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F-CSIS 한미경제안보포럼 기조연설서 강조
"바세나르체제 대체할 '신 수출통제체제' 필요"
[서울=뉴스핌] 이영태 기자 = 박진 외교부 장관은 23일(현지시각) 한국국제교류재단(KF)과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공동으로 워싱턴DC에서 주최한 'KF-CSIS 한미경제안보포럼'에서 "(한국과 미국이) 올해 안보·경제·기술 등 전방위 분야에서 실질적 진전을 이루어나가는 '행동하는 동맹(Alliance in Action)'을 보여줄 것"이라고 밝혔다.
박 장관은 이날 ▲복합위기(polycrisis) 속 글로벌 중추국가로서 한국의 역할과 ▲한미 경제안보 협력의 방향 등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이 23일(현지시각) 한국국제교류재단(KF)과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공동으로 워싱턴DC에서 주최한 'KF-CSIS 한미경제안보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2023.02.24 [사진=외교부] |
그는 전 세계가 직면한 ▲경기침체·인플레이션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사태 등 복합위기는 한 나라의 노력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으므로 공동의 노력과 연대가 필요하다며 "우리 정부도 인도-태평양 전략하에서 글로벌 중추국가(GPS)로서 국제사회의 노력에 적극 동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러한 격동의 시대에서 가장 중요한 파트너는 올해 동맹 70주년을 맞이하는 미국"이라며 "한미 경제안보 협력에 있어 핵심·신흥기술 진흥과 공급망 회복력 강화가 중요 과제"라고 역설했다.
또한 "첨단·신흥기술의 보호와 진흥 협력을 위해 이와 관련된 업무를 전담할 부서(국제기술규범과)를 외교부 내 출범시켰다"며 최근 한미 외교장관회담을 계기로 '한미 과학기술협력협정' 개정 및 연장 의정서 서명 등 양국 간 과학기술 협력을 더욱 강화해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장관은 "한미 양국은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핵심광물안보파트너십(MSP), 조기경보시스템(EWS) 연계 등 여러 차원에서 글로벌 공급망 복원력 회복을 위한 협력을 이끌어나가고 있으며, 이러한 협력을 통해 호혜적 공급망 생태계를 함께 구축해나갈 것"이라고 부연했다.
끝으로 "지난 70년간 양국이 함께 여러 도전을 극복해오며 모범 파트너십이자 성공적 동맹으로 발전해온 만큼, 앞으로도 상호 경제안보 강화를 위한 견고한 협력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한국국제교류재단(KF)에 따르면 이날 포럼에 참석한 한미 전문가들은 중국의 부상하는 도전에 대응하기 위해 경제적 측면에서 양국의 긴밀한 공조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점에 인식을 같이하며 신바세나르 체제와 같은 새로운 수출통제 체제 출범 필요성을 강조했다.
일부 한국 측 토론자는 반도체법 및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 최근 미국의 일부 정책 입안 과정에 동맹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고 일관성이 결여됐다고 비판하며 예상되는 중국의 압박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기도 했다.
그레그 앨런 CSIS 선임연구원은 2014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강제 병합 때 강력한 제재를 가했다면 현재와 같은 사태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중국에 대한 수출통제 역시 시의적절하게 내려져야 한다. 전략적 행위에 앞서 특정한 위기가 도래하길 기다릴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은 반도체 부문에서 핵심 국가이고, 미래 수출 통제에 있어서도 지도적 위치를 담당할 것"이라며 "반도체 분야에서 수출 통제가 결과적으로는 새로운 바세나르 체제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바세나르 체제는 지난 1996년 재래식 무기와 전략물자 및 기술수출을 통제하기 위해 출범한 다자 간 체제를 의미한다.
앤런 연구원은 "만약 한국이 적절히 움직인다면 이(반도체 수출 통제) 대화에서 핵심 5개국 가운데 하나가 될 것"이라며 "이는 한국 입장에서 굉장히 흥미로운 기회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경제안보대사인 이재민 서울대 교수도 "바세나르 체제를 대체할 새로운 수출통제 체제를 결성해야 할 시점"이라며 "이 논의에 있어 핵심 문제는 국가안보의 새로운 정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중국 시장에 투자한 한국 기업들은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며 "이들은 중국 시장을 유지하는 것과 동시에 미국의 새로운 규제도 맞춰야 한다"고 부연했다.
medialyt@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