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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의속살] 에너지공기업 적자해소 우선…공공요금 급등에 민생대책 '공회전'

기사입력 : 2023년02월06일 14:12

최종수정 : 2023년02월06일 14:13

전기요금 4분기 연속 인상…추가인상 검토
가스요금 지난해 4차례 인상…1분기 동결
요금할인·에너지바우처 불구 민생난 가중

[세종=뉴스핌] 이경태 기자 = 전기요금과 난방비 '폭탄'이 예사롭지 않다. 한국전력공사와 한국가스공사의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요금을 인상했지만 서민들이 체감하는 부담이 상당폭 늘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정부와 정치권이 요금 인상 여파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데 있다. 부랴부랴 지원책을 꺼내들었지만 예산도 부족하다.

전기요금 인상에 한파 속 급증한 난방비 부담

갑작스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전 세계가 에너지 대란에 휩싸였다. 천연가스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며 우리나라의 전력 생산과 난방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정권 교체기를 겪으면서 타깃이 된 것은 지난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현재의 에너지대란을 탈원전 정책 탓으로 돌린다. 다만 러-우 전쟁을 예상하지 못한 만큼 국내 에너지 대란의 원인을 탈원전 정책 하나로 지목하는 것에 대해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반발한다.

에너지 대란의 여파는 고스란히 에너지 공기업의 적자를 가중시켰다. 

이를 위해 여·야는 논란 끝에 한전과 가스공사의 채권 발행을 추가 확대하는 법안을 지난해 통과시켰다. 

여기에 전기요금도 지난달 1일부터 새로 인상·적용했다. 

전기요금은 지난해 1분기 동결된 이후 2분기 1kWh 당 6.9원, 3분기 5.0원, 4분기 7.4원, 올해 1분기 13.1원으로 꾸준히 인상됐다. 지난해 4분기에는 대용량 사용 고객에 대해 추가 인상도 단행됐다. 대용량 고객 가운데 고압 A고객의 비중이 전체 대비 0.38%였고 전력판매량은 31.3%에 달했다. 고압 B·C고객 비중은 0.003%, 전력판매량은 29% 규모로 나타났다.

가스요금도 지난해 4차례에 걸쳐 올랐다. 서울시 기준으로 1MJ 당 14.22원에서 지난해 4월 14.65원으로 상향됐다. 5월 들어 15.88원으로 오른 후 7월 16.99원, 10월 19.69원까지 상향조정됐다. 다만 올들어 가스요금은 동결됐다.

전기요금 부담이 급증한 것은 12월 사용분부터였다. 지난해 12월 갑작스런 추위에 최대전력수요가 역대치를 경신할 정도로 전력사용이 늘었다. 난방 등에 영향을 미쳐 전기요금 부담이 확대됐으며 지난달까지 추위가 이어지면서 이달에도 전기요금 폭탄이 현실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가스요금 폭탄 역시 예고되고 있다. 그나마 올들어 가스요금이 동결됐으나 지난달까지 강추위가 이어져 이 역시 부담이 클 것으로 예상됐다.

한 소비자는 "강추위 여파가 전기요금과 가스요금에 대한 부담을 키웠다"며 "1월 폭탄에 이어 2월 폭탄 요금을 피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전국민 떠안은 에너지 부담…민생지원 대책은 '공회전' 

정부와 여야는 에너지 공기업의 적자를 해소하기 위한 차원에서 요금 인상과 채권 추가 확대 법 개정은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이다. 

여권 한 관계자는 "지난해 야권에서 일부 문제 제기를 강하게 했으나 경영상 개선 보완 등을 조건부로 채권 추가 발행을 위한 법 개정은 통과됐다"며 "요금 역시 그동안 단계적으로 올렸어야 했는데 다소 동결되거나 소폭 인상했기 때문에 체감도가 높아진 부분도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국민 입장에서는 요금에 대한 체감도만 높아진 것은 아니라는 비난이 쇄도하고 있다.

전반적인 물가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지난 2일 통계청이 '1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지수는 110.11(2020=100)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5.2% 상승했다. 지난해 12월(5.0%)보다 상승폭이 0.2%p 확대된 것이다. 물가 상승폭이 전월보다 확대된 건 3개월 만이다.

물가 인상 속에서 전기요금과 가스요금의 추가 인상까지 예고되면서 체감도가 갈수록 증폭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와 정치권이 에너지공기업의 현안 해결에만 시선을 집중했을 뿐 이후 시장에 어떤 영향을 줄 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산업부는 지난 1일 동절기 난방비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초생활수급자 및 차상위계층 등 취약계층 보호를 위해 추가 지원 대책을 발표했다. 산업부는 모든 기초생활수급자 및 차상위계층에게 기존 난방비 대책의 최대 지원 금액인 59만2000원(에너지바우처 대상 생계·의료 수급자)까지 상향 지원한다. 추가 지원은 동절기 4개월간(2022년 12월부터 2023년 3월까지)의 가스요금 할인을 통해 이뤄진다.

앞서 산업부는 지난달 26일 에너지바우처 지원금액을 2배로 상향하고, 가스요금 할인폭도 2배 확대하는 내용의 지원 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서민들의 불만에 정부 역시 추가 지원정책을 뒤늦게 내놓게 된 것이다. 문제는 이번 에너지 요금에 대한 부담이 커지면서 추가 지원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추가 지원을 하기 위해서는 재원 마련이 선행돼야 하는데 정부 입장에서는 재정 지원 자체에 긍정적이지 않다. 국가채무가 늘어날 수 있다는 게 재정당국인 기획재정부의 한 공무원의 우려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3.02.06 leehs@newspim.com

야권에서는 한 걸음 나서며 추가경정예산 마련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달 7조2000억원의 '에너지 고물가 지원금'을 지급하자고 정부에 제안한 바 있다. 사실상 추경을 마련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와 달리 정부는 중산층에 대해 요금 할인 대상을 확대하거나 세제 혜택을 늘리는 등의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실제 에너지 요금 폭탄의 체감도를 낮출 수 있는 뾰족한 수가 없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여러가지 방안을 고민한다지만 당장 어려움을 겪는 국민들에게 얼마나 도움을 줄 수 있을지가 우려된다"며 "어차피 단계적인 추가 요금 인상이 지속적으로 시행되는 상황에서 임시방편을 제시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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