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영기 기자 =이탈리아 대통령 선거가 4차 투표에서도 당선자를 내는데 실패했다. 주요 정당들의 막판 물밑 협상이 5차 투표에서는 결과를 만들어낼지 주목된다. 세르조 마타텔라 현 대통령의 재당선 가능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그간 유력한 후보였던 마리오 드라기 총리는 득표수가 거의 눈에 띄지 않고 있다.
2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탈리아 대통령 선거 대의원단이 오는 28일(우리시간 29일) 5차 투표에서는 당선자를 확정하는 결과를 보여줄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 정당 리더들이 적임자에 대한 이견을 좁히며 막판 협상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이날 4차 투표에서 최다득표자는 전체 대의원 1009명 가운데 166표를 얻은 세르조 마타렐라 현 대통령이었다. 연임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대의원들이 적임자로 그의 이름을 적어낸 것이다. 그는 3차 투표에서도 최다인 125표를 얻었고, 1차와 2차에서는 가각 16표와 39표를 얻었다. 투표를 거듭할수록 마타렐라 대통령의 재당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반면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혔던 마리오 드라기 총리는 4차에서 불과 5표를 얻었다. 1차 투표 때는 단 1표를 얻었다. 한때 대통령 후보로 나섰지만 사퇴하고 병원에 입원한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7표를 얻은 것에 비하면 드라기의 득표는 얼굴을 들기가 부끄러운 수준이다.
이탈리아 대통령 선거는 공식 후보명단 없이 대의원들이 투표용지에 선호하는 사람의 이름을 써내는 방식으로 치러진다. 전체 대의원의 2/3(672표) 이상의 지지를 받은 사람이 당선자로 확정된다. 하지만 당선자가 나오지 않아 재투표가 3차를 넘어 4차가 되면 당선 요건은 과반(505표)으로 낮아진다.
1차 투표에서는 극우당 동맹(Lega)과 이탈리아형제들(FdI), 중도우파 전진이탈리아(FI) 등 우파연합 소속 대의원 대부분이 당론에 따라 기권했고 백지 용지도 261장이나 나왔다.
하지만 주요 정당들이 중립적 단일 후보를 찾는 협상에 속도를 내면서 5차 투표에서는 대통령이 결정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간 독자 노선을 걷던 중도파 정당인 생동하는 이탈리아(IV)의 리더 마테오 렌치 전 총리는 "내일께 결론이 나올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로마 로이터=뉴스핌] 이영기 기자 =26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의회에서는 새 대통령을 뽑는 투표가 3차까지 진행 중인 가운데 의회에서 3차투표 개표를 실시하고 있다. 2022.01.25 007@newspim.com |
◆ 이탈리아 대통령 얼마나 매력적이길래
이탈리아 대통령은 간접선거 형태를 띈다. 현행 헌법에는 의회 상원의원 315명, 종신상원의원 6명, 하원의원 630명, 20개주 대표단 58명 총 1009명의 선거인단이 투표를 해서 전체의 2/3 이상의 지지를 받으면 대통령이 되도록 정하고 있다. 다만, 3차까지도 결정이되지 않으면 4차부터는 과반의 지지를 얻으면 된다.
이런 선거제도 때문에 이탈리아 대통령 선거는 당선자가 나올 때까지 며칠이 소요되는 경우가 많다. 1971년 대통령 선거에서는 23차례 투표가 진행됐다. 1985년과 1999년에는 1차 투표에서 당선자가 나왔다. 2015년 대선에서 마타렐라 대통령은 4차 투표에서 당선됐다.
중임이 가능한 7년 임기의 이탈리아 대통령은 국민통합의 상징으로 대체로 이념 성향을 떠나 국민적 존경을 받는 원로 정치인이 당선됐다. 대통령의 가장 큰 임무는 헌법 수호이고 대외적으로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국가원수다.
법률 공포와 거부권이 있고 사면 및 감형 권한이 있고, 비상 정국에서 의회 해산을 할 수 있고, 총리 후보 지명권이 있어 이 자리는 국민적 관심을 한 몸에 받는다. 또 대통령이 거주하는 궁전도 있다. 바로 퀴리날레 궁전으로 위병 교대식을 보기 위해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이런 까닭에 이번 대선에서도 주요하게 거론되는 후보들만해도 6명이 넘는다. 드라기 현 총리와 마탈레라 현 대통령, 피레르 페리디난도 카시니 전 하원의장 출신 상원의원, 마르타 카르타비아 현 법무장관, 파올로 마달레나 전 헌법재판소 부소장, 후보 사퇴했지만 득표를 하고 있는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 사상 첫 여성 상원의장인 엘리자베타 카셀라티 등이다.
[로마 로이터=뉴스핌] 이영기 기자 =27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의회에서는 새 대통령을 뽑는 투표가 3차까지 진행 중인 가운데 마리오 드라기 총리도 출마했다. 지난해 11월 의회 연설하는 드라기 총리 2022.01.28 007@newspim.com |
◆ 정국 불안요소로 찍힌 드라기
가장 유력했던 드라기 총리는 투표가 진행되면서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 그나마 1차 때 1표에서 4차 때 5표로 득표수를 늘렸지만 과반 455표를 생각하면 눈에 띄지도 않는다.
불안정한 좌·우 동거 내각을 지탱해온 드라기 총리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정국 위기가 다시 찾아올 수 있다는 우려를 모든 정당에서 공유하면서 사실상 선택지에서 뒤로 밀린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초 그간 연정을 구성하던 생동하는 이탈리아(IV)당이 좌파성향 정당 오성운동(M5S)과 민주당(PD) 연정에서 이탈리아 정국은 파국으로 치달았고 결국 당시 주세페 콘테 총리는 마타렐라 대통령에게 사임계를 제출하고 총리직에서 사퇴했다. 마타렐라 대통령은 드라기를 총리 후보로 지명하고 연정구성 권한을 부여했다.
어렵게 연정구성에 성공한 드라기는 총리직을 이행하며 국정 안정에 기여했다. 하지만 이번 대선에서 드라기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또 총리 자리가 공석이 되고 정국은 다시 불안해 진다는 것이 이탈리아 정계의 분위기다.
이런 맥락에서 양대 극우당인 동맹(Lega)·이탈리아형제들(FdI)과 중도우파 전진이탈리아(FI)가 속한 우파 연합 소속 대의원 거의 전원이 당론에 따라 투표에서 기권했고, 의회 최다 의석을 가진 오성운동(M5S)·민주당(PD) 등의 범좌파 그룹 대의원들도 200표 이상을 백지로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주요 정당들이 드라기 총리 대안을 찾는 물밑 협상이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마땅한 대안을 찾지 못할 경우 드라기 카드가 급부상할 가능성과 함께 마타렐라 현 대통령이 재선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로마 로이터=뉴스핌] 이영기 기자 =27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의회에서는 새 대통령을 뽑는 투표가 진행 중인 가운데 극우당동맹 리더 마테오 살비니 상원의원도 투표에 참여했다. 2022.01.25 007@newspim.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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