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평뉴타운 교통대책으로 추진돼 10년 만에 결국 무산
대통령·서울시장 공약인데...주민들 "2조 사업이 장난이냐" 반발
도심 접근성 열악, 교통호재 상실에 주택경기 위축 불가피
[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신분당선 서북부 연장(용산~삼송) 사업'이 좌초되면서 서울 및 수도권 서북부 일대 주민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 사업은 10여년 전부터 추진된 데다 윤석열 대통령과 오세훈 서울시장의 공약이었다는 점에서 주민들의 허탈감이 크다. 교통망 수혜가 예상됐던 서울 은평뉴타운과 경기도 삼송 등 서북부 지역은 신분당선 연장 좌초로 부동산 시장에도 악재를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 신분당산 서북부 연장선 10년 무산...주민들 "열악한 교통환경 개선하라"
24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용산에서 고양시 삼송신도시를 잇는 신분당선 서북부 연장 사업이 사업성 부족을 이유로 무산되면서 이 일대 주민들의 불만이 거세지고 있다.
은평뉴타운 내 A공인중개소 대표는 "신분당선 서북부 연장선은 이 지역 조성 때부터 나온 얘기라 지역민의 기대감이 매우 높았던 게 사실"며 "지하철 등 대중교통 이용이 불편한 상황에서 신분당선 연장사업이 좌초돼 지역민 불만뿐 아니라 부동산 시장에도 타격이 불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분당선 서북부 연장 노선도. [자료=서울시] |
부동산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10년을 기다렸는데 무산이라니 2조짜리 사업을 이리 쉽게 무산시킬 수 있나", "대통령 공약이라 믿고 기다렸는데 이젠 누굴 믿어야하나", "은평·삼송에 거주하는 10만여명을 무시하는 처사다" 등의 반발하는 글이 게재되고 있다.
신분당선 서북부 연장 사업은 용산역에서 삼송역을 잇는 노선으로 총길이 19.38㎞, 10개역으로 추진됐다. 이 노선은 지난 2012년 은평뉴타운 교통대책 중 하나로 처음 제시됐고 2016년 제3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포함되면서 가시화했다. 2019년 예비타당성조사 결과 경제성(B/C)이 기준선을 밑돌면서 추진에 어려움을 겪다가 2021년에 제4차 국가철도망 계획에 포함된 후 2022년 1월 다시 예비타당성조사에 들어가면서 사업 추진에 희망을 이어갔다.
하지만 최근 발표된 기재부 재정사업평가위원회 예비타당성 조사의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좌초됐다. 연장안의 B/C는 0.36으로 기준점인 1에, 종합평가(AHP)는 0.325로 기준점인 0.5를 한참 밑돌았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와 노선이 겹치는 데다 사업비가 애초 1조8000억원 정도에서 2조6000억원으로 불어난 게 발목을 잡았다.
◆ 교통망 대형호재 상실에 주택경기 위축 불가피
신분당 연장선이 지역민의 숙원사업이었다는 점에서 부동산 시장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은평뉴타운 일대는 조성된 지 10여년이 지났지만 지역 내부를 관통하는 도시철도 노선이 아직 없다. 지구 좌측을 지나는 서울지하철3호선 구파발역 하나 뿐이다. 삼송동 일대도 지하철3호선이 서울 도심을 연결하는 유일한 지하철 노선이다. 지역 내 거주민 10만여 명을 수용하기 어려운데다 서초로 이어지는 지하철3호선은 강남으로 바로 접근하기 불편하다는 점에서 지역민들이 신분당선 연장의 필요성을 제기한 것이다.
신분당선 연장사업이 무산된 이유인 '유사 노선' GTX-A도 정작 은평뉴타운, 삼송신도시 주민들에겐 '그림의 떡'이다. 개통돼도 가장 가까운 역사인 연신내역과 창릉역까지 버스, 지하철 등을 이용해 10~20분 이동해야 접근할 수 있다. 차라리 단지와 가까운 신분당선이 훨씬 유용하다는 게 현지 주민들의 이야기다.
삼송역 인근 B공인중개업소 실장은 "신분당선 연장선 기대감이 현재 시세에서 20~30% 반영된 것으로 보이는데 사업이 좌초되면서 상승 영력이 약화할 것"이라며 "투자로 매입한 집주인의 경우 거래할 수 있는 매도가격을 묻는 상담 전화가 늘어난 상태"라고 말했다.
은평뉴타운 조성 모습. [사진=뉴스핌DB] |
서울시는 사업성을 높여 사업 재개를 모색하고 있다. 오세훈 시장은 "이번 결정이 매우 안타까운 일이며 지역 주민의 최대 숙원사업인 만큼 시에서 심혈을 기울여 새로운 노선을 마련해 조속히 재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전문기관 용역을 통해 지역주민과 사업성을 모두 만족하는 대안 노선을 발굴할 계획이다.
리얼 & 인베스트먼트 민수진 센터장은 "윤 대통령과 오 시장의 선거 공약이었을 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열악한 서북부 대중교통 인프라를 감안할 때 지역민의 불만과 정부가 느끼는 부담이 적지 않을 것"이라며 "GTX, 경전철 등보다 지하철이 갖는 상징성과 파급력이 크기 때문에 은평뉴타운, 삼송 지역의 부동산 경기가 당분간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leed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