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초반부터 발 빠른 대응…일정 전면 공개
주무 장관 이상민 책임 회피성 발언 논란
대통령실도 옹호 "현 제도로 대응 어렵다는 취지"
[서울=뉴스핌] 채송무 기자 = 300명이 넘는 사상자가 발생한 이태원 사고가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동력을 확보하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지난 29일 발생한 이태원 사고는 154명의 사망자와 149명의 부상자를 낳았다. 세월호 참사 이후 가장 큰 피해를 낳았으며 대부분 10대와 20대, 30대인 젊은 층들이 피해를 당했다는 점에서 충격은 컸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여름 수해 때 일었던 늑장 대응을 염두에 둔 듯 발빠르게 대응했다. 위기 관리가 국가 리더십의 핵심 요소라는 점을 생각할 때 30%대 초반에 머물고 있는 윤 대통령의 지지율 상승 계기가 될수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발언이 논란이 되면서 국가의 책임 논란에 휘말릴 가능성이 제기돼 주목된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29일 저녁 핼러윈 행사 인파로 인해 300명대의 사상자가 발생한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31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 분향소를 조문하고 있다. 2022.10.31 kilroy023@newspim.com |
◆尹대통령, 사태 초반부터 수습 컨트롤타워
밤샘 수습→현장 방문→대국민 담화 등 발빠른 조치
윤 대통령은 이번 이태원 사고에서 발 빠르게 수습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았다. 29일 밤 11시 36분경 이태원에서의 인명 피해 소식이 전해지자 대통령실에서는 윤 대통령의 긴급 지시가 내려갔다. 행정안전부 장관을 중심으로 모든 관계 부처 및 기관에서 피해 시민들에 대한 신속한 구급 및 치료가 이뤄질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라는 내용이었다.
자정을 넘긴 12시 16분 경에는 2차 지시가 공개됐다. 보건복지부를 중심으로 응급의료체계를 신속하게 가동해 응급 의료팀을 파견하고 인근 병원의 응급 병상 확보 등을 실시하라는 것이었다.
이후 윤 대통령은 실시간으로 자신의 일정을 공개했다. 윤 대통령은 새벽 1시 경 용산 대통령실 위기관리센터에서 긴급 상황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사고 현장에 환자 이송과 치료 목적 외에 일체의 차량과 인원을 통제하라고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새벽 2시 29분경에는 정부서울청사 상황실로 이동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했다. 사고 발생 6시간이 지나지 않은 30일 오전 9시 49분에는 윤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통해 국가 애도기간을 선포하고 각종 축제 등에 대한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하겠다고 했다. 사고를 당한 피해자와 가족을 잃은 유가족에 대한 애통한 대통령의 목소리도 나왔다.
이후 곧바로 윤 대통령은 이태원 현장을 방문해 소방 등으로부터 상황을 청취하고 곧바로 정부서울청사로 이동해 사고수습본부회의를 개최했다.
사고가 발생한 용산구는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해 사망자의 장례 절차와 부상자의 치료 등 필요한 지원을 하도록 했다. 외국인 사상자에 대해서도 내국인과 다름 없는 조치가 약속됐다.
31일에는 부인인 김건희 여사와 함께 서울시청에 마련된 합동분향소를 찾아 희생자들을 추모했고, 원인과 재발 방지에 돌입했다. 한덕수 총리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등과 확대 주례회동을 열고 제도적 한계에 대한 보완에 나서라고 지시했다. 사태 초반부터 이어지는 발 빠른 대처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이태원 사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 참석하며 통화를 하고 있다. 2022.11.01 yooksa@newspim.com |
◆ 이상민 설화 "인력 미리 배치돼 해결되는 문제 아니다"
대통령실은 옹호 "현 제도 한계 지적한 발언"
그러나 의외의 문제가 발생했다. 윤 대통령의 최측근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논란의 중심이 된 것이다.
이 장관은 참사 브리핑에서 "예년과 비교했을 때 특별히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모였던 것은 아니었다"면서 "경찰·소방 인력이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는 아니었던 것으로 지금 파악을 하고 있다"고 말해 책임 회피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 장관은 지난 달 31일에도 "(경찰이나 소방의 대응으로) 사고를 막기에 불가능했다는 게 아니라 과연 그것이 원인이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라고 했다.
그는 취재진에게 "특이사항은 없었다"며 "핼러윈을 맞아 이태원에 모인 시민이 예년 8∼10만에서 이번 13만으로 예년 대비 30% 정도 늘었고, 경찰은 예년 80∼100명에서 올해 130여명으로 40% 증원이 됐다"며 경찰력 배치에는 문제가 없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 장관의 발언은 야당 뿐 아니라 여당에서도 비판을 받았다. 국민의 민심에 반하는 발언이라는 것이다. 야당은 더욱이 이 장관의 발언은 부적절한 것으로 평가하며 책임을 추궁하고 나섰다.
논란이 커지자 이 장관은 설명자료를 통해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정확한 사고원인을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국민들께서 염려하실 수도 있는 발언을 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지만 논란은 커졌다.
[서울=뉴스핌] 황준선 기자 = 지난 10월 29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서 핼러윈 인파가 몰려 인명사고가 발생해 소방당국이 구조작업을 하고 있다. 2022.10.29 hwang@newspim.com |
이번 사고의 원인에 대해 코로나19 규제가 풀린 가운데 많은 인파가 몰릴 것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지자체와 정부가 아무 조치를 하지 않은 것이 문제라는 목소리가 일고 있는 가운데 정부 주무 부처 장관이 책임을 회피하는 듯한 발언으로 논란에 불을 붙였기 때문이다.
대통령실은 "이상민 장관 발언의 취지는 현재 경찰에게 부여된 권한이나 제도로는 이태원 사고와 같은 사고를 예방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발언"이라며 "현재 경찰은 집회나 시위와 같은 상황이 아니면 일반 국민을 통제할 법적·제도적 권한이 없다"고 말했다.
다만 대통령실은 이 장관의 발언이 국민 감정에 반하는 부분은 간접 인정했다. 관계자는 "우리 정부는 사고의 원활한 수습을 위해 매진해야 하고 모든 관계 부처 공직자들이 그에 맞춰 판단하고 행동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10만 명이 찾은 최근 부산 BTS 공연에서는 경찰을 포함해 안전 인력 2300여 명이 배치됐던 것을 고려하면 핼러윈 축제는 주최 측이 없었다는 것을 이유로 사실상 방치됐다.
155명이 사망한 최악의 참사의 충격이 가시면 원인 규명과 책임 논란이 일 가능성이 크다. 대통령실이 여기에 대해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이번 사태는 윤 대통령 국정 동력 확보에 득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어 보인다.
dedanh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