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째 당 전원회의 보고로 대체
"정책실패 책임서 벗어나려는 것"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전문기자 = 김정은의 신년가 사라졌다. 지난 2020년 처음 신년사를 거를 이후 올해까지 네 차례 새해 육성 메시지를 생략한 것이다.
북한은 1일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 등 관영매체를 통해 지난달 26일부터 31일까지 평양 노동당 본부청사에서 열린 당 8기 6차 전원회의 내용을 보도했다.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전문기자 =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지난 12월 26일부터 엿새간 평양 노동당 본부청사에서 열린 당 제8기 6차 전원회의에서 보고를 하고 있다. [사진=조선중앙통신] 2023.01.01 yjlee@newspim.com |
특히 김정은이 회의에서 보고한 내용을 대대적으로 알리면서 이를 사실상 신년사로 갈음해 버렸다.
북한은 또 31일 김정일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600mm 방사포 증정행사와 이날 밤 열린 새해맞이 경축행사를 전했다.
김정은은 2011년 12월 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으로 집권 한 직후인 이듬해 1월 1일 신년사를 노동신문(당보)과 청년전위(청년보), 조선인민군(군보) 등 3개 신문 공동사설로 대체했다.
경황이 없는 가운데 김정일 집권 시기의 방식대로 따랐지만 이후 2013년부터 2019년까지 7년 간 신년사를 거르지 않았다. 2018년에는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 등 대남・대외 정책의 급선회를 알려 주목받기도 했다.
직접 방송 카메라 앞에 등장해 육성으로 비교적 긴 분량의 원고를 읽어 내려가는 할아버지 김일성 주석의 모습을 따른 것이다.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전문기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019년 1월1일 조선중앙TV를 통해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조선중앙TV 캡처]2023.01.01 yjlee@newspim.com |
김정일의 경우 1994년 7월 김일성 사망 이후 육성 신년사를 하지 않고 노동신문 등 3개 신문의 공동사설로 대체했다.
과거 중국 공산당이 인민일보 등 3개 매체로 최고지도자의 신년사를 내던 방식을 그대로 따른 것이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1일 "할아버지 김일성 시대의 신년사 발표를 따라 한 김정은의 메시지 발송은 다시 그의 아버지가 했던 간접방식으로 바뀌었다"면서 "이는 할아버지나 아버지와 차별화되는 김정은 스타일의 통치방식이 정착됐다는 의미이자 적당한 신비주의와 책임 전가 및 회피 기제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왜 김정은의 신년사 회피가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 노딜 이후 이뤄졌는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면서 "노동당을 전면에 내세우지만, 그 실패의 책임으로부터 벗어나 당 위의 초월적 지도자로서의 이미지를 구축하려 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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