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의사불벌죄 폐지와 함께 '예방교육' 제안
"적극·조기신고, 스토커 사기 꺽을 수 있어"
스토킹 정의 규정 '지적'..."여러 유형 포섭해야"
법무부, 스토킹처벌법 개정안 입법예고
직접적인 접촉은 없지만 상대방을 쫓아다니거나 전화, 편지, 온라인 등으로 불안과 공포를 주는 스토킹(stalking)은 근래 확산되는 범죄다. 스토킹은 자신의 요구를 상대방이 거부할 때 흉악 범죄로 돌변하는 경우가 많아 피해자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한다. 이에 뉴스핌은 범죄 예방 및 대책 등을 마련하기 위해 기획연재로 스토킹을 추적했다.
[서울=뉴스핌] 김신영 배정원 기자 =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을 계기로 스토킹 범죄 예방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법무부는 스토킹처벌법 조항인 '반의사불벌죄'를 폐지하는 한편 스토킹 가해자들을 대상으로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을 도입할 예정이다.
법원이 앞서 신당동 사건의 가해자인 전주환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법부 책임론이 확산하자 대법원은 '조건부 석방제' 도입의 필요성을 주장하기도 했다.
[스토커 파일] 글싣는 순서
1. '욕구불만&보복심리', 흉악 범죄로 확대
2. '순정'에서 '집착'으로…명확해진 '스토킹범죄'
3. 겉보기엔 평범…범행시 치밀·계획적 돌변
4. 학습된 상습범죄→계획범죄...참극 '무방비'
5. 피하면 안전? 잠재 피해자 위한 근본 대책은
6. 끝나지 않은 피해…유족 눈물은 누가 닦아주나
스토킹 범죄 예방 대책 중 가장 시급한 사안으로는 반의사불벌죄 폐지가 꼽힌다. 피해자가 원하지 않을 경우 가해자가 처벌받지 않기 때문에 가해자들이 이를 요구하고자 지속적인 접근을 시도하다 2차 가해를 저지르는 경우가 빈번하기 때문이다.
여야가 빠른 시일 내 반의사불벌죄 규정을 폐지하는 법률 개정에 나설지 주목되는 가운데 법조계는 지금부터라도 법 개정과 함께 스토킹 범죄를 예방할 인식 개선 교육을 실시하고, 초기 신고 대응 시스템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스핌] 김기락 기자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2022.10.19 peoplekim@newspim.com |
◆ "스토킹 범죄도 성범죄처럼 예방교육 해야"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의 가해자 전씨와 피해자는 직장동료 사이였다. 이처럼 직장에서 스토킹 범죄가 발생하는 사례는 빈번하다.
실제 직장갑질 119가 2020년 1월부터 지난달 20일까지 접수한 젠더폭력 제보 51건 중 지속적인 접촉과 연락을 시도하는 스토킹 사례가 11건(21.6%)으로 가장 많았다.
한국여성변호사회 인권이사 서혜진 변호사는 "성희롱이나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서는 법률적으로 제도화되고 교육도 많이 하는데 스토킹에 대한 인식은 부족하다"며 "사내에서 스토킹으로 처벌할 수 있는 징계규정이 없는 경우도 많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직장 내 성폭력·성희롱 예방교육에 스토킹 예방 교육을 포함시켜 하나의 챕터로 교육할 필요가 있다"며 "반의사벌불죄가 모르는 분들도 많다. 최소한 조직의 관리자라면 알아야하는 것들 위주로 교육을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연령과 성별을 불문한 인식개선 차원의 예방교육이 시급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대한변호사협회 대변인 하채은 변호사는 "스토킹 피해자는 누구나 될 수 있다"며 "건장한 30대 남성이 피해자가 되는 경우도 생각보다 많이 있기 때문에 대국민을 상대로 스토킹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알리는 차원의 예방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여성분들은 상대적으로 남성보다 'NO'라고 거절 당하는 교육을 받은 적이 없고 익숙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며 "남자 측에서 거절했는데도 그럴 리가 없다며 전화를 400통씩 하는 경우가 있어 남자와 여자 구분 없이 조기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검찰청 등 성범죄 전담검사 출신 이승혜 변호사는 "성범죄 예방교육처럼 스토킹범죄에 대한 예방교육도 필요하다"며 "어떤 행동이 스토킹으로 간주되는지 실제 사례를 기반으로 학교에서 교육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일상생활에서 잠재적 가해자들을 알아차리기 쉽지 않은 만큼 적극적인 신고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 변호사는 "스토킹의 낌새를 느낄 때부터 적극적으로 신고를 하면 잠재적 가해자들의 범의를 꺾어버릴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스토킹 처벌법이 시행된 이후 수사기관에서도 확실히 태도가 달라졌다"며 조기 신고를 권고했다.
그러면서 "만약 신고를 했는데 별다른 조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대한법률구조공단에 알리거나 변호사를 선임하는 등 최대한 적극적으로 대응하라"고 조언했다. 이어 "상대방이 스토킹 가해자라는 생각이 들면 더 이상 어떠한 연락에도 응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2022.10.18 mironj19@newspim.com |
◆ 사각지대 많아..."스토킹 행위 정의 규정부터 손질해야"
스토킹처벌법에서는 스토킹 행위를 다섯 가지로 규정하고 있다. ▲피해자에게 접근하거나 피해자를 따라다니거나 피해자의 진로를 막는 행위 ▲피해자가 일상적으로 생활하는 장소 부근에서 기다리거나 지켜보는 행위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메시지를 보내는 행위 ▲직접 또는 제3자를 통해 물건을 건네는 행위 ▲주거지 등에 놓인 물건을 훼손하는 행위를 반복하는 경우이다.
서 변호사는 "스토킹에 대한 정의 규정 자체가 다섯 개로 한정돼 있어 법률상 피해 상황을 다 포섭할 수가 없다"며 "전부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스토킹 피해 유형들을 포섭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온라인 스토킹은 스토킹처벌법의 사각지대라는 지적이 많이 제기됐었다. 이에 법무부는 지난 19일 온라인 스토킹에 대한 처벌규정을 신설하는 내용을 포함한 스토킹처벌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구체적으로 정당한 이유 없이 온라인에서 '괴롭히거나 해악을 끼칠 목적'으로 피해자 등의 개인정보 등을 제3자에게 제공·배포·게시하거나 피해자 등을 사칭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규정을 신설했다. 다만 공인에 대한 공익 목적의 비판 등 정당한 이유가 있거나 괴롭힐 목적이 없는 행위는 포함시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