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 수요 꾸준히 늘어나는데 간병인 대폭 감소
간병비 제멋대로…주먹구구식 추가비용도 문제
계약서 없이 구두계약 관행…불만 있어도 속앓이
[세종=뉴스핌] 신도경 인턴기자 = 코로나19 당시 외국인 입국 제한, 고령‧핵가족화된 인구 구조로 인해 요즘 간병인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다.
수요는 꾸준히 늘어나는데 공급이 부족하자 간병비도 가파르게 상승하는 추세다. 특히 간병비 거래는 계약서도 없이 사적거래로 이뤄져 보호자는 한 달 400만원 지출이 발생하는데도 소득공제를 받을 수 없다.
◆ 간병인 하늘의 별따기…간병비 가파른 상승세
한국소비자원 조사 결과에 따르면 간병인 규모는 2018년까지 약 20만명까지 증가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시작된 이후 2022년 13만명으로 크게 줄었다.
반면 간병 수요는 늘고 있다. 이진선 서울대 간호학과 박사는 2021년 사적 간병 수요 규모를 추산했다. 환자 한 명이 1년간 병원을 찾은 횟수를 나타내는 '연간입원일 수'는 2009년부터 2018년까지 상승 곡선을 기록했다.
그만큼 사적 간병 수요도 늘었다. 추산한 연간 입원환자 중 간병이 필요한 횟수를 나타낸 '연간 간병 수요'는 2009년 6200만명에서 시작해 2018년 약 8900만명까지 도달했다.
공식 간병 수요 조사는 2018년 이후 없는 실정이다. 보건복지부는 "간병 수요를 추산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은 "간병 수요와 실태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답변했다.
전문가들은 간병 수요가 늘어났고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한다. 소비자원은 "연도별 사적 간병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며 "고령‧핵가족화로 인구 구조가 변화됨에 따라 향후 간병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노홍인 서울대 휴먼시스템의학과 교수는 "간병할 사람이 없다"고 진단했다. 그는 "고령화와 핵가족화가 된다는 것은 간병 받을 사람은 늘지만 간병할 자녀가 적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예전엔 자식이 많아 간병 품앗이를 했지만 현재 한국 가족 구성으로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 사적 거래 계약‧의료비 소득공제 대상 제외…주먹구구식 추가 비용
간병비가 '제멋대로'인 이유는 간병비 지급이 간병인과 환자 보호자의 사적 거래로 지급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소비자원이 지난해 5월 간병인 이용자 500명을 대상으로 간병요금 계약 실태를 조사한 결과 불공정 거래가 성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원은 "간병 서비스 요금이 업체가 아닌 간병인과 사적 거래로 이뤄지면서 불공정 거래 계약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간병인 용역업체, 협회는 대부분 간병인과 환자 보호자를 소개하는 업무만 맡는다. 이용자 69.4%는 병원, 업체가 아닌 간병인 개인에게 직접 간병 요금을 지급했다. 간병인 중개업체와 병원에 지급한 수치는 각각 39.4%, 10.6%였다(그래프 참고).
계약서도 없었다. 이용자 79.2%가 전화, 구두 등으로 계약을 맺었다. 소비자원은 128개 간병업체에 간병 요금 등을 쓴 계약서를 작성하는지 문의했다. 계약서를 작성한 업체는 8개뿐이다.
소비자원은 "계약서도 없고 간병인 요청으로 예상치 못한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상황"이라며 "공적인 표준계약서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사적 거래는 불투명한 간병 지급 방식도 초래했다. 간병인 대부분은 프리랜서다. 개인이 돈을 받을 방법은 계좌 이체나 현금 거래뿐이다. 소비자원 조사에 따르면 간병인 이용자 68.8%는 '계좌이체'로 간병비를 냈다. 현금지불 32.6%, 카드 결제가 12.8%였다.
사적 거래로 인한 불투명한 간병비 지급 방식은 현금 영수증 미발급을 초래한다. <뉴스핌>이 만난 보호자는 모두 "간병비가 계좌나 현금으로 지출돼 현금영수증을 받은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소비자원 조사 결과, 계좌 이체와 현금 지불 경험이 있는 이용자 중 76.5%는 현금영수증을 발급받지 못했다. 23.5%만 현금영수증 발급을 받았다. 현금영수증을 발급한 이용자 26.5%는 업체 대신 수수료도 부담했다.
소비자원은 128개 간병업체에 카드 결제 현금영수증 발급 가능 여부를 문의했으나 6개 업체만 가능했다. 소개 업무만 하는 간병인 용역 업체, 협회도 현금영수증 발급 의무 대상이 아니다. 간병인 개인은 현금 영수증을 발급할 수 없다. 간병비로 400만원을 지출하고도 증명할 수 없는 '깜깜이 돈'이 되는 것이다. 환자 보호자는 소득보다 많은 지출을 하고도 연말 정산 때 오히려 세금을 내야 한다.
외할머니를 간병하는 조 씨(29)는 이 같은 '사적 거래'와 '계좌 이체'를 간병비 지급 체계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았다. 조 씨는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고 가격표가 없어 적정 금액을 알 수 없고 원하는 대로 지급해야 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sdk199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