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박상욱 기자 = 프로스포츠의 냉혹한 승부만큼 프로선수의 몸값도 냉정하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인기 선수는 수백억원을 받지만 산하 마이너리그 선수들은 많아야 수억원, 적게는 수천만원이다. 눈물 젖은 빵을 먹으며 메이저리그를 향해 달린다. 지난달 흥국생명과 FA계약을 맺은 프로배구 선수 김연경(35)의 몸값 '7억7500만원'(연봉 4억7500만원, 옵션 3억원)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뜨겁다. 한국 프로배구에서 가장 인기 많은 '식빵언니'는 과연 '냉정한' 대접을 받고있을까?
지난달 흥국생명과 FA계약을 맺은 김연경. [사진 = 흥국생명] |
2021년 도쿄올림픽 후 중국 리그로 갔다가 2022~2023시즌에 돌아온 김연경은 V리그 전체 흥행을 좌지우지했다. 최다 관중 경기 1∼13위가 모두 흥국생명의 홈 경기였을 정도로 '배구 여제'의 인기는 대단했다. 한국배구연맹(KOVO)이 집계한 전반기 남자 경기 관중은 8만8869명, 여자 경기 관중은 14만9215명으로 여자부 경기 관중 수가 6만명 이상 많았다. 김연경은 터키리그에서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약 14억~20억원의 고액 연봉을 받으며 높은 인기와 활약에 합당한 '프로다운' 대우를 누렸다. 기량과 인기에 걸맞게 세계 남녀 프로배구 선수 중 최고 연봉을 받았다.
'배구의 신' 김연경은 프로골프의 타이거 우즈나 프로농구의 마이클 조던과 닮았다. 우즈와 조던 모두 차원이 다른 실력과 범접할 수 없는 카리스마로 골프와 농구를 세계적인 인기 스포츠 반열로 올려놓았다. 김연경 역시 태극마크를 달고 뛰어난 기량을 뽐내며 국제대회에서 많은 업적을 쌓았다. 거침없는 카리스마로 적지 않은 후배들을 이끌며 좋은 귀감이 됐다. 수많은 프로배구팬들을 TV 앞으로 끌어 모았으며 한국 프로배구의 인프라 발전에 막대한 영향력을 끼쳤다. 아무리 남과 여, 종목의 위상 차이를 감안해도 김연경의 몸값은 우즈와 조던이 누렸던 엄청난 금전적 보상에 비해 너무 초라하다.
특정팀의 스타선수 독점, 선수 간 위화감 방지 등 샐러리캡 제도의 도입 취지는 좋지만 남자보다 인기가 높아진 여자배구 샐러리캡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는 점은 이해하기 어렵다. 남자부 샐러리캡은 31억 원으로 여자부보다 8억 원이 더 많다. 또 특정 선수에게 얼마 이상을 주면 안 된다는 규정도 없다.
프로축구나 프로골프 등은 남녀 우승 상금이나 몸값 차이가 적지 않다. 하지만 프로테니스처럼 우승상금 남녀 평등이 일찍 실현된 경우도 있다. 1973년 US오픈이 남녀 우승 상금을 동일하게 적용했다. 이후 세계여자프로테니스협회(WTA)의 노력으로 호주 오픈(2001년), 프랑스 오픈(2006년), 윔블던(2007년)이 연이어 규정을 바꿔 남녀 '차별'을 없앴다. 올해 첫 메이저 대회인 호주오픈 테니스 대회 남녀 단식 우승 상금이 297만5000 호주달러(약 25억6000만원)으로 똑같다. 남녀 선수 간의 지나친 상금과 몸값의 '차이'를 '차별'로 보는 세계 프로스포츠계의 목소리를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김연경은 2018년 SNS를 통해 남녀 배구 샐러리캡의 차이가 크다며 답답한 속내를 드러낸 적이 있다. 그는 "점점 좋아지는 게 아니고 뒤처지나. 이런 제도라면 나는 한국에서 못 뛰고 해외에서 은퇴를 해야 될 것 같다"라고 토로했다. 그러나 김연경은 지난달 2022~2023 V리그 여자 정규리그 MVP로 뽑힌 뒤 "해외에서 뛰는 건 생각하지 않는다. 한국 생활에 만족하고 있고 팬들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한국에서 뛰는 게 좋고 여기서 마무리하고 싶다"고 밝혔다.
김연경의 '7억7500만원'은 일반 샐러리맨들에겐 많은 돈이다. 하지만 한국프로배구의 흥행을 이끄는 그의 몸값에 비한다면 '열정페이'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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