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모욕당한 느낌"vs인수위 "감정적 해석"
추경 與 "정략적 꼼수", 尹측 "현 정부 '난색' 때문"
임대차법 수술, 與 강력반대..."갈등의 골 깊어질 것"
[서울=뉴스핌] 차상근 기자 = 청와대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가 대우조선해양 대표 선임 문제로 충돌한 가운데 정책 곳곳에서 신구권력간 갈등 양상이 본격화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3.28 회동'에 앞서 임기말 인사권 행사문제로 양측이 정면 충돌한 데 이어 또다시 인사문제에 정책 차별화가 더해지면서 신구권력간 '감정의 골이 깊어가는 모양새다.
1일 청와대와 인수위는 전날에 이어 대우조선해양 박두선 대표 선임 건으로 정면 충돌하는 양상을 보였다. 인수위가 전날 '현 정부의 알박기 인사'라며 비판한 데 대해 청와대는 사과를 요구하며 맞대응했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오전 TBS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문재인 정부는 민간기업 인사에 전혀 관여한 바 없다"며 "인수위는 마치 관여한 것으로 의심하고 '몰염치'라는 극단적 언어를 써서 브리핑을 했다"고 쏘아붙였다.
박 수석은 "모욕을 당하는 느낌이었다"며 "청와대가 사실이 아니라고 말씀을 드렸으니 정중하게 사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공격했다
원일희 인수위 수석부대변인은 1일 오후 서울 통의동 인수위원회에서 브리핑을 열고 "국민 세금을 어떻게 더이상 낭비하지 않을지 그 해법에 대한 고민이 문제의 본질이다. 인수위는 상식이 지켜지지 않은 데 대한 문제제기를 한 것뿐"이라며 "(청와대가) 감정적으로 해석한 게 아닌가 싶다"고 반박했다.
또 원 부대변인은 청와대측이 전날 대우조선해양의 사장 자리에 인수위가 눈독을 들이고 있었다는 사실이 놀랍다고 한 발언과 관련 "인수위가 쳐다보는 것은 자리가 아니라 국민"이라고 일갈했다. 전날 시작된 비방전의 수위가 감정싸움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전날 인수위가 현 정부에 추가경정예산안(추경) 편성을 요청할 수 있다는 기존 방침을 바꿔 새 정부 출범과 동시에 추진하겠다고 밝힌데 대해 여권은 '지방선거용 꼼수'라며 공격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당 비대위 회의에서 "윤 당선인은 코로나19라는 가뭄 속에서 애가 타는 국민보다 지방선거에서의 추경 효과라는 이해득실에 빠져있는 것은 아닌가"라며 "국민의 고통 앞에서 지방선거 표 계산에만 몰두하는 정략적 꼼수"라고 비판했다.
박 대표는 또 지출 구조조정만으로 50조원 추경재원을 마련하겠다고 한 데 대해서도 "올해 재량지출 예산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대규모인데 아무리 예산의 군살을 뺀다고 해도 50조 원을 마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추경편성을 정략적으로 이용하려는 의도임을 부각했다.
이에 대해 신용현 인수위 대변인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추경을 빨리 하고자 노력했다"고 전제한 뒤 "그런데 재정당국 입장 등 현실적인 문제로 현 정부내에서 안된다고 해서 준비를 최대한 해놓고 새정부 시작하면 바로 추경을 하기로 했다"고 반박했다. 추경안 국회제출 지연의 원인이 현 정부·여당측에 있음을 지적한 것이다.
이와 함께 주택임대차보호법 즉 '임대차 3법'에 대해 인수위는 윤 당선인의 공약이라며 '전면 재검토'를 염두에 두고 있는 반면 민주당은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어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
특히 인수위는 1일 "법무부가 임대차 3법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인수위에 보고했다"고 밝혔지만 법무부는 이런 내용을 보고한 적이 없는 것으로 확인돼 인수위의 정책 추진에 사실상 발목이 잡힌 상황이다.
이와 함께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에 필요한 예비비 편성에서도 먹구름이 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날까지 예비비 편성과 관련한 국무회의 상정이 예정되지 않아 다음주로 공은 넘어간 상태이다. 여기에 청와대가 당선인측에 예비비 지출을 분할 승인하는 방안이나, 합동참모본부 이전을 제외한 비용을 지급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져 실무협의에 시간이 더 지체될 있다는 후문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인수위는 물론 국방부, 기획재정부 등 관련 기관들이 함께 예비비 관련 논의를 진행중"이라며 시간이 다소 지체되는 이유를 간접적으로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인수위측도 집무실 용산 이전을 사실상 취임후 2개월 정도 뒤로 상정하고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가 한 소식통은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회동으로 큰 틀의 협치 구조는 잡혔지만 여야 정권교체란 특성상 정책기조나 정치적 이해관계가 상당히 달라 양측의 충돌은 어쩔 수 없을 것"이라며 "당장 지방선거도 있는 만큼 어느 한쪽이 쉽게 양보하고 협조하는 그림은 기대하기 이렵고 오히려 시간이 흐를수록 갈등의 골은 깊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skc847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