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미국·일본 등 선진국 염소 소독제 다중이용시설에 "사용하는 사례 없다"
'팬데믹 3년', 급기야 치료제도 없는 '오미크론' 변이가 우세종이 됐다. 발빠른 경기도의회는 '독성 소독제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토론회를 가졌다. 광고만 떠들썩했던 'K방역' 실패가 우려로 번졌다. 국민들은 개인방역으로 돌아섰다. 방역전략의 핵심은 다중이용시설(병원·요양원·학교 등)을 지키는 것이다. 그러기위해 '성능과 안전성'을 갖춘 방역이 이뤄져야 했다. 그러나 정부는 그 조차도 놓쳤다. 적지 않은 전문가들이 지난 3년간 바이러스를 잡는다며 전국을 독극물 염소(CI)로 덮었다고 말한다. 바이러스는 못잡고 사람만 잡았다고 비난한다. 국민은 이미 건강을 위협받고 있다. 이에 뉴스핌은 '팬데믹, 더 무서운 놈이 온다'는 탐사기획으로 독극물 코로나 방역소독의 실체를 파헤쳐 다가올 '2차 팬데믹'에서 국민 스스로가 방어할 수 있는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자 한다.
[독성소독제] 글싣는 순서
1. 1만t 물에 염소 단 5g 넣어도...반복 흡입시 '폐에 치명적'
2. '다중이용시설' 사람잡는 '염소(Cl) 방역'...이제 '그만'
3. 사용방법 모르고 사람에 뿌려댄 'K-방역'....황당한 'WHO'
4. 전 세계 어디에도 없다는 '다중이용시설' 염소 방역
5. 정부, '염소' 물질 승인해도 방역엔 사용 못해...그럼 시중 소독제는 '불법'?
[수원=뉴스핌] 노호근 기자 = 코로나19 감염병 예방을 위해 밀폐된 '다중이용시설'에 사용되는 염소화합물 방역소독제가 인체에 치명적일 수 있다는 내용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독성 방역소독제' 파장이 일고 있다.
'레벨 디(Level D) 보호복'을 착용하고 휴대용 분무기를 사용해 소독을 하고 있다.[사진=뉴스핌DB] |
지난달 19일 한 종편채널 특집다큐 '코로나19, 3년간의 점검'에서 관련 전문가들이 염소화합물의 유해성을 비판하며 병원, 요양원, 학교 등 '다중이용시설' 소독의 문제점을 조명했다.
방송에서는 미생물학과·화학물질학과·감염내과 등의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화학물질 소독제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특히 이른바 5대물질(알코올, 염소화합물, 4급암모늄, 과산화물, 페놀화합물) 가운데 특히 염소화합물(4급암모늄 포함)이 인체에 치명적일 수 있다며 그 위험성이 지적됐다.
염소(Cl)는 짧은 시간 노출에도 건강에 매우 심각한 피해를 유발할 수 있는 독성물질로 염소화합물은 극미량만 사용하거나 현재 과도한 사용을 중지해야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논란이 되는 '염소화합물'은 지난 1994년 온 국민을 공포로 몰아넣은 '가습기살균제'와 성분이 같은 화학물질이다. 코로나 방역소독제로 쓰이는 대표적인 물질로 코로나19 발생 이후 유해성 논란이 다시 도마위에 오른 셈이다.
'가습기 살균제'는 세계 최초로 국내에 등장한 제품으로 이를 사용한 사람들의 폐에 섬유화 증세가 일어나고 신고된 사망자만 지금까지 약 1740명에 이르고, 부상자가 5902명에 달하는 등 역대 최대의 피해를 부른 최악의 화학 재해다.
그럼에도 그동안 환경부는 다중이용시설 소독에 염소화합물을 사용하도록 허용해 전문가들의 끊이지 않는 지적을 받아왔다.
환경부는 코로나19 감염증이 발생한 2020년부터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대응 집단시설 다중이용시설 소독안내'를 통해 소독에 대한 기본 가이드라인을 뒤늦게 제공했다.
그러나 급조한 가이드라인은 염소, 4급암모늄화합물, 과산화물, 페놀화합물, 알콜 등 이른바 5대 유독성 화학물질을 사용 기준을 제시하고 주의사항을 소개하고 있지만 현장방역 시 기준이 제대로 지켜지는지 확인은 사실상 어렵다.
이날 방송에서는 한 방역업체가 5대물질을 사용해 식당 방역소독을 시행하는 장면이 소개됐다. 해당업체는 지침과 주의사항에 맞춰 방역했지만 전국 수백개의 방역업체들이 지침을 준수할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고 말한다.
가이드라인에는 '환자가 거주한 집을 소독할 때에 만약 차아염소산나트륨을 사용하였다면 냄새나 위해성 등을 고려해 소독을 마친 후 다음날까지 충분히 환기한 후 사용하기를 권고한다'고 적시하고 있어 '방역 현실성'이 떨어진다. 영하를 밑도는 추운 겨울 장시간 창문을 개방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화학물질 승인 등 인허가를 담당하고 있는 국립환경과학원은 뉴스핌과의 인터뷰에서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염소 소독 자체가 허용된 바 없다고 말했다.
이관종 세계항균협회(SIAA) 한국 특별조사관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다중이용시설'에 화학물질을 사용하라고 허용한 적이 없다"라면서 "화학제품안전법이나 유럽연합(EU) 관련 규정(BPR)에도 이것을 허용하는 내용이 없는데도 환경부가 허용하는 건 하나의 스캔들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국립환경과학연구원 관계자도 유럽연합 규정(EU-BPR)은 화학제품안전법(K-BPR)의 모델이 되는 법이다. 이 규정에도 '다중이용시설'에 독성물질을 허용하는 내용은 확인되지 않는다.
그동안 환경부는 코로나19 소독제에 사용되는 염소 등 5대물질을 직접 승인하지는 않고 식약처로부터 이관받아 관리만 했다는 입장인데다, 만약 식약처조차 이를 허용한 적이 없다는 주장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큰 파장이 예상된다.
세계항균협회와 국내 전문가들은 "전세계적으로 '다중이용시설' 방역에 독성물질을 사용하는 나라를 찾아보기 어렵다"고 말한다.
실제 독일,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은 물론 인도네시아와 같은 개발도상국에서조차 염소를 다중이용시설 소독에 사용하는 사례가 없다는 게 현지 취재를 통해 확인된 내용이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현지 취재 과정에서 만난 재난방지청(질병관리본부에 해당)의 니오만 아구스(Nyoman Agus) 부청장은 "코로나19 발생 초기에 (염소 등) 독성물질의 유독성을 인지하고난 뒤에는 더 이상 (다중이용시설)방역에 분사방식을 허용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아구스 부청장은 "댕기열 감염병 예방에 익숙한 인도네시아 국민들은 천연물질 등을 사용한 소독이 일상화돼 있어서 코로나 극복에 많은 도움이 됐다"면서 "안전한 소독제라면 신종 소독제라도 과감하게 승인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전 국민의 기억 속에 공포와 두려움으로 남아있는 '가습기 살균제 사건' 이후 5대물질 살균소독제 허용에 의문이 제기되는 가운데 '다중이용시설' 소독에 사용된 근거가 보다 명확히 밝혀져야 한다.
serar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