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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망 위기, 해법은] ④"바이오도 미국이 다 하겠다"…'K바이오' 갈 길은

기사입력 : 2022년10월20일 16:16

최종수정 : 2022년10월27일 13:39

바이든 행정부 "미국내 개발, 생산" 행정명령
미국 제약사와 계약중인 CDMO 업체들 우려
"우리 강점 키우고 원료 자립 위한 정부 지원 필수"

세계 주요국들이 '경제 안보'를 내세우면서 WTO 체제하의 자유무역 체제가 끝나가고 있다. 이들은 원자재나 연료, 미래 산업을 위한 기술 등을 무기로 삼아 철저하게 '자국 중심주의'로 향하는 모습이다. 이 과정에서 수출 중심의 한국 경제는 소재와 부품 수급이 어려워지는 '공급망 위기'에 처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고, 이미 그런 조짐도 보이고 있다. 뉴스핌은 이번 기획을 통해 세계 경제 헤게모니 재편 상황에서 나타난 '공급망 위기'의 심각성과 대응 방안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서울=뉴스핌] 백진엽 선임기자 =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반도체와 전기차에 이어 바이오도 미국 생산 우선주의를 내세우면서 국내 바이오 산업계가 비상이다.

[공급망 위기, 해법은] 글싣는 순서

1. 미·중 싸움에 등 터지려는 '한국 경제'
2. 中투자 막힌 삼성·SK 반도체...돌파구는
3. 현지 생산 아니면 차별...한국 전기차 대응은
4. "바이오도 미국이 다 하겠다"…'K바이오' 갈 길은
5. "정부, 관련 정보 빨리 수집해 기업과 공유해야"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달 12일(현지시각) '국가 생명공학 및 바이오 제조 이니셔티브'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생명공학 분야에서 미국에서 발명된 모든 것을 미국에서 만들 수 있게 한다는 게 골자다. 이 역시 반도체나 전기차와 마찬가지로 중국을 견제하면서, 바이오 분야 공급망까지 미국 중심으로 구축하겠다는 의도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1일 세계 최대 바이오의약품 생산 시설인 삼성바이오로직스 제4공장을 방문해 생산 시설을 직접 점검하고 있다.[사진=삼성전자 제공]

이는 또 코로나19로 인해 의약품 공급망이 붕괴되면서 위기에 처했던 미국이 다시는 이같은 일을 겪지 않기 위한 방책으로도 해석된다. 당시 인도가 일부 의약품에 대해 수출제한 조치를 내렸는데, 여기에 해열제나 진통제에 사용되는 아세트아미노펜 등이 포함되면서 미국과 유럽 등에서 기초의약품 품귀 현상이 벌어졌다.

어쨌든 지난해 5월 한국과 미국의 정상이 '미국=기술, 한국=생산'이라는 분업 체계에 합의한 '백신 글로벌 파트너십'을 맺은 지 1년여 만에 두가지 모두 미국이 하겠다는 것으로 입장이 바뀐 것이다. 이에 국내 위탁개발연구(CDMO) 사업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는 미국의 행정명령에 대해 "미국에서의 혁신 바이오기술 개발, 그리고 개발된 제품의 미국 내 생산(innovate here, produce here)이라는 강력한 메시지가 있다"며 "기저에는 유럽, 일본, 한국 등 미국의 동맹국들도 미국의 경쟁국으로 인식되어 있는 것으로 사료되는 바, 해외 협력도 추진한다고 돼 있지만 미국 내 경쟁력 강화를 위한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국내 CDMO 업체로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SK바이오사이언스, 셀트리온 등이 꼽힌다. 특히 삼성바이오와 SK바이오는 미국 제약사와 계약을 체결해 국내에서 코로나19 백신을 생산하면서 글로벌 CDMO로 유명해졌다. 삼성바이오는 모더나, SK바이오는 노바백스 백신을 생산하고 있다.

두 회사의 매출에서 위탁생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판이하다. 삼성바이오의 경우 90% 이상인 반면, SK바이오는 30%에 못 미친다. 미국의 '바이오 행정명령'에 대해 삼성바이오가 더 깊이 고민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내 업체들은 이에 대응해 미국 현지화 생산 시설 확보를 적극 검토 중이다. 미국 현지에 생산시설 투자 등을 전개할 경우 판매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는 미 텍사스주, 캘리포니아주, 노스캐롤라이나주 등을 후보지로 두고 생산시설 투자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SK바이오 역시 지난달말 미국 현지 법인 설립을 결정했고, 법인장까지 내정했다. 법인장은 김 훈 최고기술책임자(CTO)가 맡게 된다. 업계에서는 이 역시 미국 행정명령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밖에 셀트리온도 미국 현지 생산시설 확보를 적극적으로 검토중이다. 에이프로젠의 경우 최근 미국의 우수의약품제조및품질관리기준(cGMP) 공장 인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산업계는 원료의약품 자립을 위한 정부의 지원도 강조하고 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국산 원료의약품 전주기적 지원책 마련 ▲R&D 세제 지원 확대 ▲국산 원료 사용시 약가 우대 확대·기간 연장 등을 요구했다.

바이오경제연구센터는 "미국이 자국의 바이오의약품 생산기반을 확대하기 위해 공공 인프라와 민간기업의 시설 확장, 그리고 공공 구매 등에 대한 조치 등을 취한다면, 우리 정부도 우리가 강점이 있는 분야는 더 강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바이오의약품 제조경쟁력 강화를 위한 다각적인 지원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바이오경제의 핵심으로 떠오른 합성생물학 분야는 우리나라는 글로벌 수준의 연구성과도 창출하고 있고, 우수한 미생물 발효기술이 있고, 바이오의약품에 대한 대규모 생산 역량 경험도 보유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높은 초기 투자비용, 시장과 성공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정부나 민간차원의 투자는 매우 미흡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이에 정부와 민간에서 추진되고 있는 합성생물학 및 관련 인프라 구축 지원 및 추진현황에 대한 실태 파악이 우선돼야 한다"며 "또 다양한 부처가 관여되기 때문에 부처별 역할 등 추진체계 정립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jinebito@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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