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 왓슨 대항마 떠오른 토종 AI 솔루션 '닥터앤서'
건강보험 수가 등재하려면 편익 개선 등 입증 필요
[세종=뉴스핌] 이경태 기자 = 인공지능(AI) 진단 등 의료보조 서비스인 IBM 왓슨의 대항마로 알려진 토종 '닥터앤서'가 상용화 단계로 올라서고 있다.
다만 문제는 건강보험 수가 등재 기준이 까다로워 전방위적으로 의료기관에 보급하기 위해서는 갈 길이 멀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질적인 환자 편익이나 기술력의 차이 등이 입증돼야 수가 등재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 IBM 왓슨 제칠 닥터앤서 등 정밀의료SW 전략 제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비롯해 복지부, 산업부, 식약처, 소방청은 우리나라가 '정밀의료SW 선도국가'로 도약하기 위한 계획을 12일 제43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회의에서 발표했다.
과기부는 의료계, 의료소프트웨어(SW) 기업 등의 전문가 의견 수렴 및 관계 부처 협력을 통해 ▲국민체감 성과확산 ▲세계적 정밀의료SW 생태계 조성 ▲차세대 의료서비스 준비 등 3대 전략 11개 세부과제를 마련했다.
그동안 추진해온 디지털 뉴딜 정밀의료SW 핵심사업인 '클라우드 병원정보시스템', '닥터앤서', 'AI앰뷸런스'를 국민 생활 속에 널리 보급·확산해 국민 체감도를 높인다는 게 정부의 복안이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이 1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비상경제 중대본 회의 정례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1.08.12 yooksa@newspim.com |
닥터앤서는 의료데이터와 인공지능 기술의 융합으로 의료서비스 향상을 목표로 한 한국형 인공지능 기반의 정밀의료 솔루션을 말한다. 과기부가 2018년부터 올해 3월가지 364억원을 투입해 개발한 서비스다. 닥터앤서를 활용해 8대 질환의 연간 진료비 7조2000억원의 8.7% 수준인 6270억원의 비용 절감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게 과기부의 설명이다.
우선 전국 8개 주요 거점 지역 상급종합병원 또는 건강검진센터를 중심으로 '닥터앤서클리닉'을 지정·운영하고, 다양한 AI 의료SW를 보급·지원해 수도권 대형병원에 가지 않고도 거주지 인근에서 고품질의 AI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예정이다.
국가응급진료정보망(NEDIS, 복지부)과 소방정보시스템(소방청) 연계를 통해 AI앰뷸런스의 전국적 운영 기반을 마련하고, 광역시도 공모를 통해 초기 도입비(구급차 15대 및 의료기관 4곳 설치장비 예산)를 지원하는 등 단계적인 전국 확산을 추진한다.
1·2차 의료기관 및 군 의료기관의 의료서비스 질 개선을 위해 닥터앤서2.0(12대 질환), 닥터앤서밀리터리(9대 질환)를 개발하고, 암 전문 지능형 병리 분석 및 중환자 예후관리 지원 AI 의료SW도 개발하는 AI 적용 범위를 확대한다.
데이터댐(의료데이터), 보건의료빅데이터, 국가바이오빅데이터 등 'K-의료데이터댐'을 구축·개방해 튼튼한 정밀의료SW 생태계도 구축한다. 닥터앤서 등 AI 의료SW를 사용하는 의료기관 관계자에 대한 교육을 지원하는 '닥터앤서 SW 스쿨'도 연다.
정확한 진단이 어려워 치료기간도 오래 걸리는 소아희귀질환에 대해 AI 적용 범위를 현재 2종에서 8종으로 확대해 환아와 가족이 겪는 고통을 덜어주는 '닥터앤서소아과' 개발을 지원, 소아희귀질환 AI 진단·치료를 선도할 수 있는 계기도 마련한다.
임혜숙 과기부 장관은 "국민들의 건강한 삶과 직결되는 의료분야에서 국민들이 체감하는 디지털 뉴딜의 성과가 계속 이어지는 것이 중요하다"며 "우리나라의 D(데이터)·N(네트워크)·A(인공지능) 역량을 결집하고, 널리 확산해 정밀의료SW가 국민들의 건강수명을 연장하고, 새로운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2.0 버전 올라선 닥터앤서, 상용화 앞두고 보험 수가 등재 '발목'
닥터앤서가 전국민을 대상으로 한 AI 진단 및 치료 솔루션이 되기 위해서는 기술 개발 이외에도 넘어야 할 산이 있다. 바로 건강보험 수가 등재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IBM의 왓슨을 대체해 국내 의료기관에서 널리 솔루션을 이용하려면 보험 수가가 적용돼야 하는데, 닥터앤서는 아직 수가 등재가 안됐다"며 "수가 등재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의료계에서 이용하는 데 한계가 많다"고 지적했다.
실제 정부가 추진하는 사업이라고 하더라도 수가 등재의 경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무조건 압박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건강보험 행위별수가제(fee-for-service)는 의료기관에서 의료인이 제공한 의료서비스(행위, 약제, 치료재료 등)에 대해 서비스별로 가격(수가)을 정해 사용량과 가격에 의해 진료비를 지불하는 제도다. 국내에서는 의료보험 도입 당시부터 채택하고 있다.
닥터앤서를 활용해 관상동맥 석회화점수를 자동으로 진단할 수 있다. [자료=닥터앤서 사업단] 2021.08.12 biggerthanseoul@newspim.com |
하지만 이같은 AI 솔루션이 정부 의지대로 당장 보험 수가로 등재되는 데는 이를 입증할 만한 결과가 산출돼야 한다. 더구나 무조건적으로 보험 수가 등재를 하기 어려운 것은 건강보험 재정이 여유롭지 않기 때문이다.
12일 기획재정부와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1년 이후 11년간 건강보험료에 정부가 투입한 예산만 보더라도 797000억원에 달한다. 2011년부터 건보 수지가 흑자로 돌아섰으나 최근들어 3년 연속 적자로 돌아섰다.
국가보조금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재정 적자가 이어지다보니, 보험 수가 등재를 늘리는 데도 부담이 적지 않은 셈이다.
심평원은 2020년 AI와 관련 병리학분야에 대한 보험수가 적용 가이드라인을 내놓기도 했다. 의료인이 영상 등을 볼 때 보조하는 개념이어서 ▲편익·정확도 개선 ▲신규 기술 ▲고가 의료 대체 등의 조건을 갖춰야 수가 등재가 가능하다는 게 심평원의 입장이다.
심평원 한 관계자는 "AI 등 신기술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는 만큼 지난 3월 혁신적 기술에 대한 워킹 그룹을 내부적으로 구성해 기술 관련 사항을 살펴보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면서도 "닥터앤서 등 솔루션과 관련해서는 좀더 사례나 구체적인 요구를 받아봐야 할 뿐더러 상용화단계까지 가기 위해 보험 수가 등재를 하기 전에 확신한 편익을 입증해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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