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작품을 할 때마다 자연스럽게 그 곳에 있었던 사람처럼 보였으면 좋겠어요. 어떤 장면에 처음 등장할 때, 그 장면이 시작하기 전에도 무언가 하고 있었던 사람처럼요."
넷플릭스에서 웹툰 원작인 오리지널 시리즈 'D.P.'를 선보였다. 탈영병을 잡는 군무 이탈 체포조인 D.P. 이야기를 담은 이 작품에서 배우 구교환은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극에서 속정 깊은 인물이자 특유의 재치를 뽐내는 한호열로 분해 완성도를 높였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배우 구교환 [사진=넷플릭스] 2021.09.03 alice09@newspim.com |
"공개 직후에 주변에서 잘 봤다는 응원의 메시지가 많이 오더라고요(웃음). 'D.P.'를 통해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데 아직 낯설어요. 신기하기도 하고요. 앞으로 더 잘할 수 있는 용기가 솟고 있는 상태입니다. 하하."
이번 작품은 탈영병 잡는 군인 DP의 이야기를 그린 웹툰 'D.P 개의 날'이 원작이다. 이 작품에서 구교환이 맡은 한호열은 없는 캐릭터이다. 오직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를 위해 새롭게 탄생한 인물이기도 하다.
"오히려 원작에 없는 캐릭터라는 점이 저를 부담에서 벗어나게 해줬어요. 또 한준희 감독님과 오랜 친구사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인연이 깊은데 감독님이 저를 오래 지켜본 제 모습과 한호열의 모습을 잘 합쳐주신 것 같아요. 연기를 하면서 어떤 부분에 대해선 낯설기도 했지만, 그래도 제 모습과 가까운 연기도 선보인 것 같고요."
한호열이란 인물은 D.P.의 조장으로서의 능력을 보여주는 캐릭터이다. 극 초반에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자유분방하고 능글맞은 캐릭터이지만 극이 진행될수록 속정 깊은 인물로 시청자들에게 감동 포인트를 전했다.
"호열이의 농담같은 부분은 평소에 감독님과 주고받은 유머들이였어요. 그런 부분들을 잘 살려주신 것 같아요(웃음). 한호열이 익살스러우면서도 속정 깊은 캐릭터였는데, 이게 과연 'D.P.'에서 어떻게 비춰질지 저도 궁금했어요. 그만큼 기대도 컸던 인물이기도 했죠."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배우 구교환 [사진=넷플릭스] 2021.09.03 alice09@newspim.com |
이 작품은 탈영병의 이야기뿐 아니라 군 내부의 부조리함과 가혹행위 등을 사실적으로 그려내 호평을 얻었다. 또 탈영병들이 '탈영'이라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그들의 시선으로, 군무 이탈 체포조의 시선으로 담았다.
"찍으면서도, 보면서도 많이 먹먹했어요. 저도 시청자들과 같은 마음으로 봤던 것 같아요. 그래서 촬영하면서 호열이를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컸었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를 꼽자면…. 모두 다 기억에 남아요. 기억에 남는 탈영병도 계속 바뀔 것 같고요. 그런데 지금은 조현철 배우에요."
구교환의 말대로 조현철은 극중 조석봉으로 분해 군 가혹행위와 이를 방관한 자들로 인해 탈영을 택한다. 누구보다 착하고 친절했던 조석봉 병사의 행동 변화는 시청자들에게 깊은 울림과 안타까움을 주기도 했다.
"조현철 배우가 조석봉 역할을 연기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정말 든든했거든요. 이 이야기의 먹먹함을 조현철만큼 잘 전달할 수 있는 배우가 있을까 하는 기대감도 있었고요. 완성된 작품을 보니, 제 기대감을 하나도 어긋나지 않게 멋지게 연기해줬더라고요."
'군대 이야기'라는 타이틀이 자리 잡았지만, 이번 작품은 남성뿐 아니라 여성들에게도 엄청난 화제작으로 떠올랐다. 넷플릭스 '한국의 TOP10 콘텐츠'에서도 1위를 차지한 것이 바로 'D.P.'이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배우 구교환 [사진=넷플릭스] 2021.09.03 alice09@newspim.com |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이 작품이, 그리고 이야기가 특별하지 않다고 느꼈어요.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고,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거든요. 단지 특별한 곳에서 벌어지는 보편적인 이야기라 모든 분들이 좋은 반응을 주시는 것 같아요."
구교환은 2008년 영화 '아이들'로 데뷔했다. 이후 2019년 첫 장편영화 '메기' 이후 '반도'에서 악역으로 대중에게 그의 이름을 각인시켰다. 다양한 장르 작품 속에서 매번 다른 연기를 선보이며 '충무로 기대주'로 단번에 올랐다.
"작품 선정 기준이요? 일단 호기심이 생겨야 하는 것 같아요. 인물에 대해 궁금해져야 선택하는 것 같아요. 하지만 지금까지 선택하진 않고 선택 당했네요. 하하. 앞으로도 선택 당하는 게 배우로서의 제 일이 될 것 같아요(웃음)."
감독과 배우를 겸하고 있는 구교환은 지난 2016년때만 해도 '직업배우'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기도 했다. 5년이 지난 현재, '충무로의 기대주'로 부상한 그는 "이제는 '직업배우가 될 수 있을까?'의 단계인 것 같다"며 웃었다.
"현장에서 함께 하는 사람이 더 많아졌어요. 이전에는 내가 직업배우가 된다면 어떤 형태야 돼야 하는지 고민됐다면, 이제는 될 수 있을까?의 단계로 올라간 것 같아요. 하하. 연기는 작품마다 날씨가 다르고, 시기가 다르고, 함께 이야기하는 배우들이 다르잖아요. 매번 다른 그 세계가 어떤 곳인지 빨리 파악하는 게 연기인 것 같아요. 그래서 그 작품에 자연스럽게 있는 사람처럼 보였으면 좋겠어요. 그 장면이 시작하기도 전에, 그 자리에서 무언가 하고 있었던 사람처럼 보이고 싶어요."
alice0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