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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스토리] 가상인간, 근육까지 움직인다고?…'리깅' 뭐길래

기사입력 : 2022년04월17일 07:02

최종수정 : 2022년04월17일 07:02

대기업 속속 참여하는 가상인간 산업
동공 움직이고 입술 '꿈틀'도 가능해

[편집자] 기업들의 신기술 개발은 지속가능한 경영의 핵심입니다. 이 순간에도 수많은 기업들은 신기술 개발에 여념이 없습니다. 기술 진화는 결국 인간 삶을 바꿀 혁신적인 제품 탄생을 의미합니다. 기술을 알면 우리 일상의 미래를 점쳐볼 수 있습니다. 각종 미디어에 등장하지만 독자들에게 아직은 낯선 기술 용어들. 그래서 뉴스핌에서는 'Tech 스토리'라는 고정 꼭지를 만들었습니다. 산업부 기자들이 매주 일요일마다 기업들의 '힙(hip)' 한 기술 이야기를 술술~ 풀어 독자들에게 전달합니다.

[서울=뉴스핌] 이지민 기자 = 가상인간이 얼굴을 찡그리며 노래를 하고 있습니다. 중간중간 얼굴에 은은한 미소를 띄우기도 하죠. 가상인간이 이렇게 안면 근육과 신체 관절을 움직일 수 있는 건 '리깅(Rigging)' 기술 덕분입니다.

어릴 때 인형의 팔과 다리를 움직이면서 놀아 본 경험, 다들 한 번쯤은 갖고 있을 겁니다. 리깅은 쉽게 설명하면 캐릭터의 관절과 근육 등의 요소를 세분화해 그 작은 조각들이 더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도록 만드는 기술입니다. 말랑한 솜 인형의 팔을 꺾기는 어렵지만, 마네킹 인형의 팔을 움직여 달리는 포즈를 취하게 할 수 있는 것처럼요.

크래프톤의 '리깅' 작업 이미지 [사진=크래프톤]

리깅의 사전적 정의는 3D 컴퓨터 애니메이션에서 캐릭터의 뼈대를 만들어 심거나 뼈대를 할당해 캐릭터가 움직일 수 있는 상태로 만드는 작업입니다. 3D 모델의 뼈 구조를 만드는 건데, 이 과정을 점점 더 세분화할수록 더욱 정교한 움직임 표현이 가능해지는 거죠.

일반적으로 가상인간이라고 하면 꼭 등장하는 '불쾌한 골짜기 이론'이 있습니다. 인간이 인간이 아닌 존재를 볼 때, 과도하게 유사해 오히려 불쾌감을 느끼게 된다는 이론입니다. 불쾌한 골짜기는 일반적으로 기술력의 한계로 인해 정교함을 놓쳤던 과거의 로봇들로부터 야기됐는데요, 아무리 사람과 비슷하게 만든 가상인간이어도 조금이라도 사람 같지 않은 점이 보이면 대중들이 거부감을 느끼기 때문이었죠. 이 문제는 최근 유행하는 리깅 기술을 섬세하게 적용해 해결할 수 있습니다. 리깅 작업을 통해 사람과 거의 흡사한 가상의 인물을 만들 수 있으니까요.

보다 더 '사람 같은' 가상인간 제작을 위해서는 리깅 과정에서도 더 정교한 작업이 필요합니다. 단순히 관절이나 근육만 추가하는 작업으로는 섬세한 움직임을 구현하기 어렵거든요. 공들여서 가상인간을 만드는 데, 모델이 부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인다면 대중의 실망이 크겠죠? 그래서 개발자들은 뼈의 무게를 가볍게 조정하고, 회전축 범위를 조정해 더욱 부드러운 움직임을 구현합니다. 리깅을 통해 손가락 관절과 무릎, 입술의 주름까지 움직일 수 있도록 만들어 과거의 가상인간이나 로봇들과 차별점을 두는 거죠. 이렇게 되면 더 다양한 표정과 행동을 구현할 수 있는, 현실감 있는 가상인간 제작이 가능합니다.

크래프톤의 '리깅' 작업 이미지 [사진=크래프톤]

최근에는 대기업들이 앞장서 가상인간 사업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습니다. 국내 보험사 신한라이프는 가상인간 '로지'를 광고 모델로 내세웠고요. 최근 데뷔 음원을 발표한 스마일게이트의 '한유아'는 한 음료 광고 모델로 발탁되기도 했습니다.

크래프톤도 올해 하반기 공개를 목표로 가상인간 개발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게임사 크래프톤은 리깅을 잘 활용한 대표적인 업체로 꼽힙니다. 크래프톤은 가상인간의 동공에도 리깅을 적용해 자연스럽게 움직이도록 만들었습니다. 얼굴 곳곳에 점을 찍어 사전 작업을 하는 영상에 더해 크래프톤의 가상인간이 비웃는 표정을 짓는 영상은 '진짜 사람 같다'는 반응 속에 큰 화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답니다.

이제 가상인간은 더 많은 영역에서 활용될 예정입니다. 대기업들이 가상인간 산업을 주도하고 있는 만큼, 가상인간 시장은 더 빠른 속도로 규모가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이를 두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기업에서 만드는 가상인간은 기업이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 사용하는 경우가 많죠. 그런데 이 과정에서 문제가 생길 경우 그 비난은 가상인간이 아닌 기업으로 오롯이 돌아갈 수 있고, 나아가 그 파장이 대중에게까지 파고들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이처럼 가상인간 산업 규모가 커질수록, 이를 주도하는 기업들 역시 가상인간이 사회에 미칠 영향까지 고려해야겠죠? 가상인간을 현명하게 활용해 기업은 기업 가치를 제고하고, 대중은 가상인간이 제공하는 다양한 서비스를 즐기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catchmi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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