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까지 1조 투자해 6개 건설
부산에 1호 부지 확정 지방 공략
지금까지 6조 투자한 쿠팡은 "1조 더"
첨단 로봇 경쟁 도입 치열
롯데가 영국기업 '오카도'와 손잡고 온라인 식료품 시장에 뛰어들었습니다. 오는 2030년까지 1조원을 투자해 전국에 6개의 첨단 물류센터를 짓고 오카도의 시스템을 도입하기로 했습니다. 아직까지 절대강자가 없는 온라인 식료품 시장에서 쿠팡, 컬리, 신세계와 맞서게 될 롯데의 경쟁력을 살펴봤습니다.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롯데가 영국 기반의 글로벌 리테일테크 기업 '오카도(Ocado)'와 손잡고 만드는 첫 자동화 물류센터(CFC) 부지를 가장 먼저 부산으로 확정했다.
빠른 배송의 핵심인 물류센터를 수요가 풍부한 수도권이 아닌 지방에 먼저 짓는 것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온라인 시장에서 존재감을 잃어가고 있는 롯데가 무주공산인 온라인 식료품 시장을 석권해 '유통명가' 자존심 회복에 나선다.
[롯데와 오카도] 글싣는 순서
1. 첫 물류센터 부산으로…전국구 노린다
2. '온라인 약자' 롯데, 해외 기업에 '손'
3. 쿠팡도 8년 버틴 적자...롯데 '맷집' 관건
김상현 롯데쇼핑 대표이사 겸 롯데 유통군 총괄대표 부회장(왼쪽)과 팀 스타이너 오카도 그룹 대표이사가 1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영국 리테일테크 기업 오카도(Ocado)와 온라인 그로서리 경쟁력 강화를 위한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했다. [사진=롯데쇼핑] |
◆새 물류센터 부산부터 '찜'...지방시장 공략
17일 롯데쇼핑에 따르면 오카도 시스템이 도입되는 CFC는 부산시 강서구 미음동 일원에 들어선다. 롯데는 오는 2030년까지 전국에 6개의 CFC를 오픈한다는 계획으로, 수도권에서도 부지를 물색하고 있다.
저녁에 주문한 상품을 다음날 아침에 받아볼 수 있도록 한 빠른 배송의 핵심은 물류센터의 위치다. 아직까지 지방 일부지역에 쿠팡의 로켓배송이나 컬리의 샛별배송이 도달하지 않는 이유는 주변에 물류센터를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인구 절반 이상이 서울·경기·인천 수도권에 거주하고 있다. 수도권 시장을 장악하면 우리나라 시장 절반을 확보하는 셈이다. 쿠팡, 컬리와 같은 이커머스 기업들이 수도권에 집중적으로 물류센터를 짓고 서울 시장부터 공략해 나간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하지만 지방 시장이 문제였다. 똑같은 비용을 들여 물류센터를 지을 경우 경제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여기서 이커머스 기업들은 투자를 늘려 나머지 지방시장을 공략할지, 아니면 반쪽짜리 수도권 시장에서 출혈경쟁을 벌일지 고민에 빠질 수 밖에 없다.
결국 우리나라 전체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선 지방 공략은 필수다. 쿠팡이 막대한 적자를 감내하면서도 지방에 물류센터를 늘려가는 이유는 국내 시장에서 확고한 우위를 점하겠다는 전략에서다.
쿠팡 대구 풀필먼트 센터, 상품 포장지에 찍힌 운송장 바코드를 스캐너로 인식 후 배송지별로 상품을 분류하고 옮겨주는 '소팅 봇' [사진=쿠팡] |
◆6개 CFC에 1조 투입...쿠팡과 비교해 보니
지난 2014년부터 물류센터를 짓기 시작한 쿠팡은 지금까지 6조2000억원을 투자해 30개 지역에 100여 개가 넘는 물류·신선·배송센터를 구축했다. 그 결과 우리나라 인구의 70%는 쿠팡 물류센터에서 반경 15분 거리에 거주하게 됐다. 쿠팡은 지금도 1조원 이상을 더 투자해 5개 이상의 물류센터 건설 계획을 진행하고 있다.
롯데가 CFC 첫 부지를 부산에 선정한 이유도 지방 시장을 놓치지 않겠다는 전략이다. 롯데는 오는 2025년 첫 번째 CFC를 시작으로 2030년까지 전국에 6개의 CFC를 오픈한다는 계획이다. CFC 건설에만 모두 1조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산술적으로 1개 CFC를 짓는데 대략 1700억원 가량이 든다는 계산이 나온다. CFC 운영비와 수수료까지 포함한 금액으로 실제 물류센터 건설에 투입되는 비용은 이보다 더 적을 가능성이 크다.
쿠팡이 아시아 최대 규모의 대구 풀필먼트센터(FC)의 건립 비용은 3200억원이다. 쿠팡에 따르면 경상남도 2곳과 광주, 대전에 짓고 있는 물류센터의 투자금액은 적게는 1700억원에서 많게는 3000억원 가량이다.
최근 물류센터 내부를 공개한 쿠팡의 대구 풀필먼트센터(대구FC)와 비교하면 롯데 CFC의 대략적인 규모를 가늠할 수 있다. 대구FC는 지하 2층~지상 10층, 축구장 46개 규모로 무인 운반 로봇(AGV), 소팅 봇(sorting bot), 무인 지게차(driverless forklift) 등 단일 물류센터 기준 국내 최대 규모 수준의 다양한 최첨단 물류 기술들을 적용하고 있다. AGV 로봇의 경우 1000대 이상이 운영 중이다.
대구 FC는 AGV 로봇이 수백 개 제품이 진열된 최대 1000kg 선반을 들어 바닥에 부착된 QR코드를 따라 이동, 직원에게 상품을 전달하는 GTP(Goods to person) 방식의 물류 기술을 도입했다. AGV를 통해 전체 업무 단계를 65% 줄이고, 평균 2분 안에 수백 개 상품이 진열된 선반을 직원에게 전달한다.
영국에 있는 오카도 자동화 물류센터 내부 모습 [사진=롯데쇼핑] |
◆영국 에리스CFC, 한 대 로봇에 3~4명분 처리
오카도 물류시스템도 유사한 방식이다. 런던 동부 에리스(Erith) 지역에 위치한 오카도의 자동화물류센터(CFC)에는 바둑판 모양의 상자들이 21층 높이로 겹겹이 쌓여 있고, 그 위 격자 레일을 바퀴 달린 피킹 로봇 2000여 대가 오가며 상품을 피킹한다.
로봇들은 초속 4m로 움직이며, 중앙제어센터와 초당 10회 통신하면서 센터를 먼저 빠져 나가야 할 상품부터 먼저 피킹 한다. 매일 2400만 번의 머신러닝을 거쳐 수요 예측을 하고, 이에 따라 상품의 위치를 계속해서 업데이트 한다.
에리스 CFC에는 매일 100만개의 상품이 입고되고, 매주 20만 건의 주문이 소화된다. 오카도는 CFC에서는 한 대의 로봇이 3~4명의 인력이 투입돼야 할 일을 해낸다고 설명한다. 사람이 피킹 하는 물류센터의 경우 한 명이 시간당 최대 200 품목을 꺼낼 수 있지만, CFC에서는 700 품목까지 가능하다는 것이다. 에리스 CFC에서는 주문 후 출품까지의 분류 과정에서 인간이 개입하는 시간은 오직 6분에 해당한다.
롯데 관계자는 "CFC에서 소화되는 물량이나 로봇, 그리드의 수 등은 각 CFC별 규모나 건설 계획에 따라 달라진다"며 "롯데에는 한국 상황에 맞는 기술들이 추가 개발될 예정으로, 로봇 역시 현재 에리스 CFC에서 사용하고 있는 것 보다 더 발달된 상위 버전이 도입될 예정이다"고 말했다.
sy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