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물질' 방역은 소독증 못받아...어린이집·학교·병원이라도 막아야
국립환경과학원 "다중시설 물질 승인 없었다...업체가 착각한 것"
'팬데믹 3년', 급기야 치료제도 없는 '오미크론' 변이가 우세종이 됐다. 발빠른 경기도의회는 '독성 소독제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토론회를 가졌다. 광고만 떠들썩했던 'K방역' 실패가 우려로 번졌다. 국민들은 개인방역으로 돌아섰다. 방역전략의 핵심은 다중이용시설(병원·요양원·학교 등)을 지키는 것이다. 그러기위해 '성능과 안전성'을 갖춘 방역이 이뤄져야 했다. 그러나 정부는 그 조차도 놓쳤다. 적지 않은 전문가들이 지난 3년간 바이러스를 잡는다며 전국을 독극물 염소(CI)로 덮었다고 말한다. 바이러스는 못잡고 사람만 잡았다고 비난한다. 국민은 이미 건강을 위협받고 있다. 이에 뉴스핌은 '팬데믹, 더 무서운 놈이 온다'는 탐사기획으로 독극물 코로나 방역소독의 실체를 파헤쳐 다가올 '2차 팬데믹'에서 국민 스스로가 방어할 수 있는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자 한다.
[독성소독제] 글싣는 순서
1. 1만t 물에 염소 단 5g 넣어도...반복 흡입시 '폐에 치명적'
2. '다중이용시설' 사람잡는 '염소(Cl) 방역'...이제 '그만'
3. '사람에 뿌린 K방역' 알고보니 '비인체용?'…WHO 권장 없었다
4. '다중이용시설' 염소 방역업체 "가슴이 쪼개질듯 아파요"
5. 정부, '염소' 물질 승인해도 방역엔 사용 못해...그럼 시중 소독제는 '불법'?
[수원=뉴스핌] 노호근 기자 = "환경부가 지침대로만 소독을 하라네요. 몸이 편치 않은 근로장애인들 데리고 방역 현장에서 마스크에 방역복을 겹겹이 입고 소독을 하는데도 (소독을)마치고 나면 정말이지 가슴이 쪼개지는것 같아요. 힘들죠."
지난 9월 경기도의회가 주최한 독성소독제 대책마련 토론회 중 자유토론 과정에서 한 방역업체는 주최측인 경기도의회를 향해 어려움을 호소했다.
방역하는 모습.[사진=뉴스핌DB] |
이 참석자는 "(이날 발제자)교수님이 소독제 위험성을 강조할 때, 사실 울컥했습니다"라며 "전국 10만 방역업체들이 그 독한 환경부 승인물질(염소화합물 등 5대물질)을 가지고 코로나 확진 현장에 가면 그들은 '더 쎄게 뿌려달라'고 합니다. 그러면 우리는 망설이지만 해주게 되죠. 그러면 가슴 통증은 더 심해집니다"라고 덧붙였다.
이 참석자는 방역을 하는 장애인단체로 지난 9월 경기도의회가 주최한 '독성소독제의 문제점과 대책마련 토론회'에서 근로장애인들의 얼마 없는 일자리 중 하나인 방역도 곧 폐업할 위기에 놓였다면서 '염소가 환경부 지침으로 강요되고 있다'며 염소화합물 등 이른바 5대물질 방역소독 물질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이 장애인 방역단체는 뉴스핌과의 인터뷰에서도 "근로장애인들이 유독성 소독제로 문제가 될까봐 하루하루가 살얼음을 걷는것 같다"면서 "환경부가 염소화합물 등 5대 승인물질 사용을 공문 등으로 수 차례 강요하고 있어 늘 고민스러웠고 한때 가슴 통증이 없는 제품(일부 신고물질)으로 소독을 강행한 적도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때 바이러스를 잡는 효능은 물론 안전성(흡입독성, 경구독성, 눈, 피부 등)도 꽤 믿을만한 신물질로 신고물질 소독제였다"면서 "믿을만한 대학병원이 검증했고 사용해보니 더이상 염소를 쓸 필요가 없더라 그래서 이런 신물질도 있는데 왜 정부(환경부)는 그 독한 염소(화합물)만을 고집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이 단체가 사용했다는 통증이 없고 안전하다는 제품은 환경부가 '다중이용시설'에서 사용하지 못하도록 한 신고물질이다.
물론 소독을 해도 '소독증명서'를 받지 못해 방역소독으로 활용하지는 못한다. 코로나19 초기부터 환경부와 중대본 그리고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즈-19 대응 집단시설·다중이용시설 소독 안내' 지침으로 염소화합물 등 5대물질만을 사용토록 했기 때문이다.
환경부 공문 중 일부 내용. |
이날 토론회는 WHO가 권장했다고 주장하는 환경부 지침 방역소독 기준 농도(염소기준 500ppm~1000ppm)를 지키며 방역을 할 시 가슴이 쪼개지는 통증을 느낀다는 한 참가자의 호소에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도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청중을 달래는 모습도 연출됐다. 또 단상에서 이를 듣던 한 공무원은 '독성 소독제여서 죄송하다'며 연신 사과하는 모습도 보였다.
또 다른 방역근로자는 "좀 더 안정적이고 효능이 있는 방역소독을 하면서도 신고물질이어서 소독증명을 받지 못하고, 환경부 지침에 어긋나 불법이라는 지적까지 받는 건 납득할 수 없다"면서 "심지어 염소(화합물)인 승인물질로 다시 소독하고 증명서를 받은 사례도 있다"고 털어놨다.
코로나19 발생 초기 환경부가 질본의 조례나 지침으로 고시한 내용에 따르면 방역업체는 지자체나 보건소 등을 통해 공공 및 개안방역 모두를 WHO가 권장했다는 염소화합물 등 5대물질을 사용토록 했다. 이후 개인방역은 신고 또는 승인물질로 사용토록 일부 미비한 변경이 있었지만 이 조차도 공공방역에는 5대물질인 승인물질로 방역소독을 해야 한다는 조건이 부여됐다.
방역업체들은 취재진에 다양한 불만을 토로했다.
근로장애인 단체는 "바이러스를 잡기위해 사람을 잡아야 하나"라는 말이 나올정도로 방역 근로자들의 불만은 커져갔고 급기야 방역사업을 접어야 할 위기에 처해져 있다고 털어놨다.
다른 방역업체 관계자는 "방역사업을 접을 수 밖에 없게 되더라도 현실에 맞지 않고 사람 잡는 정부의 방역실태는 고발되어 근본적인 개선이 되야 마땅하다"며 거듭 염소 등 승인물질에 대한 위험성을 강조했다.
한때 '다중이용시설'에 환경부 승인물질인 유독성 소독제가 강요되며 일부 언론들이 '제2가습기살균제 사태'를 언급해 잠시나마 유독성 소독제가 제2의 가습기살균제가 될 수 있다며 그 위험성이 지적됐지만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를 이기지는 못하고 묻혔었다.
토론회에 참석한 세계항균협회 이관종 조사관은 "그것보다 업체들은 가슴이 쪼개지든 어찌됐든 돈을 벌려고 하는 일이니 참고 해야겠지만 실제 바이러스를 막기 위해서는 가장 중요한 대표적인 다중이용시설인 '학교·병원·요양원(병원).대중교통(철도·지하철)' 이곳들을 우선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병원, 요양병원 등 이런 다중이용시설에서는 독성소독제를 사용하기 위해 환자를 들어낼 수 없기 때문에 더 안전한 물질의 소독제를 찾아 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부분의 참석자들이 코로나 방역소독의 유독성 물질로 인해 제2가습기 살균제 사태가 더 심각한 사태로 번질 것을 우려했다.
이에 뉴스핌은 물질 승인을 담당하고 있는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의 입장을 들어봤다.
국립환경과학원 화학물질 관련 부서의 한 관리자는 뉴스핌과의 인터뷰에서 "염소를(승인물질) 사용지침에 따르지 않고 뿌리는 행위는 질본에서 지자체에 바로 잡는 문서를 보내던가 그렇게 해야 한다"라며 "방역업체들이 잘못하는거죠... 물질 관리는 저희가 하지만... 또 제품에 사용상 주의사항이 다 들어가 있잖아요"라고 답변했다.
그러나 취재결과 환경부 산하 방역소독제의 화학물질 승인을 담당하고 있는 국립환경과학원이 다중이용시설 방역물질에 대해 단 한 건도 허가한 적이 없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리고는 방역업체의 실수와 잘못으로 치부되고 있었다.
세계보건기구(WHO) 권고 5대물질 |
정부(환경부)가 세계보건기구(WHO)가 권고한다고 말한 염소화합물 등 5대물질은 앞서 뉴스핌이 12월 8일자 보도한 <[독성소독제?]③ '사람에 뿌린 K방역' 알고보니 '비인체용?'…WHO 권장 없었다>에서 WHO의 권고는 다중이용시설(인체용) 용도가 아닌 산업분야 등 특수한 분야의 기구소독이나 시설물 소독에서 표면을 닦아내거나 세척하는 용도로 권고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바 있다.
다시말해 WHO가 권고했다고 국립환경과학원에 제시한 자료 그 어디에도 '다중이용시설'이나 인체에 사용할 수 있다는 문구를 찾아볼 수 없다.
그럼에도 정부(환경부)는 코로나19 발병 이후 무려 1년 3개월 가량을 전국에 염소화합물과 알코올, 심지어 가습기살균제 사태에 논란이 됐던 4급암모늄화합물과 같은 유독성 물질을 전국에 뿌렸다.
한 종편방송 '코로나 3년간은 점검' 보도에서도 코로나가 덥친 지난 3년간 가장 광범위하게 방역소독제 물질로 사용된 염소화합물(4급암모늄 포함)의 유해성을 보자면 염소(화합물)는 즉시 중지 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취재를 통해 정부(환경부와 질본청)가 정식 승인도 받지 않은 승인(환경부) 예정 물질을 마치 승인을 받은 안전한 물질인양 전국 방역업체들을 통해 다중이용시설에 소독을 강요했던 것이 공식적으로 확인된 셈이다.
도대체 누가 전국민을 대상으로 이런 위험한 결정을 했을까?
방역업체들은 유독성 5대물질(알코올, 염소화합물, 4급암모늄, 이산화수소화합물, 페놀류)을 환경부 승인물질로 알고 방역을 했다.
이들은 이를 입증하려 당시의 시행지침 공문을 보이며 시행령(지침서)에 따랐을 뿐이라고 대응하고 있다. 그러면서 오히려 이를 위반하면 방역 허가 취소 내지는 영업정지를 방역업체들이 감수해야 했기때문이라고 밝혔다.
serar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