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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뜨거운 싱어즈' 김영옥과 나문희의 웅변 "노년의 봄날은 진행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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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 화가 고야는 80세가 되었을 때 하얀 수염과 덥수룩한 머리에 파묻힌 얼굴에 지팡이 두 개에 몸을 의지하고 있는 한 노인을 그렸다. 거기에 붙은 설명구는 '나는 언제나 배운다'였다. 이 작품에서 고야는 새로움에 목말라하는 자기 자신의 모습을 나타냈다.

보들레르는 흔히 시인으로만 알고 있지만 걸출한 미술비평가이기도 했다. 후기 인상주의와 그의 후계자들은 보들레르의 미학적 성찰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 보들레르는 늙은 고야가 보여 주었던 놀라운 젊음에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 그래서 그는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다. 

"말년의 고야는 남이 연필을 깎아주어야만 할 정도로 시력이 나빠졌다. 그러나 이 때에도 그는 매우 중요한 석판화를 만들었다. 그것들은 세밀화로 된 거대한 그림, 놀라운 판화들이다. 이것은 위대한 예술가들의 운명을 지배하는 이상한 법칙에 대한 새로운 증거다. 그 이상한 법칙이란 삶은 지성에 역행하여 다스려지므로 위대한 예술가들은 한쪽에서 잃은 것을 다른 쪽에서 얻으며, 이렇게 진보적인 젊음을 따라 점점 강해지고, 원기를 되찾으며, 무덤가에까지 더욱더 대담하게 나아간다는 것이다."

'이상한 법칙'은 마티스에게도 발현되었다. 마티스는 일흔 두 살 때 대장암으로 인한 대수술을 받고 휠체어에 갇힌 상태에서 더 이상 붓을 쥐기가 힘들어졌다. 그러자 그는 좀더 다루기 쉬운 재료와 도구들을 집어들었다. 색종이를 오려서 붙인 그림, 종이예술은 그렇게 태어났다. 그는 휠체어에 앉아서 혹은 침대에 누은 채로 보조원들에게 색종이를 이리저리 배치하게끔 지시했고, 그런 열정적 활동이 그에게 제2의 전성기와 걸작들을 남겨주었다. 

마티스는 또 일흔 여덟살 때 자신의 꿈의 결정체였던 로사리오 예배당을 짓기 시작했다. 예배당은 여든 한 살 때 완성됐다. 이 예배당이야말로 마티스 자신의 말마따나 창작에 바쳐진 자신의 전 생애의 완성이었다. 마티스는 여든 다섯에 세상을 떠났다.

백상예술대상 시상식장에서 영화 <위대한 쇼맨>의 OST 'This Is Me' 합창 공연을 하는 jtbc 프로젝트 예능 '뜨거운 싱어즈'가 100간의 여정을 끝냈다. 권인하를 제외하면 모두 가수가 아닌 연기자들로 구성된 이 합창단은 지난 100일 동안의 힘든 연습 끝에 큰 감동의 무대를 선사했다. 

합창단에는 1937년생 최고령 연기자이자 성우인 여든 다섯 살의 김영옥, 1941년생 역시 연기자이자 성우인 여든 한 살의 나문희가 포함돼 있다.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 백상예술대상 시상식장에서 'This is me' 합창 공연으로 100일 동안의 여정을 마감한 김영옥(오른쪽)과 나문희. [사진='뜨거운 싱어즈' 방송화면 갈무리] 2022.05.24 digibobos@newspim.com

김영옥은 85세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각종 드라마와 영화, 예능 출연으로 가장 바쁜 연예인이다. 어느 날이든 TV에서 김영옥의 얼굴이 나오지 않고 넘어가는 일은 없다. 그런 숨가쁜 일정에서도 김영옥은 'This Is Me'  합창 연습에 참여해 일반인들도 익히기 어려운 노래를 습득했다. 그런 김영옥보다 네 살 아래인 나문희 역시 많은 영화와 드라마에서 빠지면 허전한 감초 역할을 하고 있다. '뜨거운 싱어즈'에서도 소프라노의 일원으로 매우 인상적인 도입부를 수행했다.

23일 방영된 '뜨거운 싱어즈' 합창 공연에서 나문희는 자신의 내레이션으로 공연의 시작을 알렸다. 이 내레이션에서 나문희는 자신이 첫 연기상을 탄 나이가 56세였다며, 포기하지 않고 계속 나가는 것이 삶의 진리임을 강조했다.

'뜨거운 싱어즈'는 김영옥과 나문희가 없었더라면 매우 밋밋한 예능 프로그램이 되었을 것이다. 제작진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에 여든 살이 넘은 두 '선생님'을 캐스팅했을 것이다. 이런 전략은 매우 맞아떨어져서 이 예능이 진행되는 내내 두 사람의 에피소드가 사람들의 감성라인을 터치했다. 프로그램 초반 두 사람이 함께 부른 <봄날은 간다>는 두 사람의 나이, 삶의 굴곡과 어우러지며 정말 뭉클하게 눈물 샘을 자극했다.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 '뜨거운 싱어즈'가 합창 공연으로 긴 여정을 마감했다. [사진='뜨거운 싱어즈' 방송화면 갈무리] 2022.05.24 digibobos@newspim.com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내내 김영옥과 나문희 두 사람은 손을 꼭 붙잡고 다녔다. 80년이 넘는 세월에서 20대부터 희로애락을 함께 겪은 그들인지라 우정의 깊이도 남다를 것이고, 서로가 서로에게 가장 힘이 되는 사람일 터였다. 그들은 얼굴을 보지 못할 때에도 매일 전화 통화를 하며 상대방을 칭찬한다고 한다. 어디 프로그램에 나온 그 장면 정말 좋았다고 말한다고 한다.

여든 살이 넘었으면 봄날은 갔다고, 진작에 갔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김영옥과 나문희에게 봄날은 계속 되고 있다. 그들이 활동을 멈추지 않는 한 봄날은 여전히 진행중이다. 열정적인 노년의 봄날은 아름답다. 그들은 이렇게 노래한다. "이게 바로 나야(This is me)"

digibobos@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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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자택·사무실·차량기록 전방위 압색 [서울=뉴스핌] 김영은 기자 = 민중기 특별검사팀(특검팀)이 17일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에 대한 전방위 강제수사에 나섰다. 특검팀은 "이날 오전 '김건희 여사 로저 비비에 가방 수수의혹사건' 과 관련해, 차량출입기록 확인 등을 위해 국회사무처 의회방호담당관실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시진은 김기현 전 국민의힘 대표가 2023년 12월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는 모습. [사진=뉴스핌DB] 특검팀은 이와 함께 김 의원의 서울 성동구 자택,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에도 돌입했다. 앞서 특검팀은 김 여사의 자택 압수수색 과정에서 260만원 상당 로저비비에 클러치백과 김 의원의 배우자 이모 씨가 작성한 편지를 발견했다. 2023년 3월 17일이 적힌 편지엔 김 의원의 당대표 당선에 대한 감사 인사가 적혀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특검팀은 해당 가방이 2023년 3월 8일 김 의원의 당선 직후 건네진 대가성 선물이라고 보고 최근 이씨를 피의자로 소환해 조사한 바 있다. 김 여사 측이 당초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을 지지했으나 당시 권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하자 김 의원을 지지했고, 이씨가 답례로 가방을 건넸다는 특검팀의 관측이다. 특검팀은 이 과정에서 가방 구매 대금이 김 의원에게서 빠져나갔을 가능성 있다고 보고 있다. 앞서 김 의원은 김 여사 측에 대한 청탁 의혹을 부인하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는 "아내가 신임 여당 대표의 배우자로서 대통령의 부인에게 사회적 예의 차원에서 선물을 한 것"이라며 "이미 여당 대표로 당선된 나와 내 아내가 청탁할 내용도, 이유도 없었다. 사인 간의 의례적인 예의 차원의 인사였을 뿐"이라고 했다.  이날 김 의원은 압수수색 현장에서 "민주당 하청으로 전락한 민중기 특검의 무도함을 여러분이 보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은 박노수 특별검사보가 지난 4일 정례브리핑을 하는 모습. [사진=뉴스핌DB] yek105@newspim.com 2025-12-17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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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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