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민간위성 사진 통해 드러나
김정은, "너저분한 남측 시설"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전문기자 = 북한이 금강산 관광지구의 공연시설인 문화회관을 완전 철거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곳은 한때 관광객을 위한 북한의 교예(서커스) 공연이 열린 곳으로, 현대가 건설하고 한국관광공사가 국민 세금을 들여 매입해 위탁 운영했던 한국 측 자산이다.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전문기자 =2019년 10월 촬영된 금강산 관광지구 모습. 왼쪽 아래 회색 돔형 건물이 금강산문화회관이다. [사진=VOA] 2022.09.23 yjlee@newspim.com |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23일 미국의 민간 위성사진 서비스 '플래닛 랩스'가 하루 전 촬영한 위성사진을 분석해 "문화회관을 덮고 있던 밝은 회색빛의 돔 형태 지붕이 사라졌다"고 보도했다.
과거 위성사진에 뚜렷이 보였던 원형 지붕 대신 이 지붕을 받치고 있던 구조물만 절반 정도 남았고, 지붕 아래 내부 공간도 속을 훤히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다.
이 방송은 "위성사진만으론 북한이 문화회관을 완전히 철거 중인지, 아니면 새 지붕을 다시 얹으려는 것인지는 파악할 수 없지만 현재 건물의 기능을 상실한 상태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고 분석했다.
620석 규모의 실내 공연장인 금강산문화회관은 고공교예 등 서커스 공연을 위해 돔형으로 지어졌다.
지난 2001년 한국관광공사가 현대아산으로부터 약 355억 원에 매입해 위탁 운영하는 방식으로 운영했다. 당시 김대중 정부는 현대 측이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자 한국관광공사를 내세워 온정각과 온천장, 문화회관을 포함한 금강산 지구 남측 시설을 900억원에 매입해 숨통을 터줬다.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전문기자 =2019년 10월 금강산 현지를 방문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현대아산이 운영했던 선상 숙박시설인 해금강호텔 앞에서 관광지구 내 남측 시설의 철거를 지시하고 있다. [사진=조선중앙통신] 2022.09.23 yjlee@newspim.com |
북한의 문화회관 철거는 김정은 지시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9년 10월 금강산 현지를 방문한 뒤 문화회관과 선상호텔인 해금강호텔 등을 돌아봤으며 "보기에도 너저분한 남측 시설을 철거하고 우리식으로 하라"고 지시했다.
당시 김정은은 "남측과 협의해서 추진하라"고 지시했고, 북한은 개성 남북연락사무소를 통해 "금강산의 남측 시설 철거 문제를 논의하자"는 통지문을 보내왔다.
하지만 북한은 우리 측의 자산보호 요구를 무시하고 지난 3월 현대아산 소유의 해금강호텔을 철거했고, 4월에는 아난티가 운영하던 금강산 골프장의 8개 숙소동까지 해체했다.
yj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