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화 된 대출금관리 구조에서 먹튀 가능해져
시행사 제출 자료 만으로 부대사업비 조기 지출
[합천=뉴스핌] 이우홍 기자 = 경남 합천영상테마파크 내 호텔건립사업 시행사 대표의 250억원 '먹튀' 사태가 발생한 데는 PF금융 대주단 A증권과 시행사 대표 간의 유착이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A증권과 사업시행사는 대출약정을 맺으면서 550억원의 전체 PF사업비를 금융관행과 다르게 공사비(300억원)와 공사비 외 부대사업비(250억원)로 나눠 관리하도록 계약했다. 이러한 비상식적 구조를 활용해 A증권이 시행사의 실제 사업추진 여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부대사업비 250억원을 지출한 정황이 짙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250억원 먹튀 사태는 호텔건립사업 PF대출에 대한 합천군의 허술한 행정처리와 함께 대출금 집행과 관련한 금융회사와 시행사의 유착 구조가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경남 합천영상테마파크 내에서 추진되다 최근 중단된 호텔 조감도 [사진=합천군] 2023.06.12 |
12일 뉴스핌 취재를 종합하면, A증권과 시행사 모브호텔앤리조트(구 합천관광개발 유한회사)는 지난 2021년 9월에 합천군과 시행사가 체결한 이 사업 실시협약의 바탕위에서 그해 12월에 550억원의 PF사업비 대출약정을 맺었다.
그런데 양측은 부동산 PF사업비를 하나의 신탁사에 맡겨 관리하도록 하는 금융관행과 다르게 호텔건립 공사비와 부대사업비를 따로 관리하도록 계약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공사비 관리는 신탁회사에 맡기는 대신 부대사업비는 A증권 신탁팀에서 자체 관리하는 대출금관리방식을 채택한 것이다.
그 결과, 하나자산신탁에서 수탁한 호텔건립 공사비는 현재 공정 터파기 단계에서 300억원 중 약 34억원이 지출되고 나머지는 그대로 남아있다.
반면 A증권에서 관리하는 부대사업비 250억원은 자금 성격 상 대부분 호텔건물 완공 단계에서 지출되야 하는 데도 A증권의 허술한 대출금지출로 인한 시행사 대표의 먹튀로 현재 잔액이 거의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A증권과 시행사가 이 사업 PF자금을 공사비와 부대사업비로 나눠 집행하도록 약정한 대출구조에서 먹튀가 원천적으로 가능해졌고, 이는 양측의 유착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해석이다.
실제로 호텔건립 본 공사는 현재 공정율 6% 단계에 불과한데도 호텔건물 완공단계에서 지출되야 할 인테리어 공사와 집기류 구입, 조경공사 등의 부대사업비 250억원은 잔액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과정에서 A증권은 시행사 대표 K씨가 기본적인 서류만 갖춰 제출하면 실제 사업추진 여부를 제대로 확인 않은 채 지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PF업계의 한 관계자는 "구체적인 대출약정 조항은 잘 모르지만, 어떻게 약정했던 간에 시행사에서 공사기성내역서 등의 대출금 인출요청서를 제출하면 A증권 담당자가 현장에 나가서 실제 공사추진 여부를 확인한 뒤 지출하는 것이 정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인테리어 공사비 등의 부대사업비는 호텔건물 완공 단계에서 지출되야 할 항목"이라며 "그런데도 대출금집행 적정성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건물공사 터파기 단계에서 모두 지출됐다는 것은 금융사와 업체 간의 결탁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뉴스핌은 이런 의문을 풀기 위해 최근 A증권에 몇가지 질문했다.
질문 내용은 ▲금융관행과 다르게 PF대출금 관리가 2곳으로 나눠진 이유 ▲당초 사업추진 일정보다 훨씬 빠르게 부대사업비가 전액 지출된 이유 ▲그 과정에서 어떤 증빙자료가 제출됐는지 ▲지방자치단체가 어떤 이유에서 550억원 채무보증을 섰는 지 ▲수백억원 채무보증자인 합천군이 왜 대출약정에서 빠졌고, 대출금 집행과정에서 아무런 견제·감독기능을 수행할 수 없었는 지 등이다.
그러나 A증권은 지난 5일 발송한 본지의 이메일 질문에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는 것은 물론 이후 수차례 전화에도 응답하지 않는 상태다.
woohong12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