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개기후원' 구현모 발목..."이사회 제대로 역할 못해"
"사외이사 독립성 및 실권강화 필요"
민영화된 지 20년이 지났지만 국민연금 한 마디에 휘청인다. 최근 대표 후보 선정 과정에서 홍역을 치른 KT 이야기다. 국민연금이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를 예고함에 따라 향후 민영화 기업을 둘러싼 외풍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CEO교체' 수모를 피해가지 못한 포스코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여전히 갈 길이 먼 민영화 기업들의 현 주소와 이들 기업의 진정한 자립을 위한 과제들을 톺아봤다.
[서울=뉴스핌] 김지나 조재완 이지민 기자 = 국민연금이 최대주주로 올라있는 '오너없는 기업' KT, 포스코 등이 외풍에서 자유로운 진짜 민영화를 이뤄내기 위해서, 전문가들은 선결 조건으로 이사회가 투명성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한다.
[반쪽 민영화] 글싣는 순서
1. 국민연금 주주권 강화에 흔들리는 KT·포스코
2. '국민색' 지우려는 포스코·KT...가속페달에 부작용도
3. 진짜 민영화 되려면..."이사회 독립성 갖춰야"
3일 업계에 따르면 구현모 KT 대표가 임기 내 주가 및 기업가치를 끌어올린 성과에도 발목을 잡았던 부분은 정치자금법 위반 및 업무상 횡령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는 점이었다.
구 대표는 황창규 전 회장 시절 '상품권 깡' 방식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뒤 여야 국회의원 99명에게 '쪼개기 후원'을 한 혐의로 기소됐고, 올해 초 벌금 15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현재 구 대표 측은 이에 불복해 정식 재판을 청구한 상태다.
참여연대·약탈경제반대행동·민주노총·KT새노조 등이 함께 지난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KT 이사회 10명을 업무상 배임혐의로 고발하고 있다. [사진=KT새노조] |
구 대표의 법적 이슈와 관련해 KT 이사회 측은 정관과 관련 규정상 자격 요건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고 최종 후보로 낙점했지만, KT 대표 연임에 제동을 걸고 나선 국민연금 입장에선 이를 이유로 내년 3월 주총에서 반대표를 던질 가능성이 있다.
구 대표의 '쪼개기 후원'은 KT의 경영손실로 이어졌는데, KT는 지난 2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해외부패방지법(FCPA) 위반 혐의로 630만 달러, 75억원이 넘는 돈을 과징금을 부과 받았다.
김원식 건국대 명예교수는 "만약 구 대표가 정치자금법 위반 등의 문제가 있는 사람이라면 이사회에서 정리를 했어야 하지만, 이사회가 본연의 역할을 못 하고 있는 것"이라며 "국민연금이 끼어들 문제가 아니라 금융감독원이나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관여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포스코 이사회도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노측에서 나온다. 최정우 회장의 전임이었던 권오준 전 포스코 회장의 경우 박근혜 정부 2년차인 2014년에 취임했고, 문재인 정부 2년차인 2018년에 회장 자리에서 물러났다. 당시 권 전 회장은 포스코 회장 자리에서 물러나며 'CEO승계카운슬(council)'에 앉아 후임을 추천하는 데 개입하는 모양새를 연출했다는 게 노측의 주장이다.
포스코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지배주주 역할을 하는 대표적 기구가 이사회이고 그 산하 비상설 CEO추천위원회 등인데, 이들이 외풍을 견디고 포스코에 제일 적합한 경영인 후보를 발굴하고 선임하는 데 더 뒷받침해 줘야 할 것"이라고 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오너가 존재하지 않는 기업에선 스튜어드십 코드가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주주 이해관계가 성립되고, 자본시장이 더 발전할 수 있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이사회는 경영진이 선임해 경영진이 불법적 행위나 잘못된 행위를 하더라도 견제하지 않는 구조가 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재계 관계자는 "사외이사가 무엇을 하는 사람이냐고 물어보면 제대로 답을 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내부 정보도 제대로 모르는 사외이사가 많고 실권을 주지 않는데, 무엇을 관리 감독해야 하는지 교육하고 권한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포스코는 이 같은 지적에 대해 "포스코홀딩스의 사외이사는 특정 이해관계에 치우치지 않고 경영진의 합리적 의사결정을 지원할 수 있도록 다양한 업계서 풍부한 경험과 전문성을 가진 이들로 구성됐다"며 "2006년부터는 사외이사가 주축인 이사회가 CEO 경영활동을 감시·견제해 투명경영을 실현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기업지배구조 보고서를 제출하는 300여 개 기업 중 포스코홀딩스만 지배구조 핵심지표 15개 항목을 모두 준수해 유일하게 100% 준수율을 기록하는 등 우수한 지배구조를 인정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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