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동원그룹, M&A 바이오 사업 확장 시도 무산
지난해 LG화학·롯데바이오 중심으로 '빅딜' 이뤄졌으나
올해 지지부진…원인은 '시장 변동성'
자산 인수·금액 최소화로 M&A 진행중
[서울=뉴스핌] 방보경 기자 = 바이오업계에서 인수합병을 통해 사업을 확장하려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지만, 작은 규모에서 이뤄지거나 불발되는 등 성과가 변변찮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바이오 업계 인수합병 '빅딜' 이후로 시장 변동성이 높아지다 보니 기업들도 신중을 기하는 형국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오리온은 바이오텍 '알테오젠' 인수를 추진했으나 최종 단계에서 무산됐다. 인수 규모는 7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지난 3월 동원그룹의 '보령바이오파마' 인수 계획도 불발됐다. 이후 보령바이오파마는 6000만원이었던 인수 희망 금액을 낮춰서 5000만원 안팎으로 매각을 시도하고 있다. 국내 자산 시장에서의 바이오 인수합병(M&A)이 번번이 무산되거나 지연되는 모양새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7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를 정리하고 있다. 2022.03.07 yooksa@newspim.com |
지난해 LG화학, 롯데바이오로직스, 에스디바이오센서가 '통 큰' 인수를 단행했던 상황과는 사뭇 다르다. LG화학은 항암제 파이프라인 확장을 위해 아베오를, 롯데바이오로직스는 CDMO 사업을 위해 시라큐스 공장을 인수하면서 미국으로 사업 범위를 넓혔다. 에스디바이오센서는 체외진단 기업 메르디안 인수 당시 15억3199만달러(2조원)를 제시하면서 업계에서 M&A 기대감을 높였다.
올해 들어서는 글로벌 시장 전반에서 제약바이오 M&A 흐름이 부진하다. 아이큐비아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글로벌 제약시장에서의 M&A 딜은 68건으로 전년 동기 119건에 비해서 크게 감소했다. 딜의 평균 금액은 지난해보다 3배 이상 증가했으나, 지난 3월에 화이자가 씨젠에 430억 달러(약 65조원)를 투자한 건을 제외하면 증가율은 49%에 그친다.
국내 대기업들조차 합병에 섣불리 뛰어들지 않는 이유는 시장 변동성이 지속되기 때문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경기 침체기에 바이오텍 밸류에이션(기업가치)이 하락하면서 시장에 좋은 매물들이 저렴하게 나올 것이라고 관측했다. 다만 올해 들어 기준금리가 인상되고 고환율 기조가 계속되면서 기업 입장에서는 자금 조달 부담에 합병을 미루는 것으로 읽힌다.
시장에서는 상대적으로 위험하다고 여겨지는 지분 인수보다는 자산 인수가 이뤄지고 있다. CJ바이오사이언스가 4D파마의 마이크로바이옴 파이프라인을, 웰트가 페어테라퓨틱스의 편두통 파이프라인을 인수하는 식이다.
M&A 금액도 크지 않다. SK바이오팜이 이달 신사업을 위해서 M&A에 들이기로 결정한 금액은 4750만 달러(620억원)다. 지난해 LG화학이나 롯데바이오로직스에서 최소 2000억원을 인수합병에 들인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다만 장기적으로 볼 때는 바이오 업계에서 큰 규모의 M&A가 지속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셀트리온은 연말부터 신약개발 관련 인수합병에 속도를 낸다. SK바이오사이언스에서도 기간을 올해로 한정짓지 않고 mRNA와 세포유전자치료제(CGT) 분야에서 매물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M&A는 갑작스럽게 부상한 감이 있다. 코로나 막바지에 바이오 열풍이 시들해지면서 매물이 저렴하게 나왔는데 현재는 시장이 정상 궤도로 돌아온 거 같다"면서도 "바이오 성장에 대한 기대감은 여전히 크다는 점에서 M&A는 계속 이뤄질 것"이라고 전했다.
hell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