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진료하고 대리인 방문진료로 기재
法 "전화진료 자체도 위법"
[서울=뉴스핌] 윤준보 기자 = 한 의사가 전화로 진료한 환자의 진료기록부를 마치 환자 대리인이 내원해 진료한 것처럼 작성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법 형사항소1-2부(김동현 부장판사)는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54)씨의 항소심에서 벌금 70만원을 선고했다.
서울에서 모 의원을 운영하는 A씨는 지난 2015년 10월부터 2018년 10월까지 약 3년간 한 달에 한 번 꼴로 이같이 진료기록부를 허위작성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전화로만 진료한 환자 11명의 진료기록부 34장을 대리인이 내원한 것으로 기재했다. 진단 병명도 위·식도역류질환, 당뇨병, 갑상선염, 고혈압, 척추협착, 관절염, 통풍, 우울에피소드(우울증 증상 발현 기간) 등으로 여러 과에 걸쳐 있었다.
의료법 제22조 제3항에 따르면 의료인은 진료기록부 등을 거짓으로 작성하거나 고의로 사실과 다르게 추가기재·수정해선 안 된다. 이를 위반하면 같은 법 제88조 제1호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단, 2016년 12월 20일 이전까진 벌금은 1000만원 이하).
[서울=뉴스핌] 윤준보 기자 =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방법원 전경 2022.04.20 yoonjb@newspim.com |
A씨 측은 당시 부득이하게 전화 진료를 하게 됐고 이를 전산 시스템에 입력할 방법이 없어 어쩔 수 없이 '타인대리' 항목으로 입력했다고 주장했다. 거짓의 진료기록부를 작성하려는 범의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전화 진료 자체도 의료법에 위반된다며 A씨의 주장을 일축했다.
의료법 제33조 제1항에 따르면 의료인은 몇 가지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곤 의료법이 정한 의료기관 내에서만 의료업을 해야 한다. 이를 위반하면 같은 법 제90조에 따라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환자나 환자 보호자의 요청에 따라 진료하는 경우'가 의료기관 밖에서의 의료업이 허용되는 예외에 해당하긴 하지만, 이 경우에도 특별한 사정이 없이 전화 등으로 원격 진료를 하는 것은 의료법에 위반된다는 게 대법원 판례다.
1심 재판부는 이같은 판례를 인용하며 "현행 의료법 해석상 전화 등 장치를 이용한 원격진료가 의사의 재량적 판단에 의해 일반적으로 허용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타인대리 내원과 원격 진료는 분명히 구별되는 개념이고 진료기록부상 이를 정확히 기재할 필요가 있다"며 "피고인의 행위는 진료기록부를 허위로 기재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고 피고인의 고의 역시 인정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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