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부경찰서 수사결과 브리핑
전 씨, 피해자 거주지 5차례 찾아
사이코패스-스토킹 범죄 양립 어려워
[서울=뉴스핌] 이정윤 기자 = 서울 지하철 신당역에서 역무원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전주환이 검찰로부터 징역 9년형을 구형받을 당시부터 범행을 결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 중부경찰서는 21일 경찰서 5층 대강당에서 사건 수사 결과 발표 브리핑을 열고 "전주환이 지난 8월 검찰로부터 스토킹처벌법 위반 등으로 징역 9년을 구형받았을 당시 '피해자 때문이라는 원망에 사무쳐 범행했다'고 진술했다"고 범행 동기를 밝혔다.
전씨는 지난 14일 자신이 장기간 스토킹해온 서울교통공사 역무원을 쫓아가 신당역 여자 화장실에서 흉기로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과거 피해자에게 협박·스토킹한 혐의로 기소돼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았고, 1심 선고를 앞둔 하루 전날 범행을 저질렀다.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전씨는 구형일인 8월 18일 서울교통공사의 내부 전산망에 접속해 피해자의 집 주소를 조회했다. 전씨는 8월 18일을 포함해 이달 3일과 14일(2회) 모두 4차례 피해자의 주소를 거듭 확인했다. 전씨가 알아낸 주소는 피해자가 이사 가기 전 옛집의 주소였다.
이후 전씨는 범행 전 피해자 A씨의 전 거주지를 이달 5일, 9일, 13일, 14일(2회) 등 모두 5차례 방문했다.
경찰 관계자는 "(범행일) 이전에 찾아갔을 때 피해자를 마주쳤다면 살해할 의도가 있었다고 본다"며 "피해자에 대한 복잡한 심경이 있었던 것 같은데 범행 당일에는 최종 결심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 화장실에서 스토킹하던 20대 여성 역무원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전주환(31)이 21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전주환은 피해자를 스토킹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다 1심 선고를 하루 앞둔 지난 14일 밤 여자 화장실을 순찰하던 피해자를 흉기로 살해한 혐의(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보복살인)를 받는다. 2022.09.21 mironj19@newspim.com |
경찰은 전씨가 사전에 피해자의 근무지와 근무 시간을 조회하고, 샤워캡과 장갑 등 범행도구를 집에서부터 챙겨서 온 점, 휴대전화에 위치정보시스템(GPS) 정보 조작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한 것 등을 계획 범죄 정황으로 판단했다.
경찰 관계자는 "샤워캡은 피해자와 마찰 있을 때 머리카락이 빠질까봐 썼다고 진술했다"며 "다만 장갑에 대해선 작업 등 다른 곳에 사용하려고 구매했다고 진술했다"고 말했다.
전씨는 "내 위치가 밝혀지기 싫어서 해당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다른 증거물인 태블릿과 외장하드는 고장났거나 오래되고 암호가 걸려 있어서 의미있는 증거를 찾아내지 못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2차 고소 이후 구속영장을 신청하지 않은 것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2차 고소 내용이 1차 고소 사건에 비해 확장되지 않았다"며 "추가된 내용은 합의 종용하는 문자메시지 전송이었고 직접 찾아가지 않는 등 직접적, 물리적 위협이 높지 않았다"고 말했다.
경찰은 전씨에 대해 면담을 진행하며 일명 사이코패스 검사라고 불리는 'PCL-R' 실시 여부를 검토했지만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경찰 관계자는 "사이코패스 범죄와 스토킹 범죄는 양립하기 어렵다"며 "사이코패스는 사회적 관계를 가지지 못하는 사람을 의미하지만 스토킹 범죄는 관계성 범죄의 일종"이라고 말했다.
앞서 서울 중부경찰서는 이날 오전 전씨에게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상 보복살인 혐의를 적용해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
남대문경찰서 유치장에 입감돼 있던 전씨는 이날 오전 7시 30분쯤 마스크를 벗고 포승줄에 묶인 채 취재진 앞에 섰다.
전씨는 '유족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죄송하다"고 답했다. 이어 '돈을 왜 뽑으려고 했느냐'는 질문엔 "부모님 드리려고 했다"고 대답했다.
'불법촬영과 스토킹을 인정하나'라는 질문에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정말 죄송하다. 제가 진짜 미친짓을 했다"고 했고, '보복살인 혐의를 인정하나'라는 질문에도 "정말 죄송하다"고 말했다.
jyoo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