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공급망-통상 분리 안돼"
외교부 "경제안보 위해 통상 접목"
인수위 "적절치 않다" 양측에 경고
[세종=뉴스핌] 임은석 기자 = 산업통상자원부와 외교부의 통상교섭권을 둔 밥 그릇 싸움이 격해지고 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산업부의 통상 기능을 외교부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소식에 산업부는 '지키기'에 나섰고, 외교부는 '되찾기'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통상 기능의 이관을 둘러싼 두 부처의 신경전이 과열되면서 진흙탕 싸움이 되자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양측의 비난전을 공개 경고하고 나섰다.
◆ 산업부 "공급망-통상 현안 분리 어렵다" vs 외교부 "경제안보 대응 위해 통상기능 접목"
통상 조직과 기능은 김영삼 정부에서 산업부로, 김대중 정부에서 외교부처로, 박근혜 정부에서 다시 산업통상자원부로 옮겨진 뒤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정부 조직 개편과 관련해 '통상 기능' 문제는 반복돼 왔지만, 지금은 어느 때 못지 않게 신경전이 격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 2022.03.15 yooksa@newspim.com |
산업부는 공급망 문제와 통상 현안을 분리하기 어렵다는 등 측면에서 통상 기능 유지를 강조하고 있다. 반면 외교부는 효과적 경제안보 대응 등 측면에서 통상 기능 접목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인수위 본격 가동 후 산업부와 외교부 사이에선 신경전을 넘어 직접적인 마찰이 발생하고 있는 모습이다.
미국 정부의 한 고위 관료가 산업부의 통상 기능을 외교부로 이관하는데 부정적 입장을 표했다는 한 보도와 관련해 산업부가 즉각 "사실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외교부는 산업부에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외교부는 29일 늦은 밤 입장문을 내고 "우리 국익·국격에 대한 일말의 고려 없이 사실에 반하는 내용을 소위 타국 정부 '입장'으로 왜곡해 국내 정부조직 개편 논리로 활용하려는 국내 부처의 행태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직접 지칭하지는 않았지만 산업부를 겨냥한 것이다.
산업부는 통상 업무의 이관 여부 문제에 대해 공식 입장 표명을 자제하고 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현재의 조직 형태가 유지돼야 한다는 게 확고한 입장이다. 30일 전문가들을 불러 통상 업무 관할의 당위성을 강조하며 여론전을 펼치기도 했다.
이날 행사는 산업부가 지난 2월 국제통상학회와 함께 출범시킨 FTA 전략포럼의 2차 토론회였다. 참석한 전문가들은 반복되는 통상조직 개편 논의가 통상역량 강화를 저해하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통상환경의 급격한 변화와 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에서 통상조직도 실물경제와 호흡을 더욱 긴밀히 할 필요가 크다는 데 공감을 표하면서 통상 기능의 산업부 존치에 힘을 실었다.
◆ 부처간 마찰에 인수위 "적절지 않다" 경고…산업부 3월 수출입동향 브리퍼 교체
통상 기능을 두고 부처간 마찰이 격해지자 인수위에서 "적절지 않다"는 경고성 메시지가 나왔다.
원일희 인수위 수석부대변인은 30일 오후 서울 통의동 인수위 브리핑에서 산업부와 외교부의 조직개편 관련 의견 대립에 대한 입장 질의에 "조직 개편이 이제 논의에 돌입한 상황"이라며 "결론이 나온 것이 없고 검토 단계"라고 밝혔다.
이어 "큰 틀에서 인수위가 검토하는 이 상황에서 개별 부처에서 공개적인 발언이 나오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 전경 [사진=산업통상자원부] 2019.10.24 jsh@newspim.com |
그는 "새 정부가 국정과제를 잘 이뤄낼 수 있는 큰 그림, 조직개편의 전체적인 그림이 마련돼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조금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
직접적으로 산업부와 외교부를 질책하는 발언은 아니었지만 양 부처의 행태에 대한 경고의 의미가 충분히 담겼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산업부는 인수위의 메시지에 다음달 1일 발표 예정인 3월 수출입동향 브리퍼를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에서 문동민 무역투자실장으로 교체했다. 통상적으로 무역투자실장이 해오던 수출입동향 브리핑을 통상교섭본부장이 하는 것은 이례적인 만큼 인수위에 잘못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본부장이 수출입동향 브리핑을 하려던 것은 본인 의지에 따른 것이지 조직개편 관련해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며 "브리퍼가 교체된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인수위의 메시지가 영향이 있지 않았을까 추측한다"고 말했다.
fedor0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