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운임 일몰제 폐지 등 요구하며 총파업 돌입
국토부, 화물연대 조합원 37% 참여한 것으로 추산
정부 '원만한 사태 해결'과 '엄정 대응' 투트랙 대응
[서울=뉴스핌] 강주희 기자 =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가 7일 0시부터 전면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첫 대규모 파업으로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 등 요구안이 관철될 때까지 무기한 투쟁하겠다는 방침이다.
화물연대는 이날 오전 10시 인천·부산·울산·군산 등 항만과 주요 화물물류 거점 16곳에서 전국 동시다발적 총파업 출정식을 개최했다. 수도권 조합원들이 모인 서울경기지부는 경기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ICD) 제1터미널로 이어지는 왕복 차선 도로에서 출정식을 열고 안전운임 일몰제 폐지, 유가 급등 대책 마련 등을 요구했다.
이봉주 화물연대 위원장은 "그동안 화물 운송료 책정 기준이 없어 자본은 최저입찰을 강요해 운반비를 깎고, 운송사는 노동자를 착취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며 "그간 정부의 답변을 인내심을 갖고 기다렸는데 이제는 기다림의 시간을 끝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화물노동자는 더는 자본의 노예로 살지 않을 것"이라며 "모두가 안전 운임을 적용받을 수 있도로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강조했다. 출정식에 참석한 조합원 1000여명은 '요소수 대란, 기름값 폭등, 안전운임제가 정답이다'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경찰은 집회 구역을 벗어난 무단 점거임을 강조하며 자진 해산을 명령했지만 화물연대는 집회를 계속 이어갔다. 터미널로 진입하는 일부 화물차량들도 경적을 울리며 항의했다. 양측의 물리적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으나 경기남부경찰청은 의왕 ICD와 평택항 등 경기지역 주요 물류 거점에 16개 중대 1200명을 배치해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고 있다.
[의왕=뉴스핌] 윤창빈 기자 =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가 7일 오전 경기 의왕시 의왕ICD 앞에서 무기한 전면 총파업 출정식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2.06.07 pangbin@newspim.com |
국내 최대 무역항인 부산에서도 총파업 출정식이 열렸다. 화물연대 부산지부는 이날 강서구 신항삼거리에서 총파업 출정식을 열고 "화물노동자의 생존을 위해, 국민의 안전을 위해, 우리 앞에는 단 하나의 길만이 놓여 있다"며 "투쟁으로 우리의 존재를 증명하고, 힘으로 우리의 권리를 쟁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촐정식에는 경찰 측 추산 조합원 700여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4개 차로 중 3개 차로를 점거하고 신항 인근 도로에 대형 화물차량 550여대를 도열했다. 한 조합원은 "우크라이나 사태로 경윳값이 큰 폭으로 올라 안전 운임제 없이는 생활이 곤란하다"면서 "기한과 대상 확대를 위해 국토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화물연대 부산지부의 총파업으로 부산 신항과 남구 신선대부두 등에는 컨테이너 차량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부산항만공사는 비상대책본부를 설치하고 24시간 물류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부산경찰청은 17개 중대 등 경력 1100여명을 부산지역 주요 항만과 물류터미널 등에 집중 배치하고, 불법행위 등에 엄정하게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전북지역 물류 핵심지인 군산항에서는 화물연대 조합원 2000여명이 참석한 대규모 출정식이 열렸다. 화물연대 전북본부는 "화물노동자의 생존권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법제도적 안전망을 마련해 달라"며 안전운임제 일몰페 폐지 등을 정부에 요구했다.
화물연대 조합원들은 이밖에 울산 신항, 인천 신항, 광양항, 제주 5부두, 포스코 정문 등에서 출정식을 열고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화물연대 지도부는 전날 조합원들에게 '총파업 지지엄호 행동지침'을 내리고 "파업기간에 발생하는 추가 화물에 대한 대체 수송을 거부하라"고 당부했다.
이번 파업에 참여한 화물연대 조합원은 2만5000여명으로 전체 화물노동자 42명의 6% 수준이다. 그러나 컨테이너·시멘트 화물차 비중이 높아 자칫 파업이 장기화 될 경우 물류차질이 불가피하다.
[영월=뉴스핌] 변병호 기자 =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강원지부 총파업 출정식. 2022.06.07 onemoregive@newspim.com |
이들은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 ▲안전운임 전차종·전품목 확대 ▲운송료 인상 ▲지입제 폐지 ▲노동기본권 확대 등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이중 핵심인 안전운임제는 화물노동자의 최소 운임을 정해 과로·과속·과적을 방지하기 위해 3년 일몰제로 도입돼 올해 말 폐지될 예정이다.
정부는 일단 원만한 사태 해결을 원칙으로 하되 불법행위에 대해선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출근길에서 화물연대 총파업에 대한 질문을 받자 "사용자의 부당노동 행위든, 노동자의 불법행위든 간에 선거 운동할 때부터 법에 따라 원칙에 따라 대응하겠다고 천명해 왔다"고 밝혔고, 한덕수 국무총리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히 조치하겠다"고 경고했다.
화물연대와 협상을 진행 중인 국토교통부는 전날 위기경보 수준을 '경계' 단계로 발령하고 범부처 합동점검회의를 열어 화물연대 파업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국토부는 이날 출정식에 화물연대 조합원의 37% 수준인 8200명이 참여한 것으로 추산, "전국적인 물류 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경찰 역시 화물연대에 '엄정대응'이라는 경고장을 날렸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이날 내부 지시를 통해 운송방해, 운전자 폭행 등 불법행위가 발생하면 현장에서 즉시 검거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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