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뮤지컬배우 이충주가 CJ ENM이 수년간 공들인 브로드웨이 프로젝트 '물랑루즈' 아시아 초연 주역으로 우뚝 섰다.
이충주는 현재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물랑루즈'의 주연 크리스티앙 역으로 출연 중이다. 오는 3월 초 폐막을 앞둔 이 작품은 영화 '물랑루즈'를 바탕으로 CJ ENM이 브로드웨이 초연 공연을 함께 개발했으며 성공적인 현지 공연 이후 토니상 등 각종 시상식을 휩쓸었다. 지난 연말 우리나라에서 아시아 최초 라이선스 공연이 올라오며 공연팬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뮤지컬 '물랑루즈'에 출연하는 배우 이충주 [사진=CJ ENM] 2023.02.22 jyyang@newspim.com |
"거의 1년 정도 전에 오디션을 봤어요. 사실 배우마다 오디션을 좋아하는 분들도 있지만 힘들어하는 사람들도 많아요. 떨어질 확률이 더 높은 게 과정이기도 하니까요. 정말 가슴이 뛰거나 이 작품이 아니면 안될 것 같은 작품이야말로 그럴 각오가 생기죠. '물랑루즈'는 여기서 떨어지더라도 꼭 보고싶은 강렬한 끌림이 있었어요. 거의 70여곡이 팝송으로만 이루어져있고 1차 오디션에서 영어로 팝송을 부를 때 그분들 앞에서 정말 즐겁게 부르고 있는 저를 발견했어요. 그때 이 명곡들을 무대 위에서 실제로 부를 수 있다면 얼마나 감사하고 벅찰까 감동일까 싶었죠."
실제로 오디션 과정이 힘들기도 했고 준비하면서 주저하게 됐던 때를 떠올리며, 이충주는 지금 무대에 오르는 이 순간이 그래서 더 소중하다고 했다. 길었던 발탁 과정과 준비 기간, 무대에 오르면서도 언뜻 의심이 찾아오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그는 자신을 뽑아준 연출과 프로덕션의 안목을 믿고 묵묵히 나아간다고 했다.
"일단 긴 준비기간이 체력적으로 정신적으로 지치는 일이기는 했어요. 그럴 때마다 내 안에서 뭘 끄집어낼까, 뭘 보고 싶어할까 나의 가능성을 보고 싶어할텐데 빨리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컸죠. 해외 스태프들이 저희 연출님이 결국은 저를 뽑으시고, 조금만 연습실에서 걱정을 하거나 녹록지 않은 과정에 놓였을 때 '우리를 믿어라'라는 말씀을 해주셨어요. 우리 안목을 믿어달라고, 네가 진짜 크리스티안이다. 이렇게 말해주신 게 가장 와닿았죠. 다시 움직일 힘을 주는 얘기였어요."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뮤지컬 '물랑루즈!'의 한 장면 [사진=CJ ENM] 2023.01.06 jyyang@newspim.com |
영화 '물랑루즈'가 전 세계적인 팬을 거느린 작품인 점은 모든 뮤지컬 배우들이 이 작품을 하고 싶어했던 첫 번째 이유다. 두 번째는 이 작품이 누구나 알 만한 팝송으로 구성된 넘버 리스트로 이루어져있단 점이다. 이충주는 어릴 때부터 팝을 좋아했고 즐겨 부르던 사람으로서 꿈을 이룬 듯 하다고 고백했다.
"제가 성악을 전공했지만 짧게 배우기도 했고요. 노래를 좋아해서 성악을 시작했던 거라 가장 재밌게 많이 맛있게 부를 수 있는 노래들이 팝, 가요예요. 가장 좋아하는 곡은 '유어 송'이고 '샹들리에'는 직접 못불러서 아쉬울 정도로 좋아해요. 어느 뮤지컬에서 '롤링인더딥'을 부를 수 있겠어요? 또 작품을 하면서는 단순히 쇼뮤지컬이 아니라 드라마적이고 연극적인 요소가 깊게 깔린 극이라고 느껴요. 사랑이란 단어 자체가 식상할 수는 있지만 다루는 이야기들이 풍부하고 그 내용과 정서들이 한국 배우들이 전달해줄 수 있는 메시지와 힘이 되지 않을까 해요."
'물랑루즈'를 브로드웨이 현지에서 공동제작한 CJ ENM이나 연기하는 배우, 극을 보는 관객 입장에서 무엇보다 신경쓰이는 것이 바로 유명 팝송의 번안 문제였다. 이충주는 "나이스하게 잘 된 느낌"이라며 매끄러우면서도 풍성한 번역에 만족했다.
"배우 뿐만 아니라 창작진 모든 관계자 뿐만 아니라 기대한 팬들이 가장 궁금해한 게 번역이었을 거예요. 모두가 그 작업에 오래 매달렸죠. 번역이 다 돼있는데, 직역으로 뜻이 다른 부분도 있었고요. 연출들이 항상 대본을 들고 다니면서 이중으로 체크하고 저흰 미국 사람들밖에 알 수 없는 뉘앙스를 어떻게 전달할지 고민했죠. 자평하기를 굉장히 잘 됐다는 느낌이에요. 한국 관객들에게 흡수될 수 있게 번역이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죠. 조금 바뀌는 부분을 외국 분들도 존중해주셨어요. 큰 틀에서 뉘앙스가 전달되면 되니까 같이 의논하면서 고쳐나갔죠."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뮤지컬 '물랑루즈'에 출연하는 배우 이충주 [사진=CJ ENM] 2023.02.22 jyyang@newspim.com |
지난해부터 이어온 마라톤의 마무리를 앞두고, 이충주를 비롯한 공연 관계자들은 유종의 미를 준비하고 있다. 2019년 브로드웨이 초연부터 한국 공연까지 달려온 공동제작 프로덕션 CJ ENM에서는 '물랑루즈'를 '킹키부츠'를 잇는 흥행 뮤지컬 IP로서 꾸준히 발전시킬 예정이다.
CJ ENM 관계자는 "이머씨브 공연의 느낌을 살려 관객에게 로비에서부터 물랑루즈 무대와 프리쇼를 경험하게끔 했고 110% 즐길 수 있는 공연이라는 평 등 큰 호응이 있었다"면서 "역대급 화려한 무대와 스팩터클한 볼거리로 남녀노소 나이를 불문하고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시간은 물론 국내에서 생소한 '매시업(mash-up)' 뮤지컬(세계적인 히트팝을 리믹스해 화려하고 독창적으로 재창조한 음악을 담은 뮤지컬)을 선보여 실제로 관객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었다. 그 결과 개막 후인 12월부터 2월까지 줄곧 인터파크 티켓 뮤지컬 월간 랭킹 1위를 유지하며 많은 성원과 관심을 받았다"고 성과를 돌아봤다.
이충주 역시 3월 5일까지 이어지는 공연의 막바지를 준비하며 '물랑루즈'를 사랑해준 관객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그가 생각한 '물랑루즈'의 매력은 말보다도, 행동보다도 마음이 먼저 나가는 진심이라고 했다. 바로 그 점이 이충주의 크리스티안에게 가장 도드라진 점이기도 했다.
"우리끼리 '물랑루즈'는 마라톤이라는 말을 했어요. 수많은 외국 스태프들이 하나같이 다 그랬죠. 단거리 달리기가 아니라고요. 단순히 체력 분배 얘긴가 했는데 이제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아요. 처음 무대를 열고 마지막 독백까지 가는 여정이 단거리가 아니었어요. 모든 사람들과 주고 받을 것들도 많고요. 크리스티안의 포인트는 '하트 포워드'예요. 심장이 먼저인, 머리보다 가슴이 먼저 나아가는 사람요. 그렇게 크리스티안은 저를 설득시키고 사틴을 설득시키고 모두를 설득시킬 수 있는 인물이죠. '물랑루즈'와 크리스티안은 사틴과 관객을 그걸로 설득해야 한다고 늘 집중하고 있어요. 누군가 저의 크리스티안을 좋아한다면 '하트 포워드'가 가 닿은 거라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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