 거래를 마감, 올들어 최저치를 찍었다. 같은 기간 촹예반지수는 3% 이상 급락하면서 2020년 5월 이래 최저 수준까지 내렸다.
외국인의 '셀 차이나' 움직임도 이어졌다. 북향자금(北向資金, 홍콩을 통한 A주 투자금)은 23일까지 역대 최장인 13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기록, 총 750억 위안(약 13조 6110억원)의 순매도를 나타냈다. 24일 순매수로 돌아섰지만 25일 다시금 순매도로 전환했다.
시장은 일단 당국의 인지세 인하를 반기는 분위기다. 과거 인지세를 인하할 때마다 증시가 상승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리다샤오(李大霄 잉다(英大)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인지세 인하는 당국의 증시 지원에 대한 분명한 태도를 보여주는 대형 호재"라며 "시장 안정에 도움을 주고, 투자자들의 거래 비용을 낮춰 거래량을 늘리는 데도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양더룽(楊德龍) 첸하이카이위안(前海開源) 펀드 수석 이코노미 역시 "인하세를 절반으로 낮추면 1년에 1000억 위안 규모의 거래 비용을 절감하게 되는 셈"이라며 "투자자들이 기다렸던 중대 호재로서, 단기적으로는 물론 장기적으로도 시장의 큰 폭 반등을 견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진 = 바이두] |
재정부 등이 인하세 인하 방침을 발표한 직후 증권감독관리위원회(증감위)는 증거금 인하 및 상장수 자사주 매각 제한 조치를 내놨다.
증감위는 주식 신용거래 시 적용되는 증거금 최저 비율을 현행 100%에서 80%로 인하하기로 했다며, 내달 8일 장 마감 이후부터 정식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24일 기준 장내 신용거래 잔액은 총 1조 5678억 위안으로, 증거금률이 여전히 높은 수준인 만큼 리스크를 통제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증거금률 인하는 레버리지 비용을 낮추는 것으로, "증거금률을 적절히 낮추면 신용거래 업무 기능의 활성화 및 자금의 시장 유입을 촉진하는 데 유리하다"고 증감위는 덧붙였다.
증감회는 또한 상장사들의 자사주 매각 요건을 강화했다. ▲주가가 발행가를 하회하거나 주가가 순자산가치를 하회할 경우 ▲최근 3년 간 현금 배당을 실시하지 않았고 누적 현금 배당액이 최근 3년 평균 순이익의 30% 미만인 경우 지배주주 및 실질 지배주주가 유통시장에서 자사주를 매각할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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