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장중 1300원...당국 구두개입에 소폭 하락
"美 인플레 둔화 지표 나오기 전까지 환율 오를 것"
[서울=뉴스핌] 강정아 기자 = 달러 강세가 다시 이어지면서 원/달러 환율이 두 달 만에 장중 1300원대를 돌파했다. 미국의 경제지표 호조로 긴축 정책 유지에 대한 우려가 커지며 보름 동안 80원 가까이 급등한 것이다.
1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보다 14.7원 오른 1299.5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장중 환율은 1303.8원까지 치솟으면서 작년 12월 20일 1305원(고가 기준)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으나 오후 들어 외환 당국의 구두 개입으로 상승세가 꺾였다. 기획재정부 관계자가 이날 환율 움직임이 과도하다고 밝힌 이후 수급 공백이 나타나며 원/달러 환율은 1300원대 아래로 내려왔다.
원/달러 환율은 이달 초까지만 해도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연내 기준금리를 하락할 수 있다는 기대에 하락세를 보였다. 2일 원/달러 환율은 1220.3원까지 내리며 연저점을 찍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의 고용 서프라이즈와 예상치를 웃돈 소비자물가 발표가 연이어 발표되면서 연준의 긴축이 연내 종료될 것이란 기대가 크게 줄었다.
3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1월 비농업 부문 고용은 51만7000명 증가해 시장예상치인 18만7000명을 훨씬 웃돌았다. 14일 발표된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6.4% 올라 전월(6.5%) 대비 0.1%포인트 줄어드는 데 그쳤다. 인플레이션 둔화세가 생각보다 크지 않은 것이다.
연이어 발표된 미국의 1월 소매판매 역시 전월보다 3.0% 늘어난 6970억달러로 시장 예상치인 1.9% 증가를 크게 웃돌았고 미국 연준 위원들의 매파적인 발언이 이어지면서 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할 것이란 관측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에 외국인의 주식 매수세가 주춤해지며 원/달러 환율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1월에 공격적인 주식 순매수세를 보이던 외국인의 매수 강도가 미 연준의 금리인상 사이클 중단 기대감 약화로 주춤해졌다"며 "국내뿐만 아니라 중국과 대만의 외국인 주식 순매수 강도도 약화되고 순매도 현상이 나타나는 중"이라고 말했다.
기존 원화의 저평가 매력이 어느 정도 시장에 반영이 된 점 또한 환율 급등의 요인이다. 백석현 신한은행 연구원은 "최근 2주간의 환율 특징을 보면 원화가 모든 통화에 비해 약세를 보이는데, 기존 원화의 저평가로 시장에서 주목받았던 점이 이제 (시장에) 반영이 되면서 환율 상승이 더 큰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기대했던 중국의 리오프닝 효과도 생각보다 크지 않아 원화 약세를 더하고 있다. 중국의 리오프닝이 과거 수출 중심의 재정적 투자로 세계 경제에 전반적으로 상승을 이끌었다면 이번엔 소비 중심의 회복세를 보이며 외국인의 자금 유입이 크지 않은 것이다.
백석현 연구원은 "중국 위안화가 상승할 때 원화도 긍정적으로 반응하는 경향이 있었으나 올해 중국 경제 리오프닝은 소비 중심으로 기존 투자의 보수적인 성향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며 "시장이 뒤늦게 한국 수출의 개선은 어렵다는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향후 원/달러 환율은 2월 미국의 인플레이션 둔화를 나타낼 경제지표가 나오지 않는 수출업체 등 대외적인 달러 매수세가 지속되며 상승 압력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다. 다만 외환당국 개입에 대한 경계감으로 환율 상단은 제한될 수 있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2월 달 새로운 데이터가 나오기 전까지 대외적인 달러 매수는 꾸준히 유지가 되나 당국 경계 등 환율 상승 속도를 제어할 요인들로 (원/달러) 환율은 강보합권 흐름이 연출될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rightjen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