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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미 시인 대검 강연…"미투 촉발한 괴물, 사회가 키워"

기사입력 : 2023년05월03일 14:17

최종수정 : 2023년05월03일 14:17

2017년 시 '괴물' 통해 고은 성추행 폭로
명예훼손 소송에서 1·2심 승소, 판결 확정
본인 작품 소개와 함께 미투 이후 삶 전해

[서울=뉴스핌] 김신영 기자 = 고은 시인의 성추행을 폭로하며 문단계 '미투(Me too) 운동'을 주도한 최영미 시인이 "사법부는 힘없는 사람들이 마지막으로 기댈 수 있는 최후의 보루"라고 말했다.

최 시인은 3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초청 특별강연회에 참석해 '미투 그 이후의 삶'을 주제로 강연을 펼쳤다.

[서울=뉴스핌] 김신영 기자 = 최영미 시인이 3일 오전 대검찰청에서 특별강연을 진행하고 질문을 받고 있다. 2023.05.03 sykim@newspim.com

최 시인은 2017년 계간지 '황해문화'에 시(詩) '괴물'을 발표하면서 고은의 성추행 사실을 세상에 알렸다. 시에는 고은의 이름이 직접적으로 등장하지는 않았지만, 그를 추정할 수 있도록 'En 선생'이라 지칭하거나 노벨상을 일컫는 '노털상' 후보로 거론됐다고 표현했고 성폭력 정황 또한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이에 고은은 최 시인이 허위 사실로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지만 1심과 2심에서 패소했고 상고를 포기해 패소 판결이 확정됐다.

최 시인은 "고은 시인으로부터 고소장을 받고 재판을 많이 경험해 본 주변 지인들을 만나 조언을 얻었다"며 "한 지인이 사법부는 너처럼 힘없는 사람들이 기댈 수 있는 우리 사회의 마지막 보루라고 말해줬다. 그전까진 내가 기댈 수 있는 보루라고 생각해보지 않았다"고 경험담을 전했다.

그는 2019년 펴낸 시집 '다시 오지 않는 것들'에 수록된 시 '바위로 계란 깨기'를 소개하며 미투 이후 고은과의 소송에서 힘들었던 일화를 꺼내 들었다. 해당 시는 '나는 내 명예가 그의 명예보다 가볍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구절로 시작된다.

최 시인은 "한 인터뷰에서 누군가 고은의 문학적 지위와 최영미는 비교가 안 된다며 미투 운동을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 주장하더라"며 "그 말을 듣고 상처받았고, 단 한 번도 스스로를 계란이라 생각하지 않았고 고은도 바위라고 생각하지 않았기에 이해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계란이 아니라는 걸 증명하고 싶어서 '바위로 계란 깨기'라는 시를 썼다"며 "소송 과정을 변호사에게 맡기고 대충 넘어갈까 생각도 했었지만, 이를 계기로 모든 것을 걸고 싸우기로 결심했고 변론기일에 한 번도 빠짐 없이 나갔으며 재판을 일일이 다 챙겼다"고 했다.

최 시인은 1990년대 문단계 술자리 모임을 나가면 두 번에 한 번꼴로 성희롱당했고, 이로 인해 나중에는 작가회 모임을 탈퇴했다고 밝혔다. 그중에는 고은으로부터 당한 성희롱 피해도 있었으며 미투 운동을 촉발한 작품 '괴물'의 발단이 됐다.

최 시인은 "괴물을 쓰면서 특히 마지막 두 행(괴물을 키운 뒤에 / 어떻게 괴물을 잡아야 하나)을 공들여 썼다"며 "괴물은 우리 사회가 키웠고, 이 사회에서 잡아야 한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최 시인은 본인이 시인이 되는데 큰 영감을 줬던 존재로 그리스의 여성 시인 '사포(Sappho)'를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서양 문학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으로 꼽히는 사포는 단순히 여성 시인을 넘어 서양 문화를 디자인한 한 명의 여성"이라며 "아주 쉬운 언어로 인생의 가장 깊은 곳을 건드렸고, 일상어가 가진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낸 시인"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내가 오늘 왜 이 자리에 왔을까, 어떻게 작가가 됐을까 생각하던 중 중학교 무렵 일기장을 봤는데 사포의 시가 있더라"며 "사포의 절묘한 수사학을 어릴 적부터 좋아해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최 시인은 검찰 구성원들을 향해 "검사분들도 좋은 시를 많이 읽으면 좋겠다"며 "범죄자에 대한 상상력을 키우기 가장 좋은 게 시"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검찰 개혁이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너무 시끄러운 논쟁은 싫다"며 "앞으로 잘해주시리라 믿고 무한한 신뢰를 보낸다"고 전했다.

이날 특별강연회는 대검 양성평등정책담당관실이 주최했다. 이원석 검찰총장과 대검 간부 및 직원들이 참석해 강연을 경청하고 최 시인과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대검은 "일상의 언어로 기득권의 위선과 부패를 고발하는 시를 발표하며 삶의 부침 속에서도 자신을 잃지 않고 용기 있는 행보를 보여 온 최 시인을 초청해 한국 사회와 검찰에 대한 시인의 통찰을 듣는 시간을 가졌다"며 "앞으로도 사회 각계의 인사들을 초청해 생생한 목소리를 경청하고 국민의 안전하고 평온한 일상과 행복한 삶을 지키는 검찰 본연의 업무 역량을 키워 나가겠다"고 밝혔다.

sykim@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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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탄핵안 "기각" 47.1% vs "인용" 46.7% [서울=뉴스핌] 신정인 기자 =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지 39일 만에 헌법재판소가 탄핵안을 기각해야 한다는 여론과 인용해야 한다는 여론이 팽팽했다. 이는 보수층의 결집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비호감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미디어리서치가 종합뉴스통신사 뉴스핌의 의뢰로 지난 1월 20~21일 양일간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1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ARS(자동응답시스템) 조사에서 "비상계엄 선포와 내란 혐의 등을 이유로 윤 대통령을 탄핵소추한 국회 측이 탄핵소추안에서 형법상 내란죄를 배제했는데 헌법재판소가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에 대해 어떤 결론을 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응답자 47.1%는 '기각해야 한다'고 답했다. '인용해야 한다'고 답한 사람은 46.7%, '잘모름'은 6.2%였다. 성별로 보면 남성은 ▲인용해야 한다 44.6% ▲기각해야 한다 50.4% ▲잘모름 5.0% 등이다. 여성은 ▲인용해야 한다 48.8% ▲기각해야 한다 43.8% ▲잘모름 7.4% 등이다. 연령별로 보면 인용해야 한다는 응답은 ▲50대 58.4% ▲40대 56.0% ▲만18~29세 48.5% ▲30대 43.2% ▲60대 42.6% ▲70대 이상 27.1% 순이다. 기각해야 한다는 응답은 ▲30대 54.8% ▲70대 이상 52.5% ▲60대 51.7% ▲만18~29세 49.6% ▲50대 39.3% ▲40대 37.6% 순이다. 지역별로는 광주·전남·전북에서 인용해야 한다는 응답(62.4%)이 가장 높았다. 이어 ▲강원·제주 57.2% ▲경기·인천 48.2% ▲서울 46.3% ▲부산·울산·경남 40.6% ▲대구·경북 40.2% ▲대전·충청·세종 39.5% 등이 뒤를 이었다. 기각해야 한다는 응답은 대전·충청·세종(55.5%)이 가장 높았다. 이어 ▲대구·경북 50.8% ▲부산·울산·경남 49.6% ▲경기·인천 48.4% ▲서울 47.5% ▲강원·제주 31.9% ▲광주·전남·전북 31.3% 순이다. 지지 정당별로 보면 인용해야 한다는 응답은 ▲조국혁신당 지지자 87.6% ▲더불어민주당 지지자 87.4% ▲지지정당 없음 63.5% ▲개혁신당 47.8% ▲기타정당 46.5% ▲진보당 33.9% ▲국민의힘 9.3% ▲잘모름 0% 순이다. 기각해야 한다는 응답은 ▲국민의힘 85.0% ▲개혁신당 36.9% ▲기타정당 36.7% ▲지지정당 없음 26.6% ▲진보당 19.4% ▲더불어민주당 7.8% ▲조국혁신당 5.3% ▲잘모름 0% 순이다. 김대은 미디어리서치 대표는 "조사결과를 보면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기각'이 '인용'보다 한계허용 오차범위 내에서 높게 응답이 나왔다"며 "다만 '기각해야 한다'와 '인용해야 한다'는 답변이 팽팽한 것은 정부·여당과 야당 간의 대립이 극심한 상황에서 발생했기 때문에 탄핵 결정 시 국론 분열 가능성이 더욱 크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헌법재판소는 이런 정치적 영향과 파급효과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탄핵 심판의 최종 결론을 내려야 한다"며 "단순히 법적 기준만이 아니라 국가와 국민에 미칠 수 있는 정치적 영향까지 균형 있게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정치 전문가들은 이같은 흐름을 '보수 지지층의 과표집'으로 보고 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뉴스핌과의 통화에서 "조기 대선이 다가오면서 극우 성향을 중심으로 '이재명은 안 된다'는 심리가 뭉치고, 이들이 여론조사에도 적극적으로 응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상황에서 진보층도 나름대로 뭉쳐있다 보니 '윤석열 대 이재명' 양당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도 "지금 여론조사 응답자 중의 다수는 보수층으로 보인다. 스스로 보수라고 생각하는 의견들이 의도치 않게 과표집 되면서 윤 대통령 쪽으로 표가 몰리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중도층에서도 공수처 수사와 이재명에 대한 비호감도가 높은 사람들이 국민의힘을 전략적으로 선택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번 조사는 무선 RDD(무작위전화걸기) 활용 ARS를 통해 진행됐다. 성별, 연령별, 지역별 인구비례할당 후 무작위 추출 방식으로 표집했으며, 2024년 12월 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를 기준으로 성·연령대·지역별 가중치를 부여했다. 신뢰 수준은 95%, 표본 오차는 ±3.1%p, 응답률은 7.8%다. 자세한 조사 개요 및 내용은 미디어리서치 홈페이지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allpass@newspim.com 2025-01-2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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