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까지 나선 투자유치...마이크론·TSMC 등 결실
"마이크론 日투자 10나노 반도체, 韓기업과 경쟁 가능"
[서울=뉴스핌] 김지나 기자 = 일본이 자국 반도체 산업 경쟁력을 다시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일본 투자가 잇따르고 있다. 최근 마이크론이 일본의 대규모 투자를 결정한 것을 두고, 일각에선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위협이 될 수 있단 우려도 있다.
19일 외신 등에 따르면 전날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삼성전자 등 외국 반도체 생산업체·연구기관 7곳 대표들과 만나 일본 투자 확대를 요청했다. 기시다 총리는 이 자리에서 범정부적으로 외국 기업이 일본에 투자를 늘리게 하고, 반도체 산업 지원에 힘쓰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18일 오전 총리관저에서 글로벌 반도체 기업인들과 소통하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왼쪽에서 두번째). 경계현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사장(오른쪽에서 세 번째)도 참석했다. [사진=블룸버그] |
일본 정부의 이 같은 모습은 일본이 산업적으로 이렇다 할 미래 성장 동력이 없는 상황에 한 때 잘 나갔던 반도체 산업을 부흥시키려는 움직임이란 분석에 무게가 쏠린다.
일본의 반도체는 1988년까지만 해도 세계 시장 점유율 50%를 차지하며 주도권을 쥐고 있었다. 당시 미국의 반도체 시장 점유율은 35% 남짓이었고, 한국을 포함한 다른 아시아 국가의 반도체 산업은 일본 반도체와 비교를 할 수 없을 정도로 미약했다.
하지만 1989년 이후 일본에 '잃어버린 30년'으로 불리는 장기 불황이 시작됐고, 반도체 기업들의 투자 역시 위축되기 시작했으며 그 틈을 삼성전자와 같은 다른 반도체기업들이 파고들었다. 그 결과 2019년 기준 일본의 전 세계 반도체 시장 점유율은 10% 수준까지 내려앉았다.
일본의 반도체 산업이 크게 위축된 상황에 반도체 산업은 전 세계적으로 국가 안보와 맞물려 산업적 지위가 커졌고, 일본 정부는 반도체 산업의 불씨를 다시 살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이다.
일본 정부의 이 같은 노력은 외국 반도체 기업 투자 유치로 결실을 맺고 있는데, 대표적인 예가 마이크론의 일본 대규모 투자 결정이다. 전날 외신 등은 마이크론은 일본에 5000억엔(약 4조8500억원)을 투자해 10나노 6세대 공정의 차세대 D램을 생산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올해 2월엔 TSMC가 일본에 1조엔(약 9조 7000억원)을 들여 두 번째 공장을 설립할 계획이란 소식이 나오기도 했다. 투자액의 절반은 일본 정부가 보조금을 통해 지원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일본의 반도체 산업 부흥 전략이 성공할 경우, 우리나라 반도체 기업에 위협이 될 수 있단 우려도 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마이크론이 일본 투자를 통해 생산하겠다는 하는 것은 10나노 반도체인데, 이 경우 우리나라 기업들과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될 수 있다"면서 "일본 입장에선 성장 동력이 없는 상황에 반도체 산업을 부활시키고자 하는 욕심이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일본이 지금 와서 반도체 산업에 투자한다고 해서 없던 메모리 경쟁력이 하루아침에 생기긴 어려울 것"이라며 "기업들 입장에선 단순히 보조금 규모만으로 투자를 판단하진 않았을 것이고, 여러 가지 실익을 따져 일본 투자를 결정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abc12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