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더멘털 호재에 '중국 대안' 평가까지
인도 증시, 외인 자금 유입 지속에 '사상 최고'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취임 후 처음으로 미국을 국빈 방문한 가운데, 인도 금융시장이 글로벌 투자자들 사이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 속에서도 아시아 역내 최고속 성장국가로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인도가 올해 금융시장 피난처로 주목받던 차에 모디 총리의 방문으로 미국과 인도의 '대중 견제' 밀착까지 두드러지면서 증시 낙관론이 확산되는 모습이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20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의 호텔에 도착해 취재진에 인사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 인도로 자금 유입 '봇물'
인도는 내수 확대 및 높은 성장률 유지 기대감, 강력한 기업 실적 및 정치적 안정 등을 내세워 투자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 4월 이후 인도 증시로 순유입된 외국인 자금은 87억달러(약 11조2000억원)에 달하며, 분기 기준으로 2020년 말 이후 최대를 기록할 전망이다.
꾸준한 자금 유입 덕분에 인도 대표 주가지수인 센섹스 지수는 21일(현지시각) 6만3523.15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고, 니프티50 역시 사상 최고가를 찍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난 4월 시작된 회계연도 2024년 이후 외국인 투자자들은 7967억8000만루피(약 12조5178억원)어치의 주식을 매입했고, 외국인 기관 투자자들은 이날 기준으로 4억8970만달러(약 6319억원)어치의 인도 증시를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정보업체 '퀵·팩트셋'의 지역별 지수에 따르면 인도증시 시가총액은 3월 말 이후 13% 늘어난 3조4000억달러로, 프랑스와 영국을 제치고 세계 4위로 올라섰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국내총생산(GDP)의 약 60%를 차지하는 강력한 개인 소비가 인도 주가 랠리 배경이라고 설명했고,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 역시 외인 자금 유입이 지속되는 이유다.
인도의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1년 전보다 4.3% 올라 25개월래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시장은 인도 중앙은행이 긴축 사이클을 종료하고 내년부터 금리 인하를 수 차례 단행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인도 콜카타 주유소에서 루피화 세는 사람 [사진=로이터 뉴스핌] |
◆ '중국 대안'으로 주목
모디 총리의 이번 국빈 방문을 두고 외신들은 애플이나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등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인도를 중국 대안 기지로 전환하려는 전략적 신호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이번 방문에서 모디 총리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테슬라의 인도 투자 기대감을 키웠고, 팀 쿡 애플 CEO를 비롯해,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 사티아 나델라 MS CEO 등도 만날 예정이다.
TD증권의 미툴 코테차는 "인도의 유망한 성장 전망, 비교적 젊은 인구, 중국의 대체지를 찾는 '차이나 플러스 원' 경향 강화 등은 분명 투자 유치에 도움이 된다"고 봤다.
그는 인플레 완화로 금리 여건이 개선됐고, 루피화도 안정세를 보여 올 하반기에도 이러한 외국인 순매수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물론 일각에서는 이미 높아진 밸류에이션과 몬순 우기로 인한 인도 소비 회복 지연, 중국 경제 반등으로 인한 인도 반사이익 축소 가능성 등에 대한 경고음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씨티그룹 이코노미스트 사미란 차크라보르티는 "높은 밸류에이션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은 인도에 대한 롱(매수) 포지션을 유지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러한 포트폴리오상의 흐름이 조만간 반전될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샤레칸 캐피탈마켓 전략대표 가우라브 두아는 인도 경제가 다년 간의 호황기에 들어갔다면서 "시장 내 고평가된 부분도 있겠지만 기회인 부분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수가 역대 최고 부근이라 해도 견실한 실적 성장세 덕분에 밸류에이션이 고점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