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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대만 유사시 군사적 관여"...'전략적 모호성' 폐기하나

기사입력 : 2022년05월24일 14:43

최종수정 : 2022년05월24일 14:43

세 번째 '대만 방위' 언급..."실언 아닌 전략적 발언"
"대만 반도체 공급 의식한 것일 수도"

[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3일 중국이 대만에 침공하면 대만 방위를 위해 군사적으로 관여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의 이른바 '전략적 모호성'(strategic ambiguity) 정책에서 벗어난 것으로, 대(對) 대만 정책 변화를 시사한 발언이어서 주목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23일 오후 도쿄 아카사카 영빈관에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와 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 시간을 가졌다. 그는 취재진으로부터 중국의 침공을 뜻하는 "대만 유사시 미국은 군사적으로 관여할 방침이냐"는 질문을 받고 "그렇다. 그것이 우리의 약속"이라고 답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좌)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2.05.23 [사진=로이터 뉴스핌]

그동안 미국은 중국의 대만 침공에 따른 대응을 명확히 하지 않는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해왔다. 지난 1979년 제정된 대만관계법에 따라 미국은 대만의 자위력 강화를 지원하고 무기 수출을 하고 있지만 이는 중국의 억지와 대만의 일방적인 독립을 인정하지 않는 현상유지가 인도·태평양 지역 안정에 기여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해당 발언 이후 한 백악관 당국자는 "대만 정책에 변화는 없다"고 즉각 수습에 나섰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도 이날 브리핑에서 "미국의 '하나의 중국' 정책은 변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하나의 중국은 중국 대륙과 홍콩·마카오·대만은 나뉠 수 없는 하나이고 따라서 합법적인 중국의 정부는 오직 하나라는 중국 정부의 원칙이자 이데올로기다.

중국 정부는 지난 2020년 6월 홍콩에 국가보안법을 시행해 반(反)중 목소리를 내는 시위대를 체포하고, 정치적 자유를 억압해 '중국화(化)' 했다는 비판을 받는 데 국제사회는 중국이 다음 목표로 대만을 무력으로 흡수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의 '대만 군사적 관여' 발언은 중국에 대한 강한 경계감을 드러냄과 동시에 러시아의 우크라 침공을 사전에 막지 못한 미국의 억지력 저하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 "대만 방위" 발언 벌써 세 번째..."실언 아닌 전략"

바이든 대통령이 '대만 군사적 관여'를 언급한 것은 세 번째다. 

지난 2021년 8월 미국은 일본과 한국을 방위할 의무가 있다고 말한 데 이어 "대만도 마찬가지"라고 주장했으며, 그 해 10월에는 대만이 중국으로부터 공격을 받는다면 미국은 방위할지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물론이다. 우리는 그 책임이 있다"고 답했다. 

그럴 때마다 백악관은 수습하는 데 진땀을 빼면서 바이든 대통령의 실언 논란이 일었다. 그러나 세 번째 '대만 방위' 언급은 실언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주요 외신들은 분석했다.

[워싱턴 로이터=뉴스핌]김근철 기자=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화상 회담을 갖고 있다. 2022.03.19 kckim100@newspim.com

경제 매체 쿼츠는 바이든 대통령이 기시다 총리와 공동 기자회견에서 대만을 지금의 우크라이나 상황에 비유했다는 데 주목했다. 당시 그는 "대만을 무력으로 빼앗을 수 있다는 생각은 적절치 않다. 이 지역 전체를 혼란스럽게 할 뿐만 아니라 우크라이나 사태와 유사한 일이 될 것"이라고 발언했다. 

이는 중국에 보내는 일종의 경고장으로, 중국이 대만을 침공한다면 러시아 같이 서방의 대대적인 제재에 직면할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바이든 대통령의 세 번째 '대만 방위' 발언은 미국이 우크라에 병력에 파견하지 않은 결과 러시아의 침공을 허용했다는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해석했다. 당초 우크라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아니었기에 미국과 서방이 병력을 파견할 의무가 없다. 병력을 파견했다면 러시아와 전면전을 치러야 하는 위험성이 크다. 

대만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미국은 대만을 직접 방위할 의무가 없다. 만약 중국이 '미국은 군사력 행사에 신중하다'는 메시지로 읽는다면 중국은 대만에 무력 행사를 강화할 수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를 억지하려는 노력 중 하나로 '대만 방위'를 언급했을 것이란 추측이다. 

일부 전문가는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이 '전략적으로 모호한게 맞다'고 주장한다. 미국 싱크탱크인 아시아정책연구소(NBR)는 "일반적인 생각으로 '전략적 모호성'은 양안간 충돌로 현상유지가 훼손된다면 미국이 개입한다는 것으로 알지만 사실은 아니다"라며 "정확한 뜻은 미국의 직접 개입이 적절한 상황에 대한 '조건부 명확성'을 제공하는 일이다. 이로써 양측은 미국이 개입할 가능성 때문에 현상유지를 위험에 빠뜨리는 행동을 억제하게 된다. 대만은 본토로부터 이유없이 공격을 받을 때에만 미국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확신으로 현상유지를 할 것이다. 이것이 '이중억제'(dual-deterrence)"라고 설명한다.

[신화사=뉴스핌 특약]

◆ 중국의 예민한 반응 이유..."자존심 상했을 것" 

바이든 대통령의 '대만 방위' 발언에 중국이 예민한 이유는 국가적 자존심을 건드린 데 있다는 해석도 있다. 

프랑스24는 바이든 대통령이 우크라에 병력은 보낼 생각이 없다고 거듭 밝힌 데 반해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에 대해서는 지체없이 군사적 관여를 언급한 것은 중국 입장에서 다소 굴욕적으로 느꼈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도 러시아와 마찬가지로 핵보유국이다. 그런데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을 그저 장기적인 글로벌 경쟁자로만 취급한다. 

또 다른 관점은 바로 반도체다. 세계 첨단 반도체 생산의 92%는 파운드리 업체 TSMC가 있는 대만이 차지한다. 미 싱크탱크 신미국안보센터(CNAS)는 "대만이 미국으로부터 암묵적인 방위 협정을 맺고, 대만은 그 대가로 미국에 규제없는 반도체 공급을 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를 내놨다. 

미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의 매슈 크로닉은 파이낸셜타임스(FT)에 "어떤 이는 바이든 대통령의 세심하게 조율된 '전략적 모호성'으로 보고, 어떤 이는 나이가 들어 실언이라고 한다. 중요한 것은 무력 개입 여부는 대통령이 결정한다는 점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본능과 결정이 어떨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라고 진단했다. 

 

wonjc6@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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