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17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
경제 기조 전환과 규제개혁 성과 강조
위기의 민생경제 살릴 해법 제시 못해
[세종=뉴스핌] 김명은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취임 100일을 맞아 처음으로 기자회견을 열어 국정운영 구상을 밝혔지만 뚜렷한 경제비전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소주성) 정책을 폐기하고 경제기조를 민간·시장·서민 중심으로 바꿔놓았다면서 각종 성과를 나열했지만 소주성을 대체할 수 있는 마땅한 경기부양책을 내놓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고물가·고환율·고금리의 '3중고'에 시달리는 민생 경제를 어떤 방식으로 되살릴지에 대한 고민도 보이지 않았다는 비판 역시 제기되고 있다.
◆ '규제 개혁' 성과 가장 앞세운 尹
윤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 모두발언에서 정부가 세계 경제의 위기 속에 민생 경제를 살리기 위해 노력해왔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취임 후 100일 동안 이뤄낸 각종 국정 성과를 일일이 나열했다. 그 선두에 규제 개혁이 놓였다. 이는 윤석열 정부 경제 정책의 기조를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부분이기도 하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17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 100일 기자회견 생중계를 시청하고 있다. 2022.08.17 mironj19@newspim.com |
윤 대통령은 "제가 늘 강조했다시피 정부의 중요한 역할은 민간이 더 투자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제도적 방해 요소를 제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지난달 말 기준으로 총 1004건의 규제개선 과제를 관리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140건은 이미 개선 조치를 완료했다고 소개했다.
규제 개혁이 윤 대통령이 직접 주도적으로 이끌고 갈 대표적인 정책 어젠다라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윤 대통령은 "제가 직접 규제혁신 전략회의를 주재하면서 도약과 성장을 가로막는 규제를 과감하게 혁신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가 미래 성장동력으로 바이오헬스 산업을 육성하기로 하고 혁신 의료 기기 평가 기간 단축 등 규제 개선 작업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 부자감세 낙수효과 기대…보이지 않는 민생대책
윤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정부가 그동안 서민과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데 주력해 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류세 인하, 긴급생활안정지원금 지급, 소상공인 코로나19 손실보상·금융지원을 대표적인 사례로 꼽았다. 앞으로도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민생 경제를 세심하게 챙기겠다는 약속도 빼먹지 않았다.
하지만 민생 경제를 살릴 구체적인 해법은 제시하지 않았다. 각론에서는 별다른 접근이 이뤄지지 않은 셈이다. 공적 부문 긴축과 지출 구조조정으로 최대한 재정을 확보하고 이를 서민과 사회적 약자를 두텁게 보호하는 데 쓰겠다는 말로는 부족하다는 평가다. 동시에 소주성을 대체할 실물경기 부양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석열 정부는 최근 보유세 완화와 법인세·소득세·상속세 등 감세 정책을 내놓았다. 야당으로부터 '부자감세'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가운데 결과적으로 '감세 낙수효과'를 기대하는 것 외에 별다른 대책이 없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당권주자인 박용진 의원은 "윤석열 정부는 '견지망월(見指忘月·달을 보라고 손을 들어 가리켰더니 손가락만 본다)' 정부"라며 "민생을 향한 걱정보다 문재인 정부 때리기에만 집중하는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우리가 여당일 때 반성할 점은 소주성 정책이 아니라 이 노선에 따른 정책을 최저임금의 가파른 상승 외에 그 어떤 것도 제대로 해보지 못했다는 것"이라며 "전 정부 지우기 자리에 물가안정과 연금개혁, 이중노동시장 해결 대책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정부가 민생을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단편적으로 관리하는 느낌"이라며 "민생 안정이라는 큰 줄기를 갖고 정책 방향성을 명확히 하고 구체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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