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GI, 이사 조건 강화 요구…"기업가치 훼손 우려"
'가족경영 견제' 주주제안 했던 HYK는 올해 잠잠
조 사장 이미지 탈피·신사업 확대 집중
[서울=뉴스핌] 강명연 기자 = 내주 열리는 한진칼 정기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이 예상되는 가운데 지난해 승진한 조현민 한진 사장은 이사회 진입이 또 다시 보류됐다.
한진그룹의 지주사 격인 한진칼 주요 주주인 행동주의 사모펀드(PEF) 운용사 KCGI가 조 사장 선임에 반발하고 있는 데다 같은 기류로 한진에 견제구를 던졌던 HYK파트너스 역시 주주 지위를 유지하고 있어서다. 조 사장은 초고속 승진에 이어 사내이사 진입을 노릴 것으로 예상되지만 견제 세력이 버티고 있어 험난한 과정이 될 전망이다.
조현민 한진 사장 [사진=한진] |
◆ 신영환 전무 이사 선임 안건 상정…KCGI·HYK 공동 견제 '부담'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진은 오는 24일 정기주총에서 신영환 지원본부장 전무를 사내이사에 선임하기로 했다. 작년 말 그룹 인사에서 노삼석 사장과 공동대표로 있던 류경표 한진 사장이 한진칼로 이동하면서 생긴 공석을 채우기 위해서다.
조현민 사장이 이 자리를 채울 거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부사장에 오른지 1년이 안된 올해 초 그룹 인사에서 사장으로 승진하며 복수 사장 체제를 구축했기 때문이다. 2020년 9월 한진에 합류한 뒤 1년 3개월여 만에 초고속 승진으로 광폭 행보를 이어온 만큼 다음 수순은 사내이사 진입으로 꼽혔다.
하지만 한진칼에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였던 KCGI가 발목을 잡았다. KCGI는 지난달 한진칼에 주주제안을 하며 "조 사장 승진은 후진적인 지배구조로의 회귀"라고 비판했다. 배임, 횡령죄로 금고 이상의 실형을 확정판결받은 자는 이사가 될 수 없도록 하는 정관 변경을 요구하며 "사회적 논란의 여지가 있는 인사 선임으로 인한 기업가치 훼손을 좌시할 수 없다"고도 강조했다. 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하는 한진칼의 이사 기준이 변경되면 계열사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한진 역시 섣불리 조 사장의 사내이사 진입을 시도하기 어려운 것으로 풀이된다.
한진 내 견제세력인 HYK파트너스도 부담이다. 앞서 HYK파트너스 역시 지난해 주총을 앞두고 이사, 감사 선임안을 제시하며 조 사장의 당시 부사장 승진은 "재벌 가족 중심의 경영방식을 답습하려는 의도를 견제하고 적절한 감독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HYK파트너스의 주주제안의 의식한 한진은 당시 조 부사장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을 상정하지 않았다. 다만 올해 HYK파트너스는 별다른 주주제안을 제시하지 않았다. 하지만 여전히 9.79%의 지분을 가진 주요 주주인 만큼 가족 경영에 대해 언제든지 문제제기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표 대결이 예고된 한진칼 주총에서는 조 회장이 유리한 것으로 분석된다. 조 회장과 KCGI가 각각 약 33%, 37%를 확보하고 있어 4%포인트 가량 지분율 차이가 벌어져 있지만 10.58%를 보유한 산업은행이 경영권 분쟁을 방관할 가능성이 높이 않다는 이유에서다.
◆ 전기차 충전 등 신사업 영역 확장, 지난해 실적은 주춤…"택배업 성장, 이사회 진입 변수"
조 사장은 견제세력을 의식한 듯 경영 성과를 내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이번 주총에서는 태양력발전업, 전기판매업 전기신사업, 전기자동차 충전업 등을 사업목적에 추가하며 신사업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조 사장 총괄하에 신설된 미래성장전략실이 사업 영역 확장을 주도하고 있다. 모바일 게임 '택배왕 아일랜드' 출시, 카카오T 택배 서비스, 친환경 저탄소 사업 등도 회사 변화를 꾀하는 행보의 일환이다. 패션기업과 제휴를 맺고 도로정보 데이터터베이스(DB)를 쌓는 등 전통산업 이미지를 탈피하고 사업영역을 확대한다는 목표다.
다만 지난해 실적은 다소 주춤했다. 영업이익이 994억원으로 2020년(1059억원) 대비 약 6% 줄었다. 지난해부터 택배업계가 본격적으로 택배비 인상에 시동을 걸었지만 분류인력 투입 등 관련 비용이 증가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다만 매출액은 2조5041억원으로 13% 늘었다. 지난해 국내 총 택배물량과 매출액이 각각 7.6%, 14.6%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한진은 박스 기준 택배 점유율이 늘어났을 것으로 예상된다. 1위 사업자인 CJ대한통운의 택배비 인상률 대비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을 유지하며 고객을 유인했다는 의미다.
재계 관계자는 "택배 시장의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조 사장의 운신의 폭은 넓어질 수 있지만 이사회 진입이 변수"라며 "당분간은 수익성 확대와 더불어 신사업 확장에 힘을 쏟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unsa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