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 러시아 'SD'로 강등...디폴트 직전 단계
1917년 볼셰비키 혁명 이후 100년만에 첫 디폴트
러 외무 디폴트 시 "법적 대응 나설 것"
[서울=뉴스핌] 고인원 기자= 러시아의 국가 신용등급이 디폴트 직전 단계인 '선택적 디폴트'로 떨어진 가운데, 러시아가 달러화로 외화 채무를 이행할 수 없을 것이며 사실상 디폴트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9일(현지시간) 러시아 신용등급을 기존 'CC'에서 'SD'(선택적 디폴트·Selective Default)로 하향 조정했다. SD등급은 국가 채무 가운데 일부를 상환하지 못할 때 적용된다. 통상 디폴트 바로 전 단계로 평가된다.
S&P글로벌 로고 [사진= 로이터 뉴스핌] |
이와 관련해 S&P는 러시아가 4일 예정된 달러채 이자지급에 실패함에 따라 30일의 유예기간을 받았지만 서방의 제재로 "계약의무를 준수할 의지와 능력이 훼손됐기 때문에 루블화를 미 달러화로 전환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제재의 일환으로 서방 세계는 러시아 주요 은행들을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결제망에서 배제했고 해외 은행에 예치된 러시아 자산도 동결했다. 러시아는 이에 따라 3150억달러(약 389조원)에 달하는 외환보유고를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미국 재무부는 일부 채무에 대해서는 달러화로의 상환을 허용했으나 '부차 학살'을 계기로 대러 제재의 수위를 높이며 이 같은 선택적 예외 조항마저 없애버렸다.
러시아의 30일 유예기간은 다음 달 4일 만료된다. 이후에는 채권자의 4분의 1이 동의하면 러시아에 대한 채무불이행을 선언할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러시아 국채는 교차 채무불이행 조항이 있어서 한 개 채권이 디폴트 처리되면 자동으로 나머지 다른 국채도 디폴트 상태가 된다.
이에 따라 내달 4일 러시아가 달러화로 이자 지급에 실패하면 1917년 볼셰비키 혁명 이후 100년만에 처음으로 외화 디폴트를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CNN에 따르면 러시아 정부도 디폴트 가능성에 대비해 법적 조치를 준비하고 있다.
안톤 실루아노프 러시아 재무장관은 11일 관영 이즈베스티아지에 "채무 상환에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했기 때문에 소송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장관은 "외화로 지불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루블화로 (채무를) 지급하기 위한 노력을 했다는 걸 입증할 것"이라 덧붙였다. 다만 러시아가 소송을 제기할 상대가 누구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지난주 트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대통령궁 대변인 역시 러시아가 채무 상환에 필요한 달러를 보유하고 있으나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디폴트가 발생한다 해도 "인위적"인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실질적인 디폴트라 할만한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 러시아철도, 우크라 침공 후 첫 디폴트 판결
한편 현지시간으로 11일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 기업의 첫 디폴트(채무불이행) 판결이 나왔다.
WSJ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유럽 신용파생상품결정위원회(EMEA)는 국영 러시아철도가 발행한 채권에 대해 최종 디폴트 판결을 내렸다.
러시아 루블화 [사진=로이터 뉴스핌] |
러시아철도는 2억6800만달러 규모의 스위스프랑 표시 채권을 발행했지만 지난달 이자 지급을 하지 못했다.
매체는 러시아철도가 이자 지급을 시도했지만 서방국 제재 조치로 인해 지불이 막혔다고 설명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러시아철도에 대해 금융 거래를 하지 못하도록 제재를 취한 상태다. 러시아철도는 지난 2월 백악관이 미국 시장서 자금 조달을 하지 못하게 한 13개 러시아 주요 기업 중 한 곳에 포함됐다.
koinwo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