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지대 러브콜 두고 여야 신경전
[서울=뉴스핌] 조재완 기자 = 차기 대선이 한달도 채 남지 않으면서 본격적인 단일화판이 깔렸다. 안갯속 판세에서 제3지대 향배에 정치권 신경이 곤두선 모양새다.
여야가 실제 단일화 가능성을 낮게 점치면서도 적극적인 구애전을 펼치는 데는 복잡한 셈법이 깔려있다. 선거 막판까지 단일화 신경전은 계속될 전망이다.
[서울=뉴스핌] 국회사진취재단 = 지난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공개홀에서 열린 <방송 3사 합동 초청> 2022 대선후보 토론에서 후보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심상정 정의당 후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2022.02.03 photo@newspim.com |
◆ 安·金 '선긋기'에도 민주·국민의힘 "같이가자" 러브콜
여야는 연일 제3지대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 김동연 새로운물결 후보의 선긋기에도 아랑곳 하지 않는 모습이다.
더불어민주당은 김동연 후보 끌어오기에 힘을 쏟고 있다. 김 후보는 그간 여러차례 민주당과의 연대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다. 대선후보 단일화는 물론, 3·9 재보궐선거 또는 6월 지방선거 연대 출마 가능성에도 부정적 입장을 견지해왔다. 그러나 김 후보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를 채 넘기지 못하는 상황에서 대선 레이스를 완주할 가능성에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김 후보는 주요 대선주자들의 TV토론회에도 합류하지 못하는 상황. 선거운동에 적잖은 비용이 들어가는데 유효 득표율 10%를 넘기지 못하면 이 비용도 보전받지 못한다. 민주당도 이 지점을 공략하고 있다. 선대위 고위 관계자는 "김 후보에게 대선 레이스를 중단할 명분, 즉 탈출구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송영길 당대표는 책임총리 카드를 꺼내들었다. 송 대표는 지난 7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안철수 후보와 김동연 후보를 범여권 통합을 위한 책임총리로 모실 수 있냐'는 질문에 "누구를 특정할 수 없지만 정파가 연합하려면 그렇게 해야되지 않겠냐"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안 후보에게도 적잖은 공을 들이고 있다. 최근 안 후보와의 연대해야 한다는 당내 목소리가 부쩍 커졌다. 영남권 지역구를 둔 한 의원은 "자칫 잘못했다가 대선에서 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크게 작동했다"고 분위기를 전달했다.
민주당 의원들의 텔레그램 단체방에선 안 후보에 대한 전략 스탠스도 논의됐다. 안 후보에게 지나치게 적대적으로 대응해선 안 된다는 의견이 나왔다고 한다. 이 후보 측근들이 이 같은 의견을 취합해 후보에게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 분위기도 다르지 않다. 단일화 논의에 미적지근했던 윤 후보는 최근 전향적인 입장을 보였다. 윤 후보는 이날 한 언론 인터뷰에서 "안 후보는 정권 교체를 위해 대선에 나온 분이란 점에서 저와 방향이 같다"며 보다 적극적으로 나섰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왼쪽)와 김동연 새로운물결(가칭) 대선후보가 지난해 12월 13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스타트업 미래의숲 1차포럼 '위기의 대학, 공유경제를 만나다'에서 인사하고 있다. 2021.12.13 leehs@newspim.com |
◆ "단일화 기대 안하지만" 거센 신경전…여야 셈법은?
정작 제3지대는 단일화판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안 후보는 이날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도 관련 질문을 받고 "단일화에 대해 고민하지 않고 있고, 단일화 방식에 대해 고민해본 적은 더더욱 없다"고 잘라 말했다.
안 후보는 "2012년 대선 딱 한 번 양보했다. 이후 모든 선거에서 완주하지 않은 적이 한 번도 없다"며 "단일화를 안 하겠다고 하면 100% 안 했다"고 강조했다. 여야의 '책임총리 러브콜'에 대해서도 "생각해 본 적 없다"고 했고, 민주당의 통합정부론에 대해서도 "세부 내용도 모른다"고 했다.
김 후보 역시 지난 7일 한 언론 인터뷰에서 단일화 가능성에 재차 선 그었다. 김 후보는 '레이스를 완주하냐'는 질문에 "뉴욕양키스의 요기베라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고 했다. 단일화는 전혀 생각 안 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양당 구조를 깨기 위해 나온 것이니 꿋꿋하게 가겠다"고 했다.
민주당 지도부 소속의 한 의원은 기자와 한 통화에서 "김 후보와 안 후보 모두 여야 후보와 단일화 할 가능성은 아주 낮다"고 봤다. 그는 "김 후보의 경우 독자세력으로 남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이번 대선을 저조한 성적으로 마무리하는 일이 있더라도 그 이후를 기약해 세력을 키워보겠다는 생각이 있다"고 설명했다. 안 후보 역시 여야 단일화로 얻을 실익이 크지 않다는 점에서 대선 레이스를 완주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제3지대의 연대 가능성을 별반 기대하지 않으면서도 여야 구애전이 계속되는 데는 복잡한 셈법이 작동하고 있다. 선거 막판까지 단일화론으로 판을 흔드는 시도를 이어가는 동시에, 최소한 제3지대가 상대 세력과 연대하는 것만큼은 막겠다는 판단이다. 민주당 내부선 "안 후보와 김 후보를 서운하게 해선 안 된다"는 공감대가 깔려있다. 지난 설 명절에 김 후보와 이 후보의 양자토론이 성사된 것도 이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 역시 단일화판이 깔려 손해볼 게 없다는 전략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이준석 대표를 비롯한 당내 '자강론파'가 단일화에 반대하고 있긴 하지만, 이 같은 논쟁 속에서 단일화 이슈를 선거 막판까지 끌고 가는 것도 일종의 전략이라는 시각이다.
민주당 선대위 핵심관계자는 "단일화 논쟁 자체도 전략의 일부다.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한 중도층 표심을 고려하면선거 막판까지 단일화 불씨를 살려두는 게 유리하다. 단일화 데드라인까지 이 논쟁은 계속될 것"이라고 봤다. 단일화 1차 데드라인은 후보 등록일인 오는 13~14일, 2차 데드라인은 투표용지 인쇄일 하루 전날인 27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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