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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 울진 죽변항이 펼치는 겨울 바다 먹거리 향연

기사입력 : 2022년12월24일 19:21

최종수정 : 2022년12월24일 19:21

대게·대방어·문어·새우... '달큰한' 죽변항수산물축제

[울진=뉴스핌] 남효선 기자 = 경북 울진의 북쪽 관문인 죽변항은 동해안 최고의 어업전진기지이자 미항(美港)이다. 특히 울진의 명품 브랜드인 '울진대게'주산지이기도 한 죽변항은 단지 수산업의 중심지에 머물지 않는다.

8000년 전 한반도 고대사의 비밀을 품고 있는 중요한 역사고고학적 유적지이자, 삼국시대 신라의 베일을 벗기는 아이콘인 '울진봉평신라비(국보242호)'를 보유한 역사의 현장이다.

여기에 죽변항의 깎아지는듯한 해안 절벽을 빼곡하게 감싸며 자생하는 '전죽(箭竹; 대화살촉을 만든 시누대의 일종)숲'은 왜구의 잦은 침입을 방어하기 위해 고려조 당시 정부가 조성한 '군사용 대숲'이다.

이 뿐이 아니다. 죽변항은 울진사람들의 생명줄을 갈무리해주는 전통어로의 현장이자 이들 전통어로관행이 현재도 고스란히 전승되고 있는 해양민속의 보고이기도 하다.

성탄절 전야제인 24일 아침부터 죽변항이 부산하다.

지난 2019년 처음 개최된 이래 코로나19 사태로 잠시 멈췄던 '죽변항수산물축제'가 펼쳐지기때문이다.

올해 두 번째로 열리는 죽변항수산물축제도 당초 일정을 며칠 앞두고 또 다시 취소 위기에 몰렸다.

며칠 전부터 한파가 기승을 부리고 초속 20m의 강풍이 예고되면서다.

울진군과 울진축제발전위원회는 시시각각 변하는 일기예보에 귀를 기울이며 긴급 회의를 통해 당초 예정된 축제를 하루 늦추고 축제기간도 하루를 줄여 개최키로 최종 결정했다.

축제 첫날인 24일. 죽변항을 지키며 삶을 풀어 놓는 울진사람들의 염원이 담긴 듯 전날까지 매섭게 몰아치던 바람이 잦아들고 기온도 전날의 영하권에서 영상권으로 올라 한결 포근한 날씨를 보였다.

아침 10시무렵, 축제장인 죽변항 물양장이 축제를 즐기려는 인파들로 북적거린다.

한 무리의 사람들이 커다란 야외 물가두리를 둘러싸고 함성을 지른다.

죽변수산업협동조합이 주관하는 '맨손활어잡기 프로그램'이 한창이다.

물가두리에는 대방어와 '마래미'라 부르는 방어 새끼, 가오리, 붕장어가 한 가득 물살을 가른다.

긴 고무장화로 갈아 입은 축제객들이 사회자의 지시에 따라 일제히 가두리 안으로 달려든다.

가두리를 가득 채우며 유영하는 방어와 붕장어를 맨 손으로 잡는 일이 보기보다 쉽지 않다.

체험에 참석한 아낙은 용케 붕장어 한 마리를 잡았으나 금새 놓쳐버린다.

장년의 남성은 금새 한 손에 방어를, 한 손에 붕장어를 잡아 들고 활짝 웃으며 '즉석 회 시식 부스'로 달려간다.

죽변수협은 축제 기간 6회의 체험프로그램을 참가비 없이 무료로 진행한다.

조학형 수협장은 "맨손활어잡기와 해산물 시식 등 체험프로그램을 올해는 모두 무료 참가 방식으로 마련했다"며 "이번 축제를 통해 '동해안 어업전진기지이자 미항으로 거듭나는 죽변항의 따뜻하고 풍요로운 이미지를 외지 관광객들에게 한아름 선사하겠다"고 말했다.

맨손으로 싱싱한 방어를 직접 잡아 무료 시식프로그램을 통해 '부드럽고 감칠맛'나는 대방어 한 점을 맛 본 축제객들은 이어지는 '대방어 해체쇼'가 펼쳐지는 무대 앞으로 달려간다.

무대 앞에 어림잡아 1m가 넘어 보이는 대방어가 테이블에 놓여 펄떡거린다.

8년의 경력을 가진 20대 쉐퍼가 상세한 설명과 함께 능란한 솜씨로 대방어를 부위 별로 해체한다.

축제객들의 눈길이 차례차례 해체되는 대방어의 선홍빛 속살에 꽂혀 있다.

해체 퍼포먼스가 마무리되고 참여 축제객들은 죽변항의 특산물인 대방어의 '부드럽고 달큰한' 맛에 빠져든다.

울진 죽변항 연안 어장에서 잡히는 대방어는 최근 시중의 미식가들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핫 논쟁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이른바 '울진 왕돌초 방어'와 '제주 방어' 간의 '맛 논쟁이다.

울진의 명품 브랜드이자 해마다 겨울철에만 만날 수 있는 '울진대게'가 축제프로그램인 '깜짝 경매'를 통해 최고의 저렴한 가격으로 축제객을 맞는다.

죽변항을 둘러싼 식당과 죽변항 수산업 단체들이 운영하는 축제장 먹거리 부스는 축제객을 맞느라 분주하다.

가자미,오징어, 열기 등 죽변항이 선사하는 싱싱한 해산물을 말린 '피데기'를 파는 부스와 가판대에도 사람들의 빌길이 빼곡하다.

오후 3시가 지나자 바닷바람이 조금 세진다.

한 무리의 사람들이 죽변항을 둘러싸고 있는 횟집과 식당에서 우루루 몰려 나온다. 옷 복장이 특이하다.

온통 주황색이다. 죽변항수산물축제에 초청된 '미스터 트롯'의 김희재 열성 팬들이다.

무대공연은 오후 6시부터 진행되는데 이들 열성팬들은 일치감치 주무대 앞석을 차지하고 앉았다.

부모와 함께 축제장을 찾은 아이들은 축제장에 마련된 다양한 생태학습체험부스와 죽변도서관이 마련한 프로그램 부스에서 그림을 그리고 조각을 맞추느라 열중이다.

'죽변항수산물축제'는 성탄절인 25일까지 이어진다.

nulcheo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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