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화물운송업체 '주거침입 사건'
1심 '유죄' 인정...2심은 '무죄' 판단
전원합의체 "침입 행위에 해당하지 않아"
[서울=뉴스핌] 김신영 기자 = 1992년 대선을 앞두고 정부 기관장들이 지역감정을 부추기고자 모의한 사실이 도청에 의해 드러난 이른바 '초원복집 사건'의 판례가 25년 만에 뒤집혔다.
상대방과의 대화를 녹음하기 위해 누구나 출입 가능한 식당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한 것은 주거침입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단이 나왔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대법원 전원합의체. 2021.06.16 pangbin@newspim.com |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4일 주거침입 혐의로 기소된 A씨 등의 상고심에서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과 같이 무죄 판결했다.
전남의 운송업체 부사장인 A씨와 관리팀장 B씨는 한 인터넷 언론사 기자가 업체에 비판적인 기사를 쓰자 부적절한 요구를 하는 장면을 담고자 식당에 주인 허락 없이 몰래카메라를 설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 등은 2015년 1~2월 식사 대접을 목적으로 네 차례에 걸쳐 해당 언론사 기자를 만나고 식당에 장치를 설치해 대화 내용을 촬영한 것으로 파악됐다.
1심은 "일반인의 출입이 허용된 음식점이라도 도청용 송신기를 설치할 목적으로 들어갔다면 영업주의 의사에 반하여 들어간 것으로 볼 수 있고 피고인들은 단기간에 반복해 위 범행을 저질렀다"며 징역 4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사회봉사 80시간을 명령했다.
반면 2심은 "피고인들이 식당 영업주의 명시적 또는 추정적 의사에 반하여 식당에 침임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기자와의 대화를 녹음한 것은 통신비밀보호법을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없다"며 무죄로 인정했다.
대법 전원합의체 또한 "피고인들이 음식점 영업주로부터 승낙을 받아 통상적인 출입 방법에 따라 들어간 이상 사실상의 평온 상태가 침해됐다고 볼 수 없으므로 침입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어 "설령 영업주가 피고인들의 실제 출입 목적을 알았으면 출입을 승낙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이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사실상의 평온 상태가 침해됐다고 평가할 수 없다"고 봤다.
이번 판결로 김기춘 전 법무부 장관 등 정부 기관장들이 지역감정을 유발하려고 했던 초원복집 사건의 판례가 25년 만에 뒤집혔다. 당시 식당에 도청 장치를 설치했던 통일국민당 관계자들은 주거침입 혐의로 기소됐고 1997년 대법원은 유죄를 확정했다.
기관장들의 대화 내용을 도청하고자 손님인 척 가장해 식당에 출입한 행위를 영업주가 허용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또 불법 선거운동을 적발하려는 침입 행위라도 도청 장치를 설치한 것은 정당하지 않다고 봤다.
대법원은 "일반인의 출입이 허용된 음식점이더라도 도청 장치를 설치할 목적으로 들어간 경우라면 영업주의 의사에 반한다고 보아 주거침입죄의 성립을 인정한 초원복집 사건 및 같은 취지의 종전 판결들을 이 판결의 견해에 배치되는 범위 내에서 모두 변경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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