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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검찰, '2.3조원 규모 담합' 한샘·에넥스·넥시스 등 무더기 기소

기사입력 : 2023년04월20일 11:52

최종수정 : 2023년04월20일 11:52

순번 정한 뒤 가격 담합…檢 "아파트 분양가 상승에 효과"
"공정위 '자진신고' 제도와 조화롭게 운영할 것"

[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검찰이 국내 가구회사들의 입찰 담합 의혹과 관련해 8개 가구사 법인과 관련자들을 재판에 넘겼다. '카르텔 형벌감면제도(리니언시)'가 최초로 적용된 사례로, 검찰은 이번 결과를 바탕으로 유관기관과의 협력하에 담합 행위에 엄정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이정섭 부장검사)는 20일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독점규제및공정거래에관한법률 위반 등 혐의로 한샘 등 8개 가구사와 가구사별 전현직 최고책임자 등 12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범행수법 예시. [제공 = 서울중앙지검]

◆ 檢 "가구 업계 담합 관행 끊기 위해 8개 업체 선정"

검찰은 2014년 1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24개 건설사가 발주한 전국 아파트 신축 현장 약 780건, 약 2조3000억원 규모의 특판 가구 입찰 담합에 대한 수사를 벌여왔다.

소위 '빌트인 가구'로 불리는 특판 가구는 싱크대, 붙박이장과 같이 아파트 등 대단위 공동주택의 신축과 재건축 등 사업에서 공동주택의 시공과 함께 주택에 부착·설치되는 가구를 말한다.

이번에 기소된 가구사는 한샘, 한샘넥서스, 넵스, 에넥스, 넥시스, 우아미, 선앤엘인테리어, 리버스 등 8개 업체로, 이들은 빌트인가구를 입찰하는 과정에서 낙찰예정자 및 투찰가격 등을 합의하고 써내 부당한 공동행위를 하고 건설공사에 있어 공정가격을 방해할 목적으로 입찰한 혐의를 받는다.

구체적으로 이들은 가구 입찰 과정에서 현장설명회 전후로 모여 낙찰받을 순번을 합의했다. 낙찰 예정사는 타 가구사에 전화나 이메일 등을 통해 입찰가격 및 견적서를 공유해 낙찰업체보다 높은 가격으로 써내고, 건설사로부터 낙찰받은 업체는 높은 공급단가로 신축 아파트나 오피스텔에 시공했다.

검찰은 이같은 행위가 장기적으로 아파트 분양 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했다. 이 부장검사는 "건설업계에서는 분양가 상승에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며 "아파트 분양가는 땅값과 건축비, 가구비는 건축비의 일부다. 분양가를 미리 정해놓고 분양하면 담합 효과가 건축비를 부풀리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 업체는 주로 '과다한 경쟁으로 인해 이익 확보가 되지 않아 회사가 망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이날 이 부장검사는 "자유시장경제에서 경쟁질서 회복은 경쟁력 있는 기업은 살아남고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기업은 죽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경쟁력 없는 기업들이 살아남기 위해 이런 방법을 쓸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자유시장경제와 맞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을 수사 대상 업체로 선정한 이유는 가구 업계의 담합 관행을 끊는 것이 목표였기 때문"이라며 "상위 매출과 담합 개수가 100개 이상인 업체로 선정했고, 이는 매출 순위와도 일치한다"고 덧붙였다.

◆ '형벌감면제도' 도입 후 최초 적용

이번 사건은 검찰이 최초로 카르텔 형벌감면제도를 통해 직접 수사에 착수한 사건이다. 형벌감면 제도는 담합을 자발적으로 신고하고 성실하게 수사에 협조한 자는 형을 면제하거나 감경하는 제도로, 2020년 12월부터 대검찰청 예규로 시행되고 있다.

대검은 지난해 5월 이번 사건과 관련 현대리바트의 형벌감면신청을 접수하고 같은 해 9월 중앙지검에 사건을 송부했다. 수사팀은 지난 1월부터 자진신고 업체 및 건설사 관련자 등 20여명을 조사하는 등 수사를 진행해 지난 2월 관련 가구사들을 압수수색했다.

이후 검찰은 지난 3월까지 가구사 관련자 등 30여명을  조사했으며, 지난 12일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에 가구사 8곳과 임직원 12명 등에 대해 고발을 요청했다. 담합을 자진 신고한 현대리바트는 기소 면제 처분을 받았다. 

이 부장검사는 "지침상 가장 먼저 자진신고한 업체가 충실히 조사에 응하면 형벌을 감면받게 된다"며 "자진 신고는 정의로운 사건 수사를 위해 예외적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누가 빨리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 부장검사는 "이번 사건 신고는 검찰과 공정위에 모두 접수돼 검찰 수사와 공정위의 행정조사가 동시에 이뤄졌다"며 "양 기관은 수사와 조사가 동시에 이뤄지는 특수한 상황을 반영하고 처분의 정합성을 확보하기 위해 여러 차례 고위급·실무급 간담회를 개최하는 등 긴밀하게 소통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 담합 사건 수사·조사를 위해 검찰의 형벌감면제도와 공정위의 자진신고 제도가 존재하는바, 양 제도가 조화롭게 운용돼 담합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유관기관인 공정위와 긴밀히 협의하는 등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hyun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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