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李 대선 패배 후 檢 전면 재수사에 부담 느꼈을 것"
유동규·남욱 최전선서 폭로…'플리바게닝' 의혹도 제기
[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과 관련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겨냥한 '대장동 일당'의 폭로가 이어지면서 국면이 전환되고 있다.
3일 법조계 안팎에선 이 대표의 지난 20대 대통령선거 패배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성남시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을 받고 있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2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2.10.28 pangbin@newspim.com |
◆ 유동규·남욱 적극 폭로…檢조사·재판서도 '보태기' 이어져
폭로의 시발점은 자신을 이 대표의 '넘버3'라고 자칭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었다. 넘버1·2는 이 대표가 직접 측근이라고 인정한 정진상 민주당 당대표 정무조정실장과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이다.
유 전 본부장은 지난달 20일 구속 기한 만료 전후로 이 대표를 둘러싼 의혹에 대해 폭로하기 시작했다.
그는 이 대표가 고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1처장에 대해 '모른다'고 말한 부분에 큰 배신감을 느꼈으며, 그동안 형제처럼 생각했던 정 실장과 김 부원장 등도 더 이상 보호할 필요성을 못 느낀 것으로 보인다.
이후 남욱 변호사도 폭로전에 합류했다. 남 변호사는 지난달 28일 자신의 공판에서 과거 대장동 사업에 이 대표의 지분이 있다는 취지의 대화를 했다고 주장했고, 천화동인 1호 실소유주에 대한 의혹도 제기했다. 지난해 가장 큰 논란이 됐던 '그분' 논란에 다시 불을 지핀 것이다.
이 폭로전에 정민용 변호사 또한 간접적으로 힘을 보태는 형국이다. 성남도개공 전략사업실장을 지냈던 그는 최근 검찰 조사에서 김 부원장이 지난 4월 유원홀딩스 사무실을 다녀간 뒤 사무실 안에 있던 돈 봉투가 사라졌다는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원장은 방문한 사실 자체는 인정하고 있지만 자금 수수는 없었다는 입장이며, 정 변호사 또한 직접 돈이 오가는 모습을 본 것은 아니라고 진술했다. 다만 검찰은 당시 유원홀딩스에 사람들의 출입이 드물었던 점을 볼 때 김 부원장이 당시 돈을 가져갔다고 보고 있다.
해당 자금은 김 부원장이 유 전 본부장에게 이 대표의 대선 경선 자금 명목으로 요구한 것으로, 유 전 본부장 이를 인지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자금 조성은 남 변호사가 했다.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의 경우 본의 아니게 이 대표 의혹에 힘을 실어줬다. 전날 열린 곽상도 전 의원의 뇌물 혐의 공판에서 제시된 2020년 3월 24일 '정영학 녹취록'이 문제였다.
녹취록에서 김씨는 정영학 회계사에게 "이재명? 이재명은 대통령이 되지"라며 "영학이, 나중에 이재명 님 청와대 가면은"이라고 운을 떼고, 정 회계사는 "전혀, 저는 형님, 콩팥이 하나에요. 저는 코로나 걸리면 죽습니다, 바로"라고 선을 긋는다.
이후 곽 전 의원의 변호인은 "김씨가 이재명 대표에게 '이재명 님'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나"라고 물었고 정 회계사는 "그렇다"고도 답했다. 과거 공개된 녹취록에서 김씨가 "천화동인1호의 절반은 '그분 것'"이라고 말한 부분이 재조명되면서, 이 대표가 사실상 김씨의 상관 역할을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현재까지 대장동 의혹과 연관돼 있다고 드러난 사람 중 김씨가 나이나 직무상 존칭을 사용할만한 사람은 이 대표밖에 없다"며 "남 변호사의 발언까지 더해져 의혹이 짙어지는 만큼 검찰이 이 부분에 대한 수사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마스크를 벗고 있다. 2022.11.02 pangbin@newspim.com |
◆ 檢 대장동 재수사 이후 폭로전 가속…왜?
법조계 안팎에선 대장동 의혹 관련 사건이 핵심인물들의 폭로로 전환점을 맞이한 데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봐주기·부실' 수사 논란이 있던 수사 지휘라인이 교체된 영향도 있지만, 이들의 심경에 변화를 줄 만한 포인트가 있었다는 것이다.
우선 유 전 본부장의 경우 직접 배신감이 컸다고 말했지만 일각에선 검찰과의 '플리바게닝(유죄협상제)'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짙어지고 있다.
플리바게닝(유죄협상제)은 피고인이 유죄를 인정하거나 다른 사람에 대해 증언하는 대가로 검찰이 형을 낮추거나 가벼운 죄목으로 다루기로 거래하는 것으로, 즉 유 전 본부장이 김 부원장 관련 의혹에 대한 주요 정보를 검찰에 넘기고 편의 제공과 형량 감소를 약속하는 거래 등이 있었다는 것이다.
남 변호사의 폭로 또한 이같은 맥락에서 궤를 같이한다는 분석이 있다. 남 변호사의 구속기한 만료는 오는 22일이며, 검찰은 지난 9월 초 남 변호사와 김씨, 정영학 회계사의 재산 약 800억원에 관해 법원에 '기소 전 추징보전'을 청구하며 이들을 압박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 대표의 지난 대선 패배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있다. 이 대표가 대통령이 됐다면 이들을 보호해줄 수 있었겠지만, 대선 패배 뒤 검찰 수사팀의 물갈이 후 재수사가 진행되면서 대장동 사건의 모든 것을 자신들이 끌어안을 수 있다는 부담이 컸다는 것이다.
지청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대장동 관련자들의 믿을 구석은 사실상 이 대표의 대선 승리밖에 없었다"며 "이 대표의 대선 패배 이후 오히려 유 전 본부장 등은 추가 기소까지 되는 마당에 이제는 자기 살길을 스스로 찾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유 전 본부장과 남 변호사 등 대장동 일당은 오는 4일 대장동 로비·특혜 의혹 재판에서 만나게 된다. 이날 재판에서도 이들의 폭탄 발언이 이어질지 관심이 집중된다.
hyun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