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반도체·전기차 모두 강점인 韓 '유리'
전문가들 "친환경차 중심 전략, 현대차그룹에 이득"
[서울=뉴스핌] 정승원 기자 = 미국 환경보호청(EPA)가 미국 내 전기차 보급을 강화하는 내용의 배기가스 규칙 초안을 공개한 가운데 현대자동차그룹에는 이번 조치가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EPA는 12일(현지시간) 미 승용차 및 소형트럭에 대한 새로운 배기가스 배출 규제안을 공개했다.
[사진= 현대차그룹] |
규제안에서는 전기차 판매 규모나 비중을 명시하지 않았다. 하지만 규제안대로라면 오는 2032년에는 승용차의 67%를 전기차가 차지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는 당초 2030년 미국 내 신차의 50%를 전기차로전환하겠다는 바이든 대통령의 계획보다 빠른 것이다.
EPA는 차량 운행 5년 또는 주행거리 6만2000마일(9만9779km) 이내에는 원래 배터리 성능의 80%, 8년/10만마일(16만km)까지는 70%를 유지하도록 하는 전기차 배터리의 내구성 및 품질보증 기준도 새로 제시했다. 이번 새로운 배출 기준 규제안을 60일 의견 수렴을 거쳐 확정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배출가스 규제안이 전기차 부문에서 경쟁력을 갖고 있는 현대차그루벵 오히려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바탕으로 아이오닉5, 아이오닉6, EV6 등의 전기차 모델의 상품성을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았고 올해는 첫 준대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EV9을 출시할 예정이다.
여기에 오는 2030년까지 24조원을 투자해 글로벌 전기차 톱3를 목표로 한다는 계획이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이번 배출가스 규제안이 현대차그룹에는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 한국은 배터리, 반도체, 전기차 등 모든 꼭짓점을 갖고 있다"며 "현대차그룹은 독일 3사보다도 전기차 부문에서는 준비가 돼 있다고 볼 수 있다. 전기차 분야에서 충분한 경쟁력이 있기 때문에 앞서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현대차그룹이 최근에 24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지만 EPA 규제안은 그보다도 더 강력하다"며 "EPA의 조치가 그대로 간다면 현대차그룹의 전동화 전략 역시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도 "내연기관은 유럽이나 독일의 자동차 브랜드가 세계적인 수준이지만 전기차는 한국이 우위를 갖고 있다"며 "EPA의 발표는 자동차 시장의 판도가 보다 더 친환경차 쪽으로 간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EPA 규제안이 그대로 관철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 교수는 "미국의 전기차 전환이 지나치게 과도한 면이 있다. 미국 정부가 정책을 밀어붙이더라도 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미국 내 글로벌업체들이 따라갈 수 있어야 하는데 쉽지는 않을 것"이라며 "이들 업체가 미국 정부의 정책을 따라가지 못한다면 정책 수정도 불가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대차그룹이 전동화에 속도를 내면서 보다 다양한 전기차를 생산해야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이 교수는 "전기차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점유율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저가형 전기차의 생산라인을 구축해야 한다"며 "여기에 오너 드라이버가 아닌 쇼퍼 드리븐형 럭셔리 전기차도 생산한다면 보다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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