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 이어 1차관도 문외한...주택정책실장이 주택정책 총괄할 듯
실세 차관 임명에 국토부 업무 난맥도 예상
[서울=뉴스핌] 최현민 기자 = 주택 및 건설 분야 정책업무를 총괄하는 국토교통부 1차관에 사상 첫 낙하산 인사가 임명되면서 논란이 불거질 전망이다. '문외한'인 장관을 도와 업무를 수행해야할 차관직에 전문직종이 아닌 인사가 임명되면서 주택정책분야 업무 난항이 예상돼서다.
특히 국토부 1차관이 맡는 주택정책은 윤석열 정권 탄생의 동인이었던 '부동산 민심'의 중심인 만큼 비전문가 낙하산 인사에 대한 우려가 커질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김오진 차관의 입각에 대해 대통령실의 정부 장악을 위한 비서관들의 내각 참여 현상으로 보고 있다.
29일 대통령실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국토부 1차관으로 김오진(사진) 대통령비서실 관리비서관이 선임됐다.
김오진 신임 1차관은 1966년 경북 김천 출신으로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미국 미주리대 정치학과를 졸업했다. 이어 한양대에서 정치외교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안영근 한나라당 의원 보좌관으로 정계에 입문한 순수 정치인 출신이다. 이후 17대 대통령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전략기획팀 기획위원,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비서실 실무위원을 거쳐 이명박 정부에서 대통령실 총무1비서관으로 일했다.
지난해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 후보 캠프에 합류했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때는 청와대 이전 태스크포스(TF)에서 실무를 도맡아 했다. 이후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자 대통령실 이전 완료까지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관리비서관으로 임명됐다.
이번 개각으로 국토교통부 1차관으로 자리를 옮기게 됐지만 국토교통부 사상 처음으로 차관 인선을 낙하산으로 했다는 점에서 논란이 일 전망이다. 김오진 신임1차관은 한양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이후 줄곧 정치 경험을 쌓아온 만큼 국토교통과 관련해선 연관성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1994년 건설교통부 출범 이후 현 국토교통부까지 30년 동안 '낙하산 차관'은 처음인 것으로 꼽힌다. 정무적 판단으로 정치인 출신 장관은 많았지만 장관을 보좌해야할 실무책임자인 차관을 낙하산 인사로 채운 적은 없었다.
1994년 1대 유상열 차관으로 2008년 12대 이춘희 차관까지 건설교통부 차관은 모두 부처 공무원 출신이었다. 당시 건교부 장관은 모두 정치인 또는 기획재정부 출신 공직자가 임명됐지만 차관은 부처 출신 공직자가 맡았던 것이다. 2008년 출범한 국토해양부 역시 권도엽, 정창수, 한만희 1차관은 물론 이재균, 최장현, 김희국, 주성호 4명의 2차관 모두 건설교통부나 해양수산부 고위공직자 출신이었다.
2013년 박근혜 정부 이후 출범한 국토교통부 역시 마찬가지다. 1차관의 경우 1대 박기풍 차관부터 6대 윤성원 차관까지 6명의 차관이 배출됐지만 이 중 국토부 공직자 출신이 아닌 차관은 3대 김경환 차관 밖에 없다.
하지만 김 전차관은 오래 전부터 국토도시분야에서 몸을 담았던데다 차관 임명전 국토연구원장까지 맡은 바 있는 주택도시 관련 전문가로 꼽혔다. 특히 박근혜 정부의 주택 분야 공약인 행복주택을 설계한 인물로 알려졌고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초대 국토부 장관 후보에도 오른 바 있다.
교통분야를 담당하는 여형구, 최정호, 맹성규, 김정렬, 김경욱, 손명수, 황성규 7명의 2차관은 모두 국토교통부 공직자 출신이다.
하지만 이번 개각으로 1차관에 선임된 김오진 차관 내정자는 정치외교학을 공부하고 모든 경력을 정치인으로 보낸 인물인 만큼 주택정책 이해도가 낮을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대통령실 용산 이전 업무를 총괄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하지만 대통령실 용산 이전업무는 도시계획과 별다른 상관이 없다.
특히 장관인 원희룡 장관도 정치인 출신으로 주택정책 분야의 문외한인 점을 감안하면 장관을 보좌해 주택정책을 실제적으로 이끌어야할 실무총책임자 1차관마저 문외한을 낙하산 인사로 기용한 것에 업무 공백이 나올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제 주택정책실장이 1차관 대신 주택정책을 맡아야할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대통령실 비서관출신의 실세 차관 임명이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내년 총선 출마를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원희룡 장관은 국무총리 임명설도 떠돌고 있는 만큼 올 연말 장관직을 사임할 가능성이 높다. 이후 유력한 정치인 출신 장관이 오지 않는다면 대통령 복심인 실세 차관의 영향력은 줄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업무상 난맥도 우려된다.
이에 대해 전임 국토부 고위 공직자는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 역전세난 심화 등 부동산 관련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전문성 없는 실세 차관 임명이 바람직한 것 같지는 않다"며 "실세-비전문가 라인은 강력한 추진력이 필요한 장관으로 족한데 실무책임자인 1차관까지 굳이 낙하산인사로 기용해야할 지는 공감하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8월16일 '국민 주거안정 실현 방안'을 발표하며 향후 5년간 270만 가구 규모의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크게 ▲도심 내집 마련 기회 확대 ▲쾌적한 주거환경 조성 ▲주택공급 시차 단축 ▲끊어진 주거사다리 복원 ▲주택품질 제고 등 크게 5가지 공급 원칙이 담겼다.
min7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