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학습 분석·팀 기반 학습에 초점둬야"
"핀란드 등 해외는 학교 AI 도입 신중론 접어들어"
교사 "AI보단 문제 은행식 프로그램 수준"
코로나19 사태 이후 학습격차 문제가 부각되면서 교육계가 비상이 걸렸다. 격차 해소를 위한 다양한 방안이 제시되고 있지만, 인공지능(AI)이 주요 해결책으로 부각되고 있다. '가보지 못한 AI를 활용한 교육의 길'에 대한 물음표는 여전하다. AI가 수업에 도입될 경우 학생들의 발달 및 학력, 교사들의 역할 등 파생적인 문제도 적지 않다. 뉴스핌은 연구자료 및 전문가의 의견 등을 통해 AI교육의 적절성 등을 짚어봤다.
[서울=뉴스핌] 소가윤 기자 = 정부가 학력 격차 해소를 위해 인공지능(AI) 기반 학습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교사들은 '실효성'에 대한 의무를 제기했다. 특히 현재의 AI를 통한 학습 시스템을 경험한 교사들은 해당 시스템이 문제풀이 중심으로 구성돼 사실상 '디지털 학습지'에 불과하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23일 교육당국에 따르면 당국은 민간 업체와 업무협약을 맺고 수학, 영어 등에서 AI 프로그램을 활용해 단원별 학습평가와 성취도 분석 등을 실시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도 교사들이 수업에서 AI 학습 프로그램을 자유롭고 활용할 수 있도록 방침을 정하고 추진 중이다. 지난해에는 초등학교 1곳과 고등학교 1곳을 지정해 AI를 활용 한 교육이 학생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 지를 연구한 바 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2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19회 대한민국 교육박람회에서 참석자들이 부스를 체험해보고 있다. 올해로 19회를 맞이한 '대한민국 교육박람회'는 '교육이 미래다(The Future is Education)'를 주제로 교육 현장에서 각광받고 있는 에듀테크와 교육부에서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그린 스마트 스쿨', 글로벌 교육산업 트렌드 등을 중심으로 미래 교육의 방향성을 제시한다. 2022.04.26 pangbin@newspim.com |
◆ 교사들 "문제 은행식 프로그램…유의미한 데이터 부족"
AI 프로그램을 수업에서 활용한 교사들은 다양한 어려움이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가 AI학습 체계가 결과적으로는 '문제은행식'으로 구성됐다는 점이다.
서울시교육청교육연구정보원의 AI 기반 에듀테크의 학교 현장 적용 연구에서 28년차 초등교사 유모 씨는 "학생이 활동을 하면 AI 프로그램이 바로 학습 분석을 해주기를 기대했는데 마치 기계 선생님이 처음부터 끝까지 설명하고 학생이 그에 따라 문제를 푸는 과정인 거 같다"고 지적했다.
학생이 혼자서 학습하기에는 유용할 수 있지만, 학교 수업에서 교사가 활용하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부장교사인 오모 씨는 "문제를 풀면 자동채점 해주는 점은 편리하지만 AI보단 문제은행 수준에 가까웠다"고 말했다. AI가 제공해주는 학습 분석 보고서도 학습수행률, 나중에 한 학습의 수, 계획된 학습 수행 수는, 출석률 등으로만 나타나는데 각 데이터를 연결시키고 이해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성적이 중하위권인 학생은 상위권 학생보다 AI 학습 활용도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등학교 교사들은 상위권 학생의 경우 스스로 본인의 취약점을 파악하고 AI를 활용해 스스로 관련 학습을 하지만, 중하위권에게는 동기 부여 정도가 낮고 문제 선택권이 낮다는 점을 지적했다.
해당 연구의 책임연구원인 주정흔 서울시교육청교육연구정보원 선임연구위원은 "데이터 수집과정에서부터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주 연구위원은 "학생들의 학습 이력을 보여주는 데이터는 중요하다"며 "하지만 학습에는 학습성적뿐만 아니라 여러 복합적 요인이 미친다는 것을 고려할 때 데이터 수집과정에서의 윤리와 데이터 관리 주체의 문제, 관리할 방안 등을 먼저 세워야 한다"며 데이터 검증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AI 활용교육에서 이용되는 학습분석 데이터가 학생들의 학습 전체를 의미하는 것으로 확대 해석되거나 왜곡되는 것을 차단하는 나라도 있다.
디지털 강국인 핀란드 교육부는 학습분석에 대해 일단 '다양한 디지털 응용프로그램이나 디지털 환경에 정보를 남겨두는 학습프로세스의 일부만 설명한다는 점'을 지난해 발간한 '학습분석 프레임워크' 보고서에 밝혔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19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AIoT 국제전시회를 찾은 관람객들이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2022.10.19 pangbin@newspim.com |
◆ AI, 학습 분석·팀 기반 학습 필요
해외 AI 교육 연구는 이미 신중론에 접어들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실제로 핀란드에서는 학교에서 교사들이 활용할 수 있는 AI 프로그램 이용 시간을 제한해 놓는다. 핀란드 교육부는 2040년을 목표로 인공지능 정책을 준비하면서 학습 분석의 기초를 마련하기 위해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위원회를 구성하여 학습분석에 대한 공통의 정의와 모범사례를 찾는 작업부터 시작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교육청교육연구정보원 측은 AI가 학교 공동체의 특성을 반영해 '팀 기반 학습' 도구 역할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주 연구위원은 "AI를 학교에 일률적으로 도입하기보다 어떻게 활용할지를 구체적으로 고민하는 작업이 우선"이라며 "현재 AI 프로그램들은 초개인화에 맞춰져 교사 없이 혼자 문제를 푸는 '과거 주입식 교육'에 가깝다"고 말했다.
이어 "AI는 학습 분석을 하고 교사가 그 학습 데이터를 해석하도록 도와주는 정교함이 확립돼야 한다"며 "AI를 문제 해결의 방식으로만 바라볼 게 아니라 교사가 수업 방향 설정에서 의사 결정을 내리는데 도움을 줘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서울시교육감 예비후보 공약으로 'AI 보조교사' 도입을 내걸었다. AI 보조교사는 AI를 활용해 학생들이 온라인 학습 진단평가 등을 실시할 때 실시간으로 수준을 파악해 평가하고 보완 학습을 도와주는 학습 보조 시스템이다. 모든 초·중·고교에 AI 보조교사를 도입해 학력 격차를 줄이고 교사는 창의력과 인성을 길러주는 데 집중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sona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