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욱·김남국, '처럼회 해산' 논쟁
중진들도 계파 해체론 입장 엇갈려
[서울=뉴스핌] 홍석희 기자 = 더불어민주당 내의 '계파 해체'를 둘러싼 의원들 간 설전이 연일 격화하고 있다.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지난 대선·지선 패배 원인을 계파 정치에서 찾는 반명(반이재명)계와 당의 가치와 노선 평가가 우선이라는 친명(친이재명)계의 힘겨루기로 치닫는 양상이다.
지난 지방선거 직후 '이재명 책임론'을 선제적으로 언급하며 대표적인 반명 인사로 떠오른 이원욱 의원은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수박 사진과 함께 "수박 정말 맛있네요"라고 언급했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차기 지도부 구성 논의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2022.06.07 kilroy023@newspim.com |
수박은 '개딸'을 비롯한 이재명 지지자들이 민주당 내 반명 인사들을 향해 겉과 속이 다르다는 뜻으로 부르는 멸칭이다. 이 의원은 자신을 향한 '수박' 공세를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친명 의원 모임인 7인회 소속 김남국 의원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민에게 시비 걸 듯 조롱과 비아냥거리는 글을 올려 화를 유발하는 것은 명백히 잘못된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겸손한 자세로 듣진 못할망정 이렇게 조롱하는 글로 저희 지지자를 화나게 하는 글은 국민을 무시하는 잘못된 행동"이라며 이재명 지지자들을 옹호하는 발언을 이어갔다.
◆ 이원욱 vs 김남국, '처럼회 해산' 두고 갑론을박
이때까진 단순히 당 내 팬덤 정치에 대한 민주당 의원들 사이의 논쟁 수준이었다. 그러나 이 의원이 김 의원을 향해 "누가 정치훌리건의 편을 드는가. 이 시점에서 의원들을 돌아보면 이른바 '친명 의원'"이라고 일갈하며 '반명vs친명' 계파 갈등 구도로 확전했다.
당시 이 의원은 "그리고 왜 처럼회를 해산하지 않나? 해산을 권유드린다"며 "계파 청산이 민주당에 가장 필요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김 의원은 "지금까지 계파 정치로 천수를 누렸던 분들이 느닷없이 계파 해체 선언하면 잘못된 계파 정치 문화가 사라지는 것인지 묻고 싶다"며 "도둑이 선량한 시민에게 도둑 잡아라 소리치는 꼴"이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그러면서 "이번 전당대회가 계파 싸움이나 권력 투쟁이 장이 돼선 안 된다. 토론도 건전하고 생산적인 방향으로 되었으면 한다"며 계파 해체론에서 다소 비껴가는 뉘앙스를 남겼다.
그러나 이 의원은 건전한 논쟁은 계속 되어야 한다며 다시 한 번 계파 해체를 강조했다.
이 의원은 "제가 처럼회를 비롯한 민주당의 모든 계파를 해체하자고 주장하는 이유를 다시 한 번 말씀드린다"며 "지금 정치훌리건 등 민주당 의원들을 공격하는 근본적 원인이 계파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이 의원은 "정치훌리건을 없애기 위해 나서야 할 분들이 바로 이재명 의원과 측근 정치인들"이라며 "그 중 하나로 자리잡고 있는 모임이 처럼회다. 그래서 해체를 말씀드리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민주당에 존재하는 민주주의 4.0·더 좋은 미래·민평련(민주평화국민연대)·처럼회 등 모든 계파를 해소해야 한다"고 일괄적인 계파 해체를 거듭 강조했다.
◆ 이상민 "계파 해체 선언해야" vs 우원식 "가치와 노선 평가가 우선"
이후 김 의원이 관련 입장을 내놓지 않으며 둘 사이의 논쟁은 일단락 했지만, 당의 중진들이 한마디씩 거들며 여진이 지속하는 양상이다.
5선 중진인 이상민 의원은 13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금 찌들어 있는 계파가 여기저기 있다. 민평련·민주주의4.0·더 좋은 미래·처럼회 등등"이라며 "이들이 계파로 작용하는데 마치 공부 모임을 하는 것처럼 둔갑하지 않았나. 이건 해체 선언·해체 명령을 해야 한다"고 계파 해체론에 힘을 실었다.
반명 친이재명계로 분류되는 4선 우원식 의원은 이날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더이상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는 많은 국민들이 팬덤과 계파 때문에 민주당을 버렸다고 생각하냐?"고 반문하며 "계파 정치가 실패의 원인인 것처럼 너나 없이 해체하자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도 생뚱맞다"고 계파 해체론을 비판했다.
이어 우 의원은 지난 대선의 패배 원인으로 '당'을 지목하며 이재명 책임론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불평등·불공정·양극화의 시대정신을 부여받은 이재명 당시 대선후보가 '이재명다움'을 왜 놓쳤는지, 중도의 허상에 쫓겨 문재인 정부의 성과와 한계도 극복하지 못한 '당'이 패배의 원인이 아닌지 치열하게 맞붙는 것이 5년 뒤 승리를 위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가치와 노선 평가 없는 계파 해체는 남 탓을 위한 알리바이고 면피"라고 일갈했다.
hong9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