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전 시장 측 "돈 받은 거 자수하고 무릎 꿇려 놔야죠"
이 시장 "전혀 모르는 얘기, 리플리 증후군 의심"
[고양=뉴스핌] 이경환 기자 = 지난 2018년 6·13 지방선거 전후로 이재준 경기 고양시장과 최성 전 시장의 최측근이 통화한 녹취록을 뉴스핌 취재진이 확보했다.
녹취파일을 종합해 보면 이들은 지방선거 직후부터 인사권 등의 문제로 갈등을 빚다 비서실에서 근무해 온 최 전 시장의 측근들이 사표를 내면서 사이가 급격하게 멀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이 시장은 통화내용과 관련해서는 기억이 안난다거나 대부분의 내용에 대해서는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뉴스핌은 이 시장과 최 전 시장의 보좌관 A씨와 B씨, 그리고 이행각서를 위조해 현재 구속수감 돼 있는 C씨, 이들 사이를 중재해 온 D씨 등의 녹취파일을 중심으로 당시의 상황을 재구성해 연속 보도할 계획이다.
이재준 고양시장.[사진=고양시] 2021.12.14. lkh@newspim.com |
◇"돈 받은 거 자수할 거에요. 이재준 시장 무릎 꿇려 놓고 얘기해야죠."
지난 2018년 9월28일 9분26초 가량의 A씨와 C씨의 녹취파일을 들어보면 A씨는 "E(대외협력관) 때문에, 합의 본 내용이 없었거든요. 시청으로 안데려오기로 했는데 약속을 깨서 열받아 있는데 갑자기 전보가 났더라고요"라며 "인사담당자, 회계과 정책기획담당자 핵심이잖아요. F(2010년 퇴임 시장) 쪽 사람들로 완전히 바꿔 버렸어요"라고 한탄했다.
고양시는 전날 이같은 내용의 인사를 단행했다.
A씨는 "그래서 어제 B랑 제가 발칵 뒤집어 져서 B는 절연 메시지를 보냈고요, 나하고는 끝이다라고, 저도 나한테도 연락하지 말라고 했고, D한테도 얘기했어요"라며 "내가 이재준하고 니들한테 말할 수 없는 합의를 한 게 있다. 돈도 받았다 내가"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그래서 내가 이걸 치고 나갈테니까 너희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 사표를 써라. 애들이 인사도 나기 3분 전에 다른 사람 통해서 알았다고 격노를 하더라"며 "인사를 본인들하고 상의도 안하고 있으나 마나라고, 날짜를 조율해서 사표를 쓰겠다고 정리가 됐어요"라고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
A씨가 지칭한 '너희들'은 이 시장 취임 후 비서실에서 근무하는 이들의 측근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들은 이후 실제로 사표를 내고 갑작스럽게 그만 둔 것으로 확인됐다.
또 A씨는 "급작스럽게 때려야지 정신 차리지. 정보가 들어가면 준비를 한단 말야. 효력이 없어서 기동력 있게 치고 들어가려 해요"라며 "그래야지 인사라든지 뭔가, 인사가 전혀 우리 마음대로 안되니까"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이런 조합들이 있어서 세게 치고 나가려고 한다"며 "저는 다른 건 없고 돈 받은 것만 자수하려고 하거든요. 50배니까 전 2억5000만원 받을 거 같아요"라고 구체적인 금액도 언급했다.
이 시장과 최 전 시장 측근의 돈 거래가 의심되는 정황이다.
A씨는 "자수, 공격하면 이 시장이 무릎 꿇고 항복하기에는 적절해요"라며 "다만 형님 방법론만 1~2주 고민하려고 하거든요"라는 말도 했다.
이 배경에 대해 A씨는 "우리 일을 아무것도 못하게 생겼다니까, 우리가 원하는 사람을 우리가 원하는 위치에 배치를 해야 뭘 하더라도 하잖아요. 그런 힘을 전혀 못쓰니까 남이 시장 된 거랑 똑같이 돼버렸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서 이 시장은 "소설을 쓰고 무슨 얘기를 했는지도 모르겠다"며 "거짓말이 진실인 것처럼 느끼는 리플리 증후군인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금품을 건넨 녹취 내용에 대해서도 "제 재산이 얼만데, 심한 얘기로 그때 당시 제가 이긴다고 누가 그랬겠나"며 "그런 걸 한 일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 시장 "더이상 할 게 없다, 맨날 이렇게 흔들어 대고"
그러나 이 시장도 D씨를 통해 A씨의 움직임을 파악했던 것으로 보인다.
같은 해 11월13일 24분31초 분량의 D씨와의 녹음파일에서 이 시장은 "G(당시 인적자원담당관) 때문에 그런 걸로만 생각을 했어, 그래서 양해도 구하고 해서 수습이 됐어. 아 근데 또 난리가 나서"라며 "A가 이재준이 끝장 낸다고 사표낸 거고"라고 말했다.
이처럼 관계가 틀어진 데는 들어줄 수 없는 요구 때문으로 이 시장은 분석했다.
이 시장은 통화에서 "B밖에 몰랐는데 한류월드 C4 부지 있잖아, 그걸 안팔기로 했는데 G건설사에 팔기로 했대"라며 "지금 팔면 1800억원이야, 이런 식으로 안판다 나랑 상의된 게 하나도 없다고 했더니 G건설사에서 A를 압박하나봐"라고 한탄했다.
이 시장은 A씨의 측근인 비서실 직원에게 G건설과 아시안하이웨이 매각과 용역비 관련 문제로 A씨가 각각 10억원의 소송에 휘말린 사실을 보고 받았다고 통화에서 밝혔다.
그러면서 이 시장은 "A가 혼자 한 건지, 최 시장이랑 같이 한건지 모르겠지만 이들 업체가 손해 끼친 거에 대해서 배상하라고 압박하는 거야. 환장하겠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자 D씨가 "A가 보낸 문자 아시는지 모르겠어. 한번 보내드려 볼테니까..."라고 하자 이 시장은 "H 감사한테 고발장 쓰라고 맡겨둔 게 있나봐. 그래서 토요일날 잘 만났고 잘 해결했다고 했는데 또 그러는 거지. 더이상은 방법이 없고 할 게 없다"고 했다.
이 시장은 또 "거기(최 전 시장)한테 아무한테 안알리죠. 이거 알면 난리가 나죠. 그러니까 B가 얘기 안한다고 하더라고 A가 하면 몰라도"라며 "최 시장이 국회에서 쓴 저기가 아니야, 합의한 게 아니야. 그렇잖아. 근데 최 시장이 등장하니까 문제지"라고 하소연 했다.
이 시장과 최 시장이 선거 과정 또는 이후에 별도의 합의가 있었는지 여부에 대한 확인이 필요한 대목이다.
이어 이 시장은 "그거 별것도 아닌 거 갖고 두달 동안 이러는데 공개했으면 좋겠다"며 "공개해서 정리들 하고 이렇게 하는 게 편하지 않을까. 그렇게 해서 100만 시장 건드려서 문제 생기면 자기는 정치 잘할 줄 알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D씨는 "최 시장은 이 시장이 돼서 다행이라고 생각하죠. (지방선거 당시 민주당 후보였던)영환이나 김유임이 됐으면 정신 없죠. 그거는 아마 최 시장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하면 고맙게 생각할 거에요 다 막아주고 있잖아요"라고 답했다.
이 시장은 "문제 투성이에요. 그래서 이렇게 저렇게 노력하고 H 의원이 H 감사관 만나러 가기로 했어요. 잘 좀 설득해서 잘해야 하는데 이렇게 수습을 하나를 못하냐 문건을 보내 놨는지 변호사 사무실에 뒀는지 어떻게 하냐"고 한탄했다.
이와 관련 통화 과정에서 자주 등장한 H 감사에 대해 아느냐는 질문에도 이 시장은 "전혀 모른다"며 "최 전 시장과는 당선 직후 전임 시장들과 만나는 자리에서 한번 봤을 뿐"이라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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